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손상 적은 양성자 치료 "1기 폐암·간암 완치 가능"

입력 2015.12.15 07:00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성장기 소아암 치료에도 안전 지난 9월부터 보험 대상 확대

양성자(陽性子) 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양성자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암환자 군(群)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양성자 치료는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요법 중 하나인데, 기존 엑스레이 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보다 효과는 좋고 부작용이 덜해 '꿈의 암 치료법'으로 불린다. 건강 보험이 적용되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2000여 만원의 치료비가 100만~800만원으로 크게 준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대용 센터장은 "9월 이전에는 만 18세 미만 소아암 환자의 일부만 보험 적용을 받았는데, 18세 미만 소아암 전체와 성인암 일부도 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암세포 집중 공격, 주변 손상 최소화

양성자 치료는 양성자(수소 원자의 핵에 들어있는 입자)를 빛 속도의 60% 수준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해 암세포를 타격, 파괴하는 치료다. 양성자 치료의 장점은 암세포 외의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성자는 목표하는 조직에 도달한 뒤에야 에너지 발산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김대용 센터장은 "기존 엑스레이가 파동으로 에너지를 전달했다면, 양성자 선은 돌멩이를 던져 목표물을 맞히는 식"이라며 "암조직을 파괴하고 바로 소멸하기 때문에 암세포 뒤에 있는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는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정상조직을 손상시키는 기존 엑스레이 방사선 치료에 비해 안전하다. 사진은 환자가 양성자 치료를 받는 모습. / 국립암센터 제공
높은 안전성 덕분에 성장기인 소아암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이다. 김 센터장은 "엑스레이에 비해 혈액세포 수를 적게 감소시키고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적다"며 "덕분에 키가 잘 안자라는 등의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통증이 거의 없고 치료 시간도 짧다. 총 20~30분이 소요되는데, 이중 환자가 양성자 선을 쬐는 시간은 2~3분 정도다. 나머지는 환자가 치료기에 제대로 눕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초기 폐암·간암 등 수술 없이 완치

양성자 치료는 기존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모든 암에 적용 가능하다. 방사선 치료보다 안전하면서도 효과는 비슷하거나 더 좋다. 국립암센터에서 고령의 나이 등을 이유로 수술이 불가능한 1기 폐암 환자 36명에게 양성자 치료를 했더니, 3년간 치료 부위에 암이 재발하지 않는 비율이 85.4%였다. 암의 크기가 3㎝ 이하인 경우에는 94%나 됐다. 김 센터장은 "초기 폐암, 간암,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은 양성자 치료 하나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구암 치료에도 효과가 좋다. 엑스레이로 안구암을 치료할 때는 주변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안구 전체를 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양성자 치료는 안구를 그대로 두고 진행한다.

다만 림프종 같은 혈액암은 양성자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없다. 혈액을 타고 몸 전체를 돌아다니는 암세포를 모두 양성자 선으로 맞힐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위나 대장처럼 움직이는 장기에 생긴 암도 방사선으로 정확히 맞히기 어려워 수술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 국내 유일

양성자 치료기를 가진 병원은 전 세계에 몇 안 된다. 비싼 기기 값 탓이다.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 MD앤더슨 암센터, 일본 국립암센터 등 세계 15개국, 47개 의료기관만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가 유일하게 양성자 치료기를 가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2007년 양성자 치료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약 160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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