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마리 폐사 고양이’ 곰팡이 독소증 보였지만… 제조 공정만 탓할 순 없어[멍멍냥냥]

입력 2024.06.11 17:00

[고양이 폐사를 둘러싼 의문]② 정부 검사 결과 둘러싼 갈등

고양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수의사회가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낸지 2개월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19일과 5월 12일 두 차례의 발표에서 사료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튿날 한국사료협회에서는 사료의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단편적인 검사 결과만으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반려인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중의 의문은 크게 다음과 같다. 고양이들이 이렇게 죽어나가는데 사료 검사에선 왜 이상이 없다는 걸까. 피해 고양이들이 곰팡이 독소 계열의 임상 증상을 보였다는데, 당연히 사료 제조 공정이 잘못된 게 아닐까. 앞선 기사에서 말했듯 지금은 사료가 원인이다 아니다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사태의 원인 파악은 차치하더라도, 의문점부터 하나하나 제거해보자.

◇사료 탓 맞더라도 검사 상 ‘이상 없을’ 가능성 有
우선, 반려인들의 생각대로 사료에 문제가 있음에도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정 검사 기관이나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과학의 한계 때문이다. 초기엔 사료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료 속 물질이 이상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4~2007년, 수많은 개와 고양이가 급성 신부전 증상을 보이는 사건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리콜한 사료를 조사한 결과 멜라민과 시아누르산이 검출됐다.

당시만 해도 멜라민과 시아누르산은 독성이 강한 물질로 인식되지 않았다. 개 몸무게 1kg당 125mg의 멜라민을 4주간 경구 투여했더니 이뇨작용 이외에 별다른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시아누르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아누르산염화물을 쥐 몸무게 1kg당 700~2200mg 투여했더니 방광 결석과 방광 상피 변화 등이 관찰됐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두 물질 모두 단독으로는 독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둘이 결합하면 심각한 독성을 띤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2007년 11월 ‘수의진단연구 저널(Journal of Veterinary Diagnostic Investigation)’에 실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수의학과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시아누르산과 멜라민을 함께 먹은 고양이들은 약 12시간 후에 우울감, 토, 식욕부진 등을 보였다. 36시간 후에 검사해보니 신장 기능이 상당히 손상된 것이 관찰됐다. 이 연구에서 일일 식사량의 0.5% 또는 1%에 달하는 멜라민만을 11일간 섭취한 고양이에게선 급성 신부전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아누르산을 4일간 식사량의 0.2%, 3일간 0.5%, 3일간 1%, 총 10일간 섭취한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제조 공정 아닌 유통 단계에서의 문제일 수도
사료 검사 결과 특이점이 없고, 피해 고양이 부검 결과에서도 주목할 점이 없었다. 피해 사례에 관한 역학조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은 사료가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도, 사료가 원인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쟁점은 ‘곰팡이 독소’다. 피해 고양이들이 보인 임상 증상이 곰팡이 독소 증상을 닮아서다.

정부는 사료 샘플 검사 결과 7종의 곰팡이 독소를 비롯한 유해물질, 바이러스, 기생충,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적합 범위 이내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현행 사료관리법에 기재된 곰팡이 독소 적합 범위는 아플라톡신 10~50ppb, 오크라톡신A 200~250ppb, 보미톡신(데옥시니발레놀) 900~1만ppb, 제랄레논 100~3000ppb, 푸모니신 5000~6만ppb 등이다. 사료와 고양이 사망 사이 인과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아 정부로서도 검사서 원본이나 정확한 검출 수치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곰팡이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꼭 제조 공정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중앙대 동물생명공학과 허선진 교수는 “반려동물 사료 대부분이 제조 공정에서 멸균 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곰팡이나 균이나 기생충 등이 있기 어렵다”며 “만일 곰팡이가 있다면, 반드시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실온에 유통·보관하는 단계에서 잘못 취급한 게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조사 필요성이 제기된 사료 제조업체 5곳을 대상으로 관련 서류와 제조 공정 점검을 진행했으나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료 문제라면 갈 길 멀어… 의심보다 규명에 집중해야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사 A씨는 “그 누구도 원인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일부 수의사는 사료가 원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피해 고양이들은 사료가 아니고서야 나타나기 힘든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곰팡이 독소 수치가 정확하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 보니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정부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사료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현대 과학의 한계로 원인 규명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A씨는 “사료 관리 시스템이 잘 마련된 미국과 호주 같은 나라에서도 동물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료가 원인인지 아닌지 규명하는 게 어렵고, 밝히는 데 성공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멜라민과 시아누르산 파동이 그 증거다. 지난달 10일 개최된 ‘펫푸드 제도 개선 및 선진화 모색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한국동물병원협회 오원석 정책연구위원장(오원석황금동물병원 원장)은 “사료 속 멜라민과 시아누르산으로 인한 문제가 96~97년도부터 국소적으로는 계속 발생했었다”며 “연구가 난항을 겪으며 원인을 계속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가 2006년도에 겨우 알아낼 수 있었고, 2007년도에 관련 논문이 출판됐다”고 말했다.

허선진 교수는 “일단 문제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사료가 문제라면 사료 회사가 보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사료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극단적인 분위기가 지속되면 사료가 문제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사료 회사가 결과를 인정하고 수습에 나서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도
정부는 사료 검사와 더불어 사망 고양이 10두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사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 910종과 사망 사이 연관성도 분석했다. 사망과 유해물질 후보들 사이 뚜렷한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검사해볼 만한 물질은 다 해본 상태라, 이젠 고양이에게 원인을 끼쳤을지 모를 미지의 물질을 새로 찾아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원인을 영영 알 수 없는 경우의 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역학 조사 결과 펫푸드가 관련됐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사료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사례가 실제로 있다. 지난 2014년 라트비아에선 X 브랜드의 펫푸드를 먹은 개들에게서 거대식도증이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2년간 총 253마리의 개들이 피해를 당했다. 2021년 미국수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에 실린 호주 멜버른 수의과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라트비아 사례에는 펫푸드 섭취와 거대식도증 발생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역학적 근거가 있다. 라트비아의 사례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X 브랜드 사료만 먹은 개들은 X 브랜드 사료를 먹지 않은 개들보다 거대식도증과 말초신경병증 발생 위험이 356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X 브랜드 사료를 먹으면서 다른 사료도 함께 먹은 개들은 X 브랜드 사료를 먹지 않은 개들보다 이상 증상 발생 가능성이 81배 높다고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펫푸드에서는 결정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원인 규명이 난항에 빠졌다. X 브랜드의 펫푸드 샘플에서는 푸모니신(곰팡이독소) 0.1~0.5ppm, 보미톡신(곰팡이독소) 0.3~0.5ppm가 검출됐고, 몇몇 샘플에선 저농도의 요소도 확인됐다. 철, 마그네슘, 망간 등은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 권장 농도보다 2~6배 많이 들어있었지만, 독성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병인성 세균도 검출되지 않았다. 세포를 대상으로 한 사료 독성 실험에서도 별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몇몇 세포의 성장이 저해되는 것 정도만이 관찰됐다. 여러 명의 수의학 전문가들이 수년간 논의했음에도 X 브랜드 사료와 거대식도증·말초신경병증 사이 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멜버른 수의과대학 연구팀은 논문에서 “독성 검사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의 농도가 허용 가능한 범위 내로 확인됐더라도, 이 물질들이 결합했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그리고 개들이 이들 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돼왔는지를 예측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