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소년 10명 중 4명 “은둔 벗어나려다 실패” 사회 복귀 방법 없나

입력 2025.03.26 20:39
은둔 청년
은둔을 벗어나려면 이불 개기, 매일 씻기 등 사소한 행동을 실천해 성취감을 누적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활동이 모두 단절된 고립·은둔 청소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립은 중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거나, 가족·친척 외 사람과 교류가 없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 ▲은둔은 가끔 학교 출석 등 사유로 불가피하게 외출하는 것을 제외하면 집안에서 나오지 않은 상태가 6개월 이상 된 것을 말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9살 이상 24살 이하 1만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8.6%(5484명)가 고립·은둔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7명이 “현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들 10명 중 4명은 스스로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둔 청소년들이 사회로 복귀할 방법은 없을까?

◇반복되는 좌절에 의지 꺾이는 게 은둔 원인
은둔 청소년은 자신의 생활 공간에만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 경제 활동이나 PC방 방문 등을 목적으로 외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장소와 시간대가 제한적이다. 일상 속에서 이런저런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무언가 해야겠다는 의지 자체가 꺾이면 은둔이 시작된다. 문제는 은둔이 악순환이라는 데 있다. 큰마음 먹고 사회 활동을 시작하려 해도, 방 안에서 자신이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남들은 앞서 갔다는 생각에 사회에 발들이기가 두렵다. 뒤처진 만큼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입학 또는 취업했다가, 간만에 하는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와 다시 은둔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조바심내지 말고, 방안에서 작은 성취부터 
전문가는 은둔을 끝내려면 ‘작은 성취부터, 천천히’ 이뤄나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하루 두 번 씻기 ▲끼니 제때 챙겨 먹기 ▲하루 한 번 하늘 사진 찍기 ▲이불 개기 ▲하루 한 번 창문 열기 등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직접 지키는 것부터 시작한다. 바깥에 나가 보겠다는 결심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이불 개기, 끼니 제때 먹기 등 사소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해, ‘나도 한다면 할 수 있는 사람’이란 믿음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세워 놓은 규칙을 지키기 못한 날이 있더라도, ‘난 이것밖에 안 된다’며 자책하지 말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파이나다운청년들의 김혜원 이사장(호서대 청소년 문화 상담학과 교수)은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은둔 청년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경향이 있어서, 규칙 지키기를 하루라도 빼 먹으면 굉장히 자책한다”며 “매일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계획을 느슨하게 세우고, 실패해도 본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제로 끌고 나오기, 오히려 은둔 강화될 위험
부모가 아이를 강제로 끌고 나오는 것은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섣불리 나왔다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 경험만 얻어갈 수 있다. 그럼 은둔이 오히려 강화된다. 부모가 “네가 돈 걱정이 없으니까 집에만 있지”라고 말하는 것도 상황을 나쁘게만 한다.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은둔 청년이 대화의 창을 더 닫아버릴 수 있다. 자녀를 반강제로 병원이나 상담소에 끌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은둔형 외톨이에게 병원이나 상담소 방문은 동물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일이다.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치료를 권유했다간 방 안에 틀어박히는 시간만 길어질 수 있다. 외출이든 치료든 지속해서 이어져야 효과가 있다. 그러나 외부의 손에 끌려나온 것이라면,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 무한히 지지하는 게 부모 역할
은둔을 끝내는 건 결국 은둔하는 당사자에게 달려있다. 본인이 준비됐을 때, 자발적으로 나와야 사람들 속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타인의 회유와 강요에 못 이겨 나왔다면 또다시 은둔 상태로 되돌아가고 만다.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자녀를 향한 무한한 지지다. 아이가 왜 마음의 문을 닫았는지 자녀의 속내를 이해해보려 해야 한다. 자녀가 집안에서 무언가 해보려고 시도하면 그 행동을 도와준다. 시간과 공간이 한정적이라도 외출할 수 있는 은둔 청년이라면, 꾸준히 바깥에 나올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식이다. 바로 병원이나 상담소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하루에 한 번 하늘 보기나 바깥 걷기 같은 간단한 행동을 계속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초조한 마음에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보라며 아이를 닦달하지 않으려면, 부모 역시 아이의 은둔 기간을 버틸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 김혜원 이사장은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부모가 계속 치료받자, 상담받자 권하는 것은 은둔 기간을 길어지게 만들 뿐”이라며 “자녀의 은둔으로 불안한 마음을 아이더러 ‘밖에 나오라’ 채근해서 풀지 말고, 심리상담사를 찾아서 ‘우리 아이가 왜 저러는 걸까요’‘저는 어떻게 해 줘야 할까요’ 털어놓으며 해소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