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소비, 혼술, 마스크네가 일상… 스우파 댄서 꿈꾸다 염증 얻기도

올해는 모두에게 좀처럼 잊기 힘든 강렬한 해였을 것이다. 코로나19로 2020년이 삭제되고, 맞이한 해였기 때문이다. '더는 못 버티겠다'는 마음이 여러 방면으로 방출됐다.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혼자서 먹고, 마시고, 돈 쓰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다. 건강하게 사는 법을 기사로 쓴 것이 무색하게, 돌아서면 정확히 정반대로 살면서 뭉친 스트레스를 폭주하듯 풀어냈다. 조금은 병적이었다. 그래, 나는 아팠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뽑아봤다. 어쩌면 사소한, 하지만 공감할, 아주 사적인 건강 뉴스 2021 10가지다.
1. 비건을 중단하다
비건을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졌는데 먹는 것까지 제한을 두니 견디기 버거웠기 때문. 비건을 결심한 이유 1순위가 건강, 2순위가 환경이었기에, 무엇보다 정신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비건을 중단하자 아주 쉽게 원래 내 식습관이 돌아왔다. 미친 듯이 치킨, 떡볶이, 만두, 곱창, 피자, 닭발 등을 흡입했다. 정말 맛있었다. 매우 행복했다. 하지만 곧,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변비가 왔고, 소화불량이 생겼고, 살이 쪘다. 당과 지방은 먹으면 뇌가 쾌락을 느껴 중독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는데, 절실히 실감했다. 정말 매일 간식과 배달 음식이 간절했다.
내게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주문 횟수가 주 1~2회 33%, 주 3~4회 9.4%에서 주 1~2회 41.4%, 주 3~4회 21.8%로 늘었다고 한다. 음식 메뉴는 역시 치킨이 부동의 1위였다. 물론 모든 배달 음식이 몸에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주로 우리가 시켜 먹는 치킨, 중국 음식 등은 트랜스 지방과 포화지방이 많다. 이는 비만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각종 암 발병 위험, 소화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내년에는 다시금 비건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2. 폭풍 소비하다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워 쇼핑몰 앱을 보는 게 올해의 내 퇴근 후 일상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시간 내내 장바구니에 옷을 넣고, '약속 줄였으니 그 돈으로 이 정도는 사도 되겠지'라 합리화하며 결제 버튼을 누르길 반복했다. 그러고 나면 답답한 게 좀 풀리는 것 같은 후련한 느낌이 들곤 했다. 물론 가계부를 적을 땐 숨이 턱턱 막혔지만 말이다.
내게 나타난 이 증상, 인정하기 힘들지만 비합리적인 소비로 결핍을 해결하려는 '보복 소비'다. 보복 소비는 우울해진 마음에 대한 보상심리로 많이 나타나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19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어 우울해지면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복 소비는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시켜 중독을 유발한다. 실제로 올해 나는 앱을 지웠다가 깔았다만 10번 이상 반복했다. 다행히 요즘은 꼬박꼬박 가계부를 써 충격요법을 실천하고 있다.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소비의 일환으로 구독 플랫폼에 엄청나게 가입했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 등 안 보는 플랫폼이 없을 정도다. 아무래도 약속이 줄어드니, 영상 보는 시간이 늘어 다양한 플랫폼에 가입하게 됐다. 그러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눈을 떴는데 각막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평소에도 눈앞이 흐릿해져 심각성을 인지하던 중이었다. 바로 안과 검진을 받았다. 알고 보니 심한 안구건조증으로 각막에 상처가 생겼던 것.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 등을 자주 보면 눈이 건조해진다. 집중해서 화면을 쳐다보면 반사적으로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들고, 눈물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안구건조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력 저하 현상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행히 처방받은 안연고를 꾸준히 바르고,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박이는 등의 관리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8~10월에는 한 플랫폼만 특히 열심히 봤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때문이다. 자기 일을 매우 사랑하고, 그 감정을 열정적으로 표출하는 출연진의 모습에 제대로 반했다. 좋아하면 따라 하고 싶다더니, 나도 모르게 내 몸은 어느새 피어싱 뚫는 병원에 가 있었다. 입술, 코 등 뚫을 곳을 고민하다가, 내 퍼포먼스는 무대가 아닌 병원에서 이뤄진다는 본분을 자각하고 귓바퀴에 피어싱을 뚫었다. 그런데 웬걸. 귓바퀴 피어싱도 생각보다 관리가 어려웠다. 머리 감고 수건으로 닦으려는 순간 '악', 자다가 나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돌면서 '악'. 의도치 않게 아물지 않은 귀를 자주 건드렸고, 결국 염증이 생겼다. 우리 몸의 첫번째 방어막인 피부에 구멍을 뚫는 피어싱은 신체 어느 부위에 하든 감염 위험이 있다. 관리를 잘 못 하면 구멍 속으로 세균이 침투해 피부 부종, 염증은 물론 심하면 C형 간염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피어싱을 뚫은 뒤 아무는 기간인 약 3~6개월까지는 피어싱을 건들지 않도록 조심하고, 소독약 등으로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피어싱 부위가 붓거나, 가렵거나, 피가 나거나, 발열, 오한 등의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나는 다행히도 약 3개월간 극진히 관리하자 큰 증상 없이 잘 아물었다.

사람이 무서워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약속을 즐겼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음성이나 화상 전화 등으로 계속 다른 사람과 교류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자 이전과 달리 매우 낯설고, 어려웠다. 이야기하면서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서워졌다. 나만 겪은 것은 아닌지, 미국의 한 학자는 이런 증상을 '동굴 증후군'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설문조사 결과 성인 2명 중 1명이 코로나19가 끝났을 때 얼굴을 마주 보는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다행히 병적인 증상은 아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이 오래 지속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게 어색한 건 당연한 것”이라며 “그런 불안감을 확대해석하지 말고, 위축되지 말고, 편한 자리부터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이 생긴 뒤로 퇴근 이후 식당을 잘 안 가게 됐다. 술 마시고 싶을 때는 맥주 한 캔이나 소주 한 병 정도 사 혼자 집에서 마셨다. 문제는 혼자 마시니 많이 마시지는 않아도 습관이 돼 자주 마시게 됐다는 것이다. 술은 소량이라도 자주 마시면 중독된다. 뇌가 조건반사를 통해 계속 술을 찾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자 술을 마시면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실 때보다 알코올의존증을 겪을 가능성이 2배로 컸다는 알래스카대학 연구 결과가 있다. 몸이 안 좋아져서인지 점점 숙취도 심해졌다. 간단히 마셨을 뿐인데 다음날 속이 꼬이고,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얼굴에는 황달이 꼈다. 무서워진 나머지 바로 금주를 선언했다.

이것은 정말 밝히고 싶지 않던 내밀한 비밀이다. 인지하지 못했던 내 구취를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쓸 때마다 확인해야 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바꿀 수 없었다. 결국 인정해야 했다. 입 냄새의 85~90%는 입안 문제다. 특히 마스크를 쓴 이후 입 냄새가 심해졌다면 코로 숨쉬기가 불편해 입으로 호흡하면서 입안이 건조해져 입속 세균의 왕성한 활동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그랬다. 치실, 양치, 구강청결제 모두 꾸준히 잘 사용하니 참을만한 냄새로 바뀌었다. 다만, 달걀 썩는 냄새가 난다면 편도결석, 쓴 냄새가 난다면 역류성 식도염,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면 콩팥 질환, 아세톤 냄새가 난다면 당뇨병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부비동염이 있는 사람도 입 냄새가 심하다.

'마스크네(Maskne)' 무슨 일본어 같은 이 단어는 마스크(Mask)와 여드름(Acne)의 합성어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여드름으로 피부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생긴 신조어다. 나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올해 여름, 따뜻하고 습한 마스크 속 환경이 마음에 들었던지 세균 방문이 잦았다. 붉게 솟아오른 여드름에 속이 상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마스크를 자주 교체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잠시 벗어주고, 피부 클렌징에 신경 쓰고, 화장을 줄이는 것뿐이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다행히 피부가 많이 안정됐다.

분명 처음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는 얼굴이 안 보이는 것이 답답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마스크는 내 보호구가 돼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업무 등을 이유로 밥을 먹게 돼 마스크를 벗어야 하면 괜히 벌거벗겨진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친구 중 한 명은 마스크 안 여드름까지 많아지자 마스크를 벗는 게 두려워, 처음보는 사람과 밥 먹는 자리를 최대한 피하기도 했다. 혹시 정신건강과 관련된 증상은 아닐까 걱정돼 자문(諮問)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마스크를 쓴 게 익숙해진 상황에서 낯선 이에게 노출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병적인 정도가 아니라면 다시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을 때 금방 적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를 벗으면 상대방이 부정적으로 볼 거라고 인지 왜곡을 해 그 상황을 회피하는 등 극도의 두려움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이 경우 다른 정신적 질환이나 회피성 성격 장애 등을 이미 겪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 소독제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물과 비누가 없는 곳이라도 손 소독제만큼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옆 사람이 기침을 하거나, 밖에 오래 있다가 실내에 들어온 등 오염이 걱정될 때면 습관적으로 손 소독제를 꺼내 바르고 뿌렸다. 실제로 손 소독제는 세균의 단백질을 변성시키고 지질을 변형 시켜 다양한 진균과 바이러스를 소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곧 찾아온 손 소독제의 배신. 손에 상처가 없는데도 소독제를 쓸 때마다 손이 따끔거렸다. 소독제 속 알코올이 각질층 세포막을 녹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소독제를 너무 자주 쓰면 습진, 손 피부염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게다가 잘못해 눈에 들어가면 각막화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후 나는 손을 씻을 수 없을 때만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한다면 바로 보습제를 바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