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당뇨병·고혈압처럼 계속 관리해야

입력 2018.04.02 15:35   수정 2018.04.02 17:49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염증성 장질환 명의' 성빈센트병원 이강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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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문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잘 관리하면서 살면 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사진=성빈센트병원 제공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두 가지 질환을 뜻한다. ‘염증성’ 이라고 해서 암처럼 위험한 질환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 환자 10명 중 9명은 질환 때문에 업무나 가사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대한장연구학회 조사). 설사, 혈변, 복통 증상이 심해서다. 이로 인해 우울해하거나 자살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아, 관심이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 명의로 불리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이강문 교수를 만나, 염증성 장질환이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Q. 염증성 장질환은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A. 넓은 의미로는 장에 염증이 있는 모든 질병이지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두 가지 질환을 말할 때 사용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이 있으면 설사, 혈변, 복통 증상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Q.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A.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고, 추측되는 원인도 복합적입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유전자 자체가 염증성 장질환에 취약한 사람이 흡연·음주·스트레스·환경오염·서구음식 등에 노출되면 염증성 장질환이 나타난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Q.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뭐가 다른가요?

A. 사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만 궤양·염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직장에만 염증이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 40~50%가 그렇죠. 20대부터 40대에 걸쳐 환자가 골고루 있습니다. 궤양이 얕은 편입니다. 반면 크론병은 구강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부 궤양·염증이 있습니다. 대장 근육층을 넘어갈 정도로 깊은 궤양이 생겨, 협착이나 천공 같은 합병증 발생이 흔합니다. 20대 환자가 많은 편입니다. 


Q.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증상 차이가 있다면요?

A. 환자 증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은 피가 섞인 설사가 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크론병은 혈변이 드뭅니다. 오히려 항문 부위가 붓고 염증이 생기니 치질인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크론병인줄 아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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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두 가지를 뜻한다. 설사,혈변,복통이 있으며 내시경을 해 보면 소화기에 궤양이나 염증이 발견된다. /사진=성빈센트병원 제공
Q. 염증성 장질환은 불치병이라고 하던데, 병원에 가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요?

A. 유전자를 바꿀 수도 없고, 장 속 세균을 싹 교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불치병이란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염증성 장질환의 목표는 ‘치료’가 아닌 ‘증상 조절’입니다. 염증을 가라앉혀서 환자가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치료를 해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평생 잘 관리하면서 사는 거죠.
 

Q. 최근에 ‘저(低)포드맵 식품’이 염증성 장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포드맵 식품,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A. 염증성 장질환에 있어, 저포드맵 식품 이점은 논란이 있습니다.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특정 당(糖)성분을 포드맵이라고 합니다. 마늘이나 양배추, 사과, 양파, 수박, 유제품이 대표적인 포드맵 식품이죠. 특정 당 성분이 적으면 저포드맵 식품입니다. 바나나, 오렌지, 딸기, 고구마, 토마토, 쌀 등이 있습니다. 저포드맵 식품은 원래 과민성장증후군 같은 기능성 장질환에 좋다고 합니다. 포드맵 식품이 잘 흡수가 안되다보니, 대장에서 발효돼 복통, 팽만감, 가스, 설사 등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30% 정도는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이 동반됩니다. 그래서 저포드맵 식품이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겁니다. 단, 저포드맵 식품은 장의 염증 자체를 호전시키는 게 아닙니다. 동반된 과민성장증후군 증상만 호전시킬 뿐입니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저포드맵 식품 위주로 식단을 제한하면 영양불균형이 초래될 위험이 큽니다. 원래 소화 흡수가 잘 안되기 때문이죠. 식단을 조절하고 싶다면 의사나 영양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좋고, 장기간 저포드맵 식단을 유지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Q. 특별한 예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A. 사실 특별한 게 없습니다. 단, 여러 연구를 통해서 ‘이런 사람이 염증성 장질환이 덜 생기더라’는 이야기는 계속해 나오고 있습니다. 모유수유를 받은 경우, 차를 많이 마시는 경우, 애완동물을 키우면 염증성 장질환 발생 위험이 적다고 합니다. 또한 서구화된 식단이나 음주, 흡연, 비만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완치를 시킬 수 있는 비방’ 같은 말에 쉽게 현혹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건 대부분 사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 세계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어떤 한 사람이 혼자 비방을 만들어 고치기 어렵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와 환자가 상의해 증상을 줄여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차근차근 꾸준히 관리하는 당뇨병·고혈압 같은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강문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다. 소화기내과 분과장, 응급의료센터장, 홍보대외협력실장을 지냈다. 주요 진료 분야는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같은 염증성장질환이다. 2016년 4차 아시아 염증성장질환학회 우수연제상, 2017년 아시아태평양소화기학회 우수연제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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