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피곤한 사람, '밥상' 점검 해보세요"

입력 2021.11.01 07:00

<하루 한 끼 면역밥상> 저자 이경미 교수 인터뷰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이경미 교수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이경미 교수/비타북스 제공

주말에 쉬어도 피곤한 사람, 사시사철 감기와 알레르기를 앓는 사람, 장누수증후군,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 이들의 공통점은 몸에 ‘만성염증’이 있다는 점. 만성염증은 몸의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로, 치료의 핵심은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17년 간 만성질환자를 치료해 온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이경미 교수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염증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가 최근 책 <하루 한끼 면역밥상>을 펴냈다. 책에는 면역력 저하의 주요 원인인 만성염증에 대한 설명과 함께,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 요리법, 레시피까지 담았다. 이경미 교수에게 면역밥상에 대해 물었다.

-약이 아닌 푸드로 만성염증을 치료한다?
고혈압, 당뇨병, 암, 치매와 같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만성질환은 만성염증과 관련이 있다. 만성염증을 줄인다면 다양한 질환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 만성염증을 줄이는 데 중요한 핵심 요소가 바로 영양소다. 식품 속 영양소는 신체 대사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만성염증을 줄이는 기능도 갖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에는 일반적인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두드러기, 아토피, 습진,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양한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온다.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반적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변화시켜 병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병은 아니라도 지속적인 만성피로가 있는 사람이 신진대사나 영양 불균형이 원인인지 알기 위해 오기도 한다. 암 환자도 있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면역밥상을 처방한다. 면역밥상은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면역밥상을 통해 만성염증을 줄임으로써 증상과 질환 치유를 도모한다. 

-면역력 저하의 신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병에 잘 걸리지 않거나 회복이 잘 될 때 흔히 ‘면역력’이 좋다고 한다. 면역력은 말 그대로 질병에 걸리는 것을 피하고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말한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같은 미생물과 환경오염물질 등에 취약해진다. 감기, 부비동염, 방광염, 질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자주 걸리고 잘 낫지 않게 된다. 자도 자도 피곤하고 이유 없이 몸이 아프면서 회복이 느려진다. 입 주위의 수포가 생기거나, 대상포진도 발생한다. 예전에 없던 아토피·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면역력은 영양 균형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편안함, 신경계의 안정, 호르몬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을 이룰 때 좋아진다. 시중에 유행하는 특정 식품 하나, 영양제 하나, 약 하나로 좋아질 수 없다. 일상 생활 속에서 되도록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하고, 신체 움직임을 증가시켜야 하며 마음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신간 <하루 한 끼 면역밥상>에서 알려주는 면역력을 높이는 식사법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개별 식품과 개별 영양소가 아니라 한 끼의 밥상을 잘 구성해서 먹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밥상은 기초와 토대에 해당하고, 개별 식품과 영양소는 일부분이다. 기초가 부실한데 타일 하나, 기둥 하나를 좋은 재료로 사용한다고 집이 튼튼하고 멋지게 지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공식품, 정제 탄수화물, 설탕, 트랜스지방 섭취가 많고 채소와 과일 섭취가 적은 전형적인 서구형 식사는 면역력에 필수적인 비타민D, 아연, 비타민C, 식이섬유가 부족해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와 반대되는 전통적인 한식이 면역 기능을 높이는 대표적인 식사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채소와 과일, 콩류, 씨앗류, 견과류, 통곡물로 구성된 식사가 면역력에 필수적인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다. 다만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우리 몸이 소화, 흡수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조리법을 알아야 한다.

-면역밥상 조리법은?
면역밥상이라고 하면 맛이 없고 조리가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해 신간에 소개한 60가지 메뉴는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으며 맛있는 메뉴를 선택했다. 되도록 한 접시 형태로 구성했으며, 다양한 영양소를 담았다. 밥, 면, 죽과 수프, 국물 요리, 일품요리, 샐러드, 샌드위치, 면역 주스 형태로 소개했다. 집 냉장고에 대부분 있는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이용했으며, 몇몇 요리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30분 이내에 만들 수 있도록 조리 과정을 제시했다.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이경미 교수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이경미 교수/비타북스 제공

- 만성 피로, 알레르기 등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 챙겨 먹으면 좋은 식재료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식품은 없지만, 클리닉에서 환자들에게 자주 처방하는 식재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데친 양배추나 익힌 무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다. 이것을 발효시킨 김치나 사우어크라프트도 좋다. 소화를 돕고 위 점막 건강에 도움이 되며 십자화과 채소는 항암 성분인 ‘인돌’ 성분이 있어 위장관 건강과 면역에 도움이 된다.

둘째, 두부, 된장, 청국장과 같은 콩 가공 식품이다. 콩은 필수아미노산을 다양하게 함유한 고단백 식물성 식품이다. 특히 된장, 청국장은 발효식품이어서 소화가 잘 될 뿐만 아니라,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

셋째,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 치아씨드, 헴프씨드 등과 같은 견과류와 씨앗류가 있다. 식이섬유, 미네랄, 단백질, 불포화지방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넷째, 블루베리다. 블루베리에는 항산화 영양소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며 식이섬유도 많이 들었다. 과일 중에서도 혈당을 많이 높이지 않는 과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들깨, 파슬리, 오레가노와 같은 향신료를 추천한다. 항염증, 항산화 식품들로 다양한 요리에 뿌려서 영양을 높여준다.

그러나 사람마다 소화흡수 능력이 다르므로, 만약 먹고 속이 불편하다면 자신에게 잘 안 맞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식품으로 대체해야 한다.

- 코로나로 인해 배달음식이나 밀키트 섭취가 늘고 있다. 건강하게 먹는 법은?
클리닉에 내원하는 환자 중 체중 증가가 문제인 경우를 보면 대부분 외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인해 염분, 당분, 트랜스지방 섭취가 많다. 당연히 칼로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체중이 증가하게 된다. 더불어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섭취가 줄어 피로감과 변비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배달음식을 무조건 먹지말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안된다. 이미 조리가 된 배달음식보다는 조리가 안 된 재료들로 구성된 밀키트가 건강을 위해서는 좀더 나은 선택 같다. 집에서 간단히 데워먹는 냉동식품은 대부분 트랜스지방이 많기 때문에 동일한 메뉴라면 냉동식품 보다는 배달음식이 첨가물과 트랜스지방 섭취가 좀더 적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피자라도 배달시켜먹는 피자보다 냉동피자에 트랜스지방과 첨가물이 더 많을 수 있다.

배달음식은 되도록 튀김류나 구운 고기보다는 비빔밥이나 수육, 샐러드류 등이 좀더 건강한 메뉴다. 소스류에 첨가물, 당분, 염분이 많기 때문에 소스 섭취를 줄이거나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서 대체한다면 좀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평소 건강을 위한 식생활, 운동 비결은?
외식을 많이 안 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거나 할 때는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즐겁게 다 먹는다. 대신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횟수는 많지 않다. 그리고 야식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2시간 간헐적 단식이 된다. 저녁 식사를 8시에 마치면 다음 날 아침식사를 8시 이후에 하기만 해도 12시간 간헐적 단식이 된다. 너무 무리하게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하도록 12시간 정도 단식을 할 것을 추천한다.

점심을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오는데, 하루 한 끼 면역밥상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시된 메뉴들 중 일부는 도시락으로 싸오는 메뉴다. 코로나 전부터 이런 습관이 시작됐는데, 밖에서 점심을 사 먹으면 오후 진료 때 몸도 무겁고 피곤해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30분이라도 병원 근처를 걸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따로 운동을 하는 시간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틈틈이 몸을 움직이려고 한다.

진료실에는 작은 아령과 피트니스 써클을 가져다 놓아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한다. 집에서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면서 고정식 자전거를 30분 정도 땀이 날 정도로 탄다. 그러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이 금방 간다. 진료실에 텀블러를 가져다 놓고 수시로 물을 마신다. 

-신간 <하루 한 끼 면역밥상>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2년 전 낸 책 <만성염증을 치유하는 한 접시 건강법>은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인 만성염증의 원인을 심도 있게 다루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한 끼를 어떻게 구성할지 식품 선택의 원칙들을 제시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책에 나온 개념과 원칙을 밥상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워 레시피를 요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신간 <하루 한 끼 면역밥상>에서는 실제 밥상을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선택하고 요리할 수 있도록 예시가 되는 레시피들을 제시하고 만성염증과 면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면역을 중심으로 재조명해보았다.

실제로 레시피를 따라 해보면 식재료도 집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고 과정도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이고, 어렵지 않게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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