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공인된 치료는 하나… 엉뚱한 데 시간·돈 허비하지 마세요"

입력 2018.11.26 07:00

명의톡톡 명의와 질환 이야기
‘성조숙증’명의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심계식 교수

성조숙증 아이를 둔 부모는 고민이 많다.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 어떤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지, 뭘 먹여야 하는지 등 궁금한 것 투성이다. 심계식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성조숙증의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심계식 교수 사진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Q 성조숙증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자 증가 추이가 어떤가요?
A
성조숙증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2007년에 비해 2017년 무려 1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Q 성조숙증의 원인과 성조숙증 아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특발성이라고 해서 원인을 찾기 힘든 경우가 여아에서 90% 남아에서 50% 정도입니다. 여러 인자가 관여하는 질환이어서 한 가지 원인으로 특정 지을 수 없으며, 유전적인 원인이 50~70%일 것으로 생각되고, 환경적인 인자가 30~50%일 것으로 추정되며, 과잉 영양 특히 체지방량의 증가, 환경호르몬 또는 내분비 교란 물질 등이 원인 중의 하나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Q 성조숙증의 정확한 진단 기준을 알려주세요.
A
여아에서는 8세 이전에 유방 발달 시작, 남아에서는 9세 이전에 고환 크기가 증가합니다. 골 연령이 실제 연령에 비해 높습니다. 여기에, 중추성 성조숙증과 말초성 성조숙증을 감별하기 위해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자극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Q 단계별 치료 방법을 알려주세요.
A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예측 성인 신장의 현저한 감소나 심리적인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는 성조숙증인 경우는 주기적인 경과 관찰과 함께 심리적인 안정과 성적인 발달에 대한 교육과 준비로 충분합니다. 반면 진행 속도가 빠른 특발성 중추성 성조숙증인 경우는 주사 약물 치료로 성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를 주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걸 넘어 비싼 성장호르몬을 맞추는 부모도 종종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없나요?
A
성 호르몬 분비가 많이 억제되면 성장호르몬 분비까지 저하돼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 보다도 성장 속도가 더 감소되는 경우라면 예측 성인 신장을 증가시키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Q 성조숙증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많이들 찾습니다. 이런 데 현혹됐을 때 생기는 문제는 없을까요?
A
특발성 중추성 성조숙증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치료는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유사체를 이용한 주사 치료 이외에는 없습니다. 엉뚱한 치료를 받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Q 성조숙증을 과잉치료하지 않으려면 부모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A
소아내분비학을 전문으로 공부한 의료진이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성조숙증의 원인이 중추성인지 말초성인지를 감별하고, 심한 진행형으로 치료가 필요한지를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그 후 치료가 필요하다면 공인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가 필요치 않은 초기로 진단됐다면 인내심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주기적으로 진료 받으면서 진행이 빠르지 않는지, 다른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지 등 그 과정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소아를 안정시키시며 성에 대한 차분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동반돼야 합니다.

Q 반대로 성조숙증을 방치하는 부모에게 하시고픈 말씀이 있다면.
A
성조숙증 치료 시기를 놓치면 그 아이의 최종 성인 신장이 부모 키에 의한 유전적인 키 보다 더 작아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한 번쯤은 병원 진료를 받게 하길 권합니다.

Q 부모 모두 키가 크거나 부모 중 어린 시절 발달이 빨랐던 경우가 있다면 아이의 성조숙증 위험이 커지나요?
A
부모 키가 큰 것 보다는 부모가 어린 시절 사춘기 발달이 빨랐던 경우의 아이들에서 성조숙증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유심히 지켜봐야 할까요.
A
사춘기 전 키의 성장 속도는 연간 5~6cm이므로 성장 속도가 이보다 급격히 증가하거나 여아에서 유방이 아프거나 몽우리가 만져지는 경우, 남아에서 고환이 커지는 경우 등은 사춘기 첫 징후일 수 있으므로 그 시기부터 잘 기록하고 관찰해야 합니다.

Q 성조숙증을 막기 위해 아주 어릴 때부터 신경 써야 할 게 있나요?
A
유전적인 인자는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바꿀 수는 없으므로, 환경적인 인자 중 생활 양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인스턴트식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시켜야 합니다.

Q 조기사춘기는 성조숙증과 약간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는 필요 없나요?
A
조기사춘기는 2차 성징이 여아에서 8~9세 사이, 남아에서 9~10세 사이에 발생하는 걸 말합니다. 진행형의 성조숙증에 비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부모의 유전적인 키가 작고, 사춘기 진행이 많이 빠른 경우 예측 성인 신장이 많이 감소될 수 있으므로  경과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 시 진료받아야 합니다.

Q 성조숙증 치료 중인 아이들과 부모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A
특발성 중추성 성조숙증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하는 아이들의 사춘기 발달이 원인 모르는 여러 가지의 이유로 지나치게 빠른 걸 말합니다. 성 호르몬 억제로 바로 잡아주는 것이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수년간의 주기적인 진료와 공인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인내하고 치료를 잘 따라서 예정된 시기에 성 발달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하십시오.

심계식 교수 사진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심계식 교수는
원칙과 기본을 중요하게 여긴다. 성조숙증이나 성장 지연 아이를 둔 부모는 조급한 마음을 잘 갖는다. 이런 마음을 이용해 약이나 주사 치료 등을 과잉으로 권하는 의사, 한의사가 더러 있지만 심계식 교수는 꼭 해야 할 것만 한다. 부모들에게 아이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 수준인지 세심하게 알려주고, 필요한 치료만 정확히 실시한다. 부모와 아이의 심리적인 안정을 중요시 한다.
심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마쳤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경희의료기관 경영정책부실장을 역임했고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기획조정실장이다. 대외적으로는 대한 소아과학회 학술위원과 법제이사, 대한 소아내분비학회 학술이사, 보건복지부 4대중증질환보장 전문위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임상전문위원, 공공의료본부 어린이병원 시설장비 심의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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