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온열기, 따뜻하다고 좋아하다 ‘저온화상’ 입을라

입력 2010.12.09 08:56
#1. 직장인 홍정아(여, 26)씨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자 책상 아래에 두고 쓸 온열기를 구입했다. 크기가 작아 책상 밑에 쏙 들어갈 뿐만 아니라 금방 따뜻해져 매일 애용한다. 뿐만 아니라 손이 시릴 땐 USB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손난로를 이용해 손을 녹인다. 조금 뜨겁긴 하지만 따뜻한 걸 좋아하는 홍씨는 별스럽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손난로를 올려놓은 곳과 온열기 가까이 있는 다리에 그물 모양으로 빨갛게 얼룩덜룩 색소침착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2. 직장인 김진수(남, 28) 대학교 동아리 선후배들과 MT를 떠났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이라 즐거운 마음에 길을 나섰던 김씨는 그날 밤 팔에 화상을 입었다. 이유는 한 두잔 하다가 결국 만취해버린 김씨가 뜨거운 방바닥 위에서 잠이 든 것이 화근이었다. 술에 취해 뜨거운 것을 느끼지 못했던 김씨는 잠에서 깨자 바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 40도 이상이면 열성홍반 이나 저온화상 입을 수 있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책상에 놓고 사용하는 소형 히터와 온풍기의 수요도 부쩍 늘었다. 한 할인 마트가 10월 1일부터 40일 동안 난방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와 비교해 1인용 전기요․매트가 67%, 미니 온풍기는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용 온열기의 열풍이 부는 이유는 날씨 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난방 온도 19℃로 제한하면서 썰렁한 사무실에 1인용 온열기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 그러나 급증하는 온열기 사용에 저온화상 환자도 함께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추운 날씨로 인해 습관적으로 온열기를 가까이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열성홍반이나 저온 화상의 위험에 노출된다. 열성홍반과 저온화상은 일반 화상과 달리 피부가 뜨거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생긴다. 대부분 화상이라고 생각하면 뜨거운 물이나 불 또는 물체에 피부가 접촉할 때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인 화상 온도가 아닌 40도 이상의 저온에서 움직임 없이 장시간 방치되었을 때 생긴다. 특히 따뜻한 방바닥 등과 접촉하는 근육 부위에 생기는 화상을 말하는데 보통 40~45도에서도 1~2시간 접촉하게 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더구나 온도가 낮다고 해서 화상의 정도까지 낮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편히 쓰는 노트북도 사용에 주의

노트북은 데스크탑 컴퓨터과 달리 대부분의 부품이 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보니 발열이 잘 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아랫부분 온도는 장시간 사용 시 52℃까지 올라가는데 편의상 무릎에 노트북을 얹고 장시간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트북을 장시간 올려놓은 자리에 빨간 그물 모양이 생기는데 이를 ‘열성홍반’이라 부른다. 보통 몸이나 다리의 가는 혈관이 늘어나 얼룩덜룩한 붉은색을 띄면서 가렵고 화끈거린다. 열에 노출하지 않으면 홍반은 점차 사라지지만 색소 침착이 일어날 경우 간혹 영구적으로 피부가 검어지거나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노약자들의 경우 피부가 연약하기 때문에 그리 높지 않은 온도에서도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다. 또한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들은 피부의 온도 감지력이 떨어져 온열기가 뜨겁다 해도 느끼지 못한다. 만취 상태이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도 온도를 느끼지 못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작은 화상 쉽게 보다간 흉터로 맘 고생할 수도

저온화상의 경우 자각증상이 늦게 나타나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무엇보다 초기 진료가 중요하다. 작은 화상이라고 얕보다가 흉터가 남아 평생 흔적으로 남기 때문. 또 화상의 정도에 따라 집에서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가급적 곧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피부가 붉고 화끈거리는 정도는 쉽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상황이 심각해 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화상을 입으면 즉시 차가운 물이나 팩을 이용해 상처 부위를 식혀줘야 한다. 찬물이 열을 내려주고 화상 부위의 염증반응과 고통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 이미 화상으로 손상을 받은 부위는 어쩔 수 없지만 상처가 더 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때 민간요법이라며 된장이나, 소주 등을 바르는 것은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흔히 소주가 소독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또한 얼음을 환부에 계속 대고 있는 것도 금물이다. 자칫하면 이미 입은 화상에 동상이 생길 수 있다. 다음으로 소염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사용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부위가 넓다면 항생제를 복용해 세균 감염을 막아야 한다.

◆ 열성 홍반과 저온화상으로 생긴 색소침착

열성홍반의 경우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다. 열성홍반으로 인해 색소가 침착된 경우 심한 정도에 따라 치료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미백 연고나 레티노이드 계열의 연고를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가 시도되기도 하지만 회복이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박지영 원장은 “찬바람이 불면서 전기난로 등 온열기의 사용이 늘어나 열성홍반이 나타나는 저온화상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1인용 온열기 판매가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며 “온열기 사용시 장시간 사용을 자제하고 안전거리를 확보 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Tip. 온열제품 사용시 주의사항
- 장시간 사용시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자주 피부상태를 확인하고 피부가 울긋불긋 해졌을 때 전기매트나 이외 온열기 사용을 중단하거나 주의해야 한다
- 온풍기나 난로는 최소 1m이상 안전거리를 두고 사용해야 한다.
- 너무 뜨거울 때는 곧바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 피부가 약한 유아인 경우, 술을 많이 마신 경우, 수면제 복용을 한 후에는 온열기 사용을 자제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전원을 끈다.
- 이불 속이나 스토브 등의 난방 기구 근처에서는 고온이 되므로 사용을 주의한다.
- 당뇨병 등 혈액 순환 장해가 있는 환자는 사용을 자제한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의료계 뉴스 헬스케어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