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달라도… 신장 이식 안전하게 하려면

입력 2022.06.14 21:00
신장
신장이식 전 저용량 리툭시맙 사용은 이식 후 암 발병률을 높이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혈액형이 다르거나 조직부적합 판정을 받은 신장을 이식하면, 이식 후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다. 이식 전처리 약물인 '리툭시맙'이 암 발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신 연구를 통해 신장 이식 전 리툭시맙 사용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이지 않고, 약물 용량을 조절하면 부작용 없는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권현욱 교수팀은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2900여명을 대상으로 혈액형 불일치 또는 조직적합성 부적합으로 수술 전 저용량 리툭시맙 치료 여부에 따른 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비교 결과, 리툭시맙을 사용하지 않았던 환자들의 수술 후 암 발생률은 약 3%였던 반면, 리툭시맙을 사용한 환자들은 약 2%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리툭시맙은 면역억제제 중 하나로, 신장이식 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를 만드는 B 세포(면역세포)를 사멸시킨다. 림프종, 백혈병 등 항암 치료에 고용량으로 사용되는 약물인데, 혈액형 불일치 또는 조직적합성 부적합 신장이식 수술 환자에게는 수술 후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으로 사용한다.

리툭시맙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면 환자의 면역 기능이 저하돼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이에 권현욱 교수팀은 2008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신장이식 수술 환자 2895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리툭시맙 주사를 맞지 않은 2273명과 리툭시맙 주사를 맞은 622명을 각각 평균 약 83개월, 72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리툭시맙은 혈액형 불일치 또는 조직적합성 부적합 신장이식 수술 환자들에게 수술 1~2주 전에 주사로 투약 됐다.

투약 결과, 리툭시맙 주사를 맞지 않은 환자 중 약 2.9%(65명)에서 추적 관찰 기간에 암이 발생했고, 리툭시맙 주사를 맞은 환자 중 약 1.9%(12명)에서 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툭시맙 투약 여부가 발암 가능성에 영향을 주지 않음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 신장이식 수술 후 암 발생과 관련이 큰 요소는 환자의 나이와 비만도(BMI)로 분석됐다.

권현욱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위험 신장이식 예정 환자에게 리툭시맙을 저용량으로 세밀하게 조절해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새로운 신장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수술 전처리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최적의 리툭시맙 용량을 찾아 환자들에게 적용해 온 결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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