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이유

입력 2016.09.01 09:56

편집장 레터

<헬스조선>은 이번 9월호의 커버스토리로 ‘전국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실태’를 게재했습니다. 취재 결과 국내 의료기관, 특히 동네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매우 높았습니다. 지난 8월 11일 정부는 2020년까지 항생제 사용량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항생제 과다 사용이 왜 문제일까요?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병원균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항생제를 이겨내는 기술을 터득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로 진화해 모든 항생제를 이겨내며 사람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내성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항생제가 우리 몸의 미생물 세계를 초토화하는 데 있습니다. 그깟 미생물이 대수냐고요?

우리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은 약 100조개라고 합니다. 이쯤되면 우리 몸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미생물과 공동 명의로 되어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닌 듯합니다. 이런 미생물은 우리의 피부와 입, 코, 식도, 위, 장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갑니다. 미생물에는 병원균도 포함되어 있지만, 음식물을 분해하는 대장균처럼 우리의 생명유지 활동을 돕는 유익균이 많습니다. 심지어 병원균조차 대개는 특별한 말썽을 부리지 않고 조용히 지냅니다. 미생물은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미생물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손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일등공신입니다. 태아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무균 환경에서 자랍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출산 과정을 통해 수백 종의 미생물을 만납니다. 아기에게 최초의 미생물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재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기는 처음부터 다양한 미생물 만날 기회를 잃기 쉽다고 합니다. 이후 지나치게 깨끗한 주거환경, 화학물질 오·남용 등으로 미생물은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하지 못합니다.

결국 몸을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이 떨어져, 병원균이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합니다. 여기에 항생제라는 고성능 폭탄마저 투하하면 미생물은 백기를 듭니다.

항생제를 포함해서 현대의학의 눈부신 공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학이라는 강력한 우군 덕분에 인간의 생명은 놀랍도록 연장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우군이 적절한 무기를 적절히 사용해서 적을 물리치지 않고, 피아(彼我) 공멸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과도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감기 바이러스에 항생제라는 엉뚱한 폭탄을 투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자신의 손 안에 있는 무기부터 점검해봐야겠습니다. 항생제, 화학 세정제, 화학 공기청정제 등 현대의학이라는 이름의 무기 말입니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추석 맞으시기 바랍니다.

/헬스조선 편집장 김공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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