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다-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정준 교수
신장암은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암이다. 다빈도 암은 아니라 ‘위험성’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해 6000명 정도 환자가 발생한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신장암은 암 발생 순위 10위다. 전체 암 중 2.4% 비율을 차지한다. 다행히 신장암은 완치율이 84.7%(2015~2019년)를 넘는 ‘착한 암’이다. 문제는 수술이 잘 돼도 신장 기능이 점점 떨어져 나중에 투석까지 받아야 할 수 있다는 점. 암 제거 후 남은 신장까지 생각해 ‘신장 부분 절제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 신장 부분 절제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정준 교수를 만나 신장암에 대해 들었다.

-신장암의 발생 원인은?
모든 질병은 환경 혹은 유전적 원인이 있다. 신장암은 환경보다는 유전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장암은 다빈도 암이 아니다보니 유전체 연구를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암 관련 ‘유전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이 동의를 한다. 다만 환경적인 원인도 있다. 첫 번째가 흡연, 두 번째가 당뇨, 세 번째가 비만이다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2001년에서 2011년 사이에 환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년 간 신장암 환자가 2000명 발생했지만, 2011년에는 4400명으로 늘었다. 2019년에는 6000명 정도로 늘었다. 이유는 인구 고령화. 신장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는 남녀 공히 50대인데, 50대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신장암이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영상 검사가 증가하면서 암 발견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남성에게 2배 많이 발생한다?
신장암은 성별이 발병률과 치료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장암은 남성에게 2배 정도 많다. 신장암은 여성에서는 10위권 밖에 있는 암이지만 남성에서는 7번째로 많이 생기는 암이다.(2019년 암등록통계) 남성과 여성은 완전히 다른 유전체를 가지고 있어, 이런 차이들이 신장암 발병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습관 요인도 있다. 신장암의 대표 위험 요인은 흡연인데, 남성이 흡연율이 높다. 향후 신장암 관련 유전적 연구가 확대되면 성별을 비롯해 ‘고위험군’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성 신장암 환자는 수술도 까다롭다. 여성 환자보다 출혈도 많고 신장 조직의 탄성도나 노화 정도가 더 나쁘다. 성별 차이를 고려한 신장암 치료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신장암은 어떻게 진단하나?
진단은 주로 복부 초음파로 한다. 2019년 복부 초음파와 복부MRI가 보험 적용이 돼 신장암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젊은 환자도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태아 때 산전 초음파 등을 '열심히' 해서 배 안을 자주 들여다보지만, 태어난 뒤로는 복부 초음파를 잘 하지 않는다. 위암이 무서워 위내시경은 열심히 하지만, 그에 비하면 신장·간·담낭 등 여러 장기를 볼 수 있는 복부 초음파는 소홀하다. 그러다보니 50세가 될 때까지 선천적으로 신장이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초음파는 CT 등 다른 검사와 달리 몸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 복통 등 증상이 있으면 건강보험 적용도 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복부 초음파를 받자. 증상이 없어도 7~10만원이면 받을 수 있다. 30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를 받을 것을 권한다. 다만 초음파 영상을 보고 실시간으로 병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초음파를 받아야 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매년 꼭 초음파를 할 것을 권한다.

-신장암은 조직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신장암은 조직검사를 따로 하지 않고 수술로 암 덩어리를 떼어낸 뒤 조직검사를 해 병기를 판단한다. 수술 전 신장 조직 채취를 위해 피부 바깥에서 바늘로 찌르면 놓칠 확률이 30%나 된다. 신장암 사이즈가 2cm 정도만 되면 복부 초음파로 찾을 수 있고, 조직검사 없이도 95% 이상은 확진이 가능하다.
-신장암은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나의 경우 300명 이상 수술을 했을 때 신장을 모두 들어내는 경우가 10명 내외다. 대부분 암만 절제하는 신장 부분 절제술을 한다. 신장암은 5년 생존율이 85% 정도 된다. 치료가 잘 되는 암이지만 재발하면 2년 밖에 못산다. 암이 진행 돼 항암치료까지 해야 하는 경우에도 2년 밖에 못산다. 수술만 잘 된다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수술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은 두 개인데 하나는 제거해도 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암이 생긴 신장만 간단히 제거하면 완치율이 높고 나머지 신장도 기능을 대부분 잘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런 믿음이 깨지고 있다. 실제 신장을 하나를 제거하고 나머지 신장으로 살다보니 20% 환자가 신부전으로 갔다. 신부전이 되면 노폐물 배출 등 신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투석을 받아야 한다. 투석은 그 자체로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며, 의료 비용도 많이 든다. 수명도 짧아진다.
최근 유럽비뇨의학회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신장암은 치료 그 자체 보다, 치료 후 신장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결국 신장암을 잘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신장을 살려 기능을 보존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신장암이 크더라도 최대한 부분 절제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신장은 크기가 작아 부분 절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신장은 크기가 12cm 정도로 작은 장기다. 혈관덩어리라 수술 시 피가 많이 나서 부분 절제술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부분 절제술을 하더라도 노폐물 배출 등 신장 기능을 잘 살리려면 섬세한 수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혈액이 들어오고 나오는 부분, 소변이 배출되는 부분 등을 잘 고려해서 수술해야 한다. 다행히 신장암에 로봇이 적용되면서 부분 절제술이 쉬워졌다. 작은 신장을 보존하면서 로봇으로 섬세하게 암만 잘라낼 수 있게 됐다. 로봇은 골반 깊숙이 위치해 의사 손이 들어가 수술이 어려웠던 ‘전립선암’에 특화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은 로봇이 전립선암 만큼 신장암에도 용이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독일, 일본의 경우 로봇 신장 부분 절제술에 보험 적용이 된다. 독일, 일본이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신장 부분 절제술을 통해 신장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신장 전 절제술을 해서 향후 신부전으로 투석을 하게 되면 의료비용이 훨씬 많이 들게 된다. 신장 보존이 사회경제적으로 득이 되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로봇은 신장 부분 절제술의 실패를 줄이는 좋은 기술이다.
-신장 부분 절제술에 로봇이 유리한 이유는?
암을 제외한 정상적인 부분을 가려내는데 좋다. 우선 로봇이 시야를 15배 확대해서 훨씬 잘 보인다. 수술 시 시야가 흔들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로봇 수술을 하면 출혈이 덜하고 수술 시간이 짧다. 이는 합병증이 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경우 로봇 신장 부분 절제술을 700건 했는데, 수혈을 한 경우가 1% 미만이다. 부분 절제를 하다 전 절제를 한 경우도 없다. 로봇이 안전하고 빠른 수술을 하게 하지만, 국내 전문가는 드물다. 신장암 자체가 다빈도 암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장암 수술을 메인으로 표방하는 의사는 국내 5명 밖에 안 된다. 로봇 수술의 경우 1100만원으로 개복 수술보다 수술비가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신장암 부분 절제술을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부분 절제술이 가능하다. 다만 진행된 암일 수록 부분 절제술을 했을 때 장점이 줄어든다. 신장을 30% 미만으로 남기면 신장 기능에 실질적인 도움은 안된다. 그 외의 경우면 부분 절제술을 하는 것이 향후 신장 기능 보존 등에서 유리하다.
-신장암 수술 시 병원 선택 등 고려해야 할 점은?
신장암으로 전절제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꼭 부분 절제술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를 바란다. 당뇨병, 신장질환을 앓고 있어 남은 신장의 기능도 완벽하지 못한 사람은 더욱 부분 절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신장암은 완치율이 높은 암이라고 해도 암은 암이다. 수술을 빨리 할 수 있는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신장암 치료 경험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장암 치료 경험이 많은 의사를 만나볼 것을 권한다.

-신장암의 예후는 어떤가?
신장암은 85% 정도의 5년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수술만 잘 되면 완치되는 암이지만 수술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항암제도 변변치 않아 항암치료를 한 환자는 평균 2년 밖에 못산다. 현재 쓰이고 있는 항암제도 임신부 항구토제로 개발됐다 퇴출된 약으로, 혈관을 억제해서 치료한다. 혈관덩어리인 신장의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을 사멸하는 것이다. 신장암은 2cm미만에서 발견되면 완치율이 98%로 높다. 복부 초음파를 정기적으로 해서 암을 조기발견해야 한다.
-신장암 예방법은?
신장암은 흡연, 당뇨병, 비만이 밝혀진 위험요인이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