뜨는 건강식 '로푸드(생채식)', 소화력 약한 사람은 피하세요

입력 2013.08.14 09:15

녹즙·견과류… 비빔밥도 포함
다이어트·노폐물 배출 좋지만 빈혈·골다공증 환자 조심해야

로푸드가 적합하지 않은 사람 유형 정리 표
식품 조리를 최소화하고 날 것 그대로 먹는 '로푸드(raw food·생채식)' 식사법이 건강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는 로푸드의 효과와 레시피를 담은 책이 나오고 로푸드 쇼핑몰, 레스토랑 등도 등장했다. 로푸드 식사법은 미국 자연요법학자인 노만워커 등이 정립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은 원래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었는데, 열을 가해 조리를 하면서부터 음식을 많이 먹고 조리 과정에서 변형·파괴된 영양소를 섭취하게 됐다고 한다. 그 결과로 비만·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과 만성피로·통증 등 여러 '현대병'이 등장했으며, 로푸드가 이런 질병을 예방하고 낫게 하는 건강식이 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로푸드, 비만 예방·디톡스 효과

로푸드는 45도 이상의 열로 조리하지 않은 식품으로, 녹즙·생과일 주스와 녹색잎 샐러드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애호박이나 당근을 가늘게 썰어 스파게티 면을 만들거나, 채소를 김에 싸 김밥처럼 먹기도 한다. 간식으로 먹는 견과류나 말린 과일도 로푸드다. 로푸드 식사법의 원칙은 로푸드와 익힌 음식의 비율을 8대2로 맞추는 것이다. 로푸드 요리연구가 전주리씨는 "비빔밥·쌈밥도 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며 "꼭 8대2 비율을 맞추지 않더라도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로푸드를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로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이어트 효과다. 전주리씨는 "날 것을 먹으면 씹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식이섬유가 거칠어 많이 못 먹게 된다"며 "나는 1년 반 동안 로푸드만을 먹어 10㎏을 뺐다"고 말했다. 로푸드는 효소, 비타민B·C, 식물영양소와 같은 영양소를 파괴 없이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효소는 고온에서는 활성도가 떨어지는데, 조리를 안 한 식품은 효소 활성도가 높아서 우리 몸의 신진 대사가 원활하도록 돕는다. 전주리씨는 "그 덕분에 당뇨병 등과 같은 대사질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로푸드 음식 사진들
디톡스 효과도 있다. 거친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우리 몸 속의 중금속과 같은 노폐물, 콜레스테롤 등이 배변을 통해 쉽게 배출된다. 로푸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블로그를 보면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심해 만성피로와 두통에 시달렸는데, 1년간 로푸드를 먹고 말끔히 사라졌다", "5년간 채식을 해도 여드름과 변비가 낫지 않았는데 로푸드를 섭취하고 나서 피부가 맑아지고 변비가 없어졌다"는 체험담이 많다.

평소 소화 잘 안되면 섭취 주의

로푸드 식사법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민혜선 교수는 "로푸드가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화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달리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로푸드는 익힌 음식에 비해 소화·흡수율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필요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며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피할 것을 권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영양팀 이정주 파트장은 "로푸드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소화하기 가장 힘든 영양소"라며 "위염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은 위산 분비가 안 되고 소화 효소가 적으므로 가급적 익힌 음식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빈혈이나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도 로푸드를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로푸드에 많은 식이섬유가 빈혈과 골다공증 치료에 중요한 칼슘·철분과 같은 미네랄도 흡착해서 배출하기 때문이다. 또 생채소 등에는 칼륨이 풍부한데, 칼륨 배설이 안 되는 신부전 환자가 생채소를 먹으면 부정맥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로푸드를 고집하지 않고도 건강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로푸드와 익힌 음식을 적당한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다. 이정주 파트장은 "채소는 생것과 익힌 것을 반씩 먹으면 좋다"며 "영양 균형이 잡힌 식단이란 밥, 국, 김치를 기본으로 하고 단백질 반찬 한 가지, 익힌 채소와 생채소 한 가지씩을 갖춰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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