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봤다] 무알코올 맥주의 유혹… 굴복해도 좋을까?​

입력 2021.01.13 07:30

당류로 알코올 맛 내… 당뇨병 환자는 주의해야

하이트진로 ‘하이트제로’, 오비맥주 ‘카스 0.0’ 캔, 맥주가 따라져 있는 컵이 책상에 놓여 있다.
사진설명=무알코올 맥주라도 당뇨병 환자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무알코올류 맥주가 일반 맥주보다 열량과 알코올 도수가 낮다고 마음 놓고 마셔도 될까. 건강을 생각한다면 ‘글쎄’다. ‘무알코올류’를 표방한다 해도, 제품에 따라 소량의 알코올을 함유한다. 또 탄수화물이란 ‘복병’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술을 피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술이 그리울 때 무알코올류 맥주를 떠올리지만 무알코올류 맥주는 좋은 대안이 아니다

◇무알코올류 맥주, 탄수화물 함량 높아 피해야
전문가들은 무알코올류 맥주의 당류 함량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는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함량을 낮춘 대신 보통 그 맛을 당류로 낸다”며 “당뇨병 환자에게 과도한 당류 섭취는 독”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팔고 있는 무알코올류 맥주 중 판매량이 높은 3개사(하이트진로 ‘하이트 제로’, OB맥주 ‘카스 0.0’,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의 영양성분을 확인해본 결과, 355mL짜리 1캔당 최대 8g의 당류(하이트진로 ‘하이트 제로’)가 들어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정상 체질량지수를 가진 성인의 경우 하루 최대 당 섭취량을 25g 이하로 줄이는 게 좋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이트 제로를 3캔만 마셔도 하루당 섭취량을 충족한다.

하이트 제로의 영양성분 면을 보이고 있다
사진설명=무알코올 맥주라도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있을 수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고분자 탄수화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혈당을 단순당과 비슷하게 올려, 탄수화물 함량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3개사 맥주 중 ‘카스 0.0’이 24g으로 가장 많은 탄수화물 양을 함유하고 있다. ‘하이트 제로’는 14g,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7g을 함유하고 있다. 일반 맥주의 탄수화물 함량은 355mL에 평균 11g 정도로 ‘카스 0.0’과 ‘하이트 제로’ 보다 적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규리 교수는 “실질적으로 알코올 함유량이 적기는 하겠지만 당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조절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알코올이 포함된 일반 주류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류 섭취는 혈당을 급격히 높여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 과잉열량이 쌓이면 체지방이 증가하게 되고 혈액 내 중성지방의 수치를 높이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알려진 HDL을 낮추기도 한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은 특히 더 하루에 당류 25g 이상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시훈 교수는 “적당량만 마시고 딱 끝낼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힘들다”며 “특히나 무알코올 맥주는 안심이 돼 더 많이 마실 수도 있고, 식사 대신으로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섭취되는 당류 함량을 고려한다면 맥주의 대안이 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규리 교수는 “실질적으로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물이 가장 바람직한 음료”라며 “청량감을 느끼고 싶다면 탄산수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산성이라 과도하게 먹으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양을 조절하며 마시는 걸 권장한다”고 말했다.

◇무알코올류 맥주라도 소량 알코올 함유할 수 있어
무알코올류 맥주라고 아예 알코올이 없는 게 아니다. 무알콜류 맥주는 무알코올(Alcohol Free) 맥주와 비알코올(Non Alcoholic) 맥주로 나뉜다. 무알코올은 알코올 함유량 0%를 뜻하고, 비알코올은 1% 미만을 뜻한다. 2017년 표기법이 변경됐고, 2020년부터 정식 의무 사항으로 적용됐다. ‘하이트 제로’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알코올 함량이 0.0%인 무알코올 음료지만, ‘카스 0.0’은 최대 0.05%의 알코올이 들어 있는 비알코올 음료다. 현행 주류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일 경우 ‘음료’로 분류돼 ‘무알코올류 음료’로 명시할 수 있다. 일반 맥주의 알코올 함유량이 5%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1% 미만인 무알코올류 맥주의 기준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무알코올류 음료를 마신다면 명시된 표기를 잘 보고 구입해야 한다.

김규리 교수는 “알코올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비알코올 맥주가 물론 일반 맥주보다 적다”면서도 “소량이라도 자주 마시면 인슐린 분비 빈도를 높여 결국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시훈 교수도 “소량이라도 계속 간에 자극이 가서 간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코올을 소량 마시는 것이 오히려 당뇨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에 김규리 교수는 “소량의 음주가 몸에 유익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J 커브 이론’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며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대체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소량이라도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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