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필 원장의 <의사의 노트>

허리디스크, 수술 없이 치료 가능성 10% 라면… 당신의 선택은?

압구정 노트 정형외과 의원황상필 대표원장
입력
2024-12-23

지난 2022년 여름, 40대 남성이 허리디스크 통증으로 다리까지 절면서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개인 사업을 하면서 잦은 술자리로 운동도 못하고 바쁘게만 지내다 한 달 전부터 통증이 심해졌다고 했습니다. 앞서 진료받은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고 다른 의사의 소견도 들어보고 싶어 일명 병원 투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분 말에 의하면 저는 여덟번째 의사였습니다. 총 7명의 의사 중 6명은 수술을 권유했고, 단 1명의 의사만이 수술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했답니다. 이분은 수술을 강력히 원치 않았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과 일치하는 의사의 소견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진단을 내렸을까요. 수술 없이 치료해보자고 했습니다. 자연치유 가능성은 10% 정도였습니다. 

당시 저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였지만, 점점 자연치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의지가 강하다면 수술 없이 치료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이하 3가지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입니다.

1) 발목의 근력 마비 정도가 4등급이었고(3등급부터 이상소견) 증상의 진행이 중단됨
2) 저림은 있으나 감각이 남아있어 발 딛는 것을 할 수 있었음
3) 통증은 있으나 보존적 치료(약물, 주사치료)로 버틸 수 있는 정도였음

이후 2년 동안 그분과 시행한 치료 과정은 이렇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생활습관 교정입니다. 그중 ‘금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술을 끊을 수 있다면 체중도 줄고 염증에 취약한 상태가 개선되면서 통증도 덜 느끼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증이 심해질 때는 약물처방과 주사치료를 최소로 시행했습니다. 주사치료에 효과가 없을 때는 신경성형술로 통증 개선을 도와주고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병행하여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려고 했습니다.

또한 통증이 수반되더라도 가능한 선에서 운동을 시행했습니다. 디스크 회복이 목적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서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칼로리를 소모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분의 경우 걷기는 힘들어해서 플랭크와 푸시업, 허리 스트레칭을 먼저 시작했고 통증이 줄어들면서부터는 걷기와 약간의 조깅, 복근운동을 겸하였습니다.


<MRI: 요추 5번 - 천추 1번간 디스크 탈출증 시간이 지나면서 디스크가 줄어드는 양상 관찰 가능 (자료제공: 압구정노트정형외과 황상필 원장)>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 그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론적으로 허리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있던 다리의 근육이 다소 얇아졌고 아직 발끝의 감각이 무딘 것이 남아있습니다. 어렸을 때 했던 검도를 얼마 전에 시작했는데 축발의 힘이 약간 약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디스크 탈출증을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 이겨냈던 경험이 쌓였고, 또다시 터진다고 해도 이전처럼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수술의 기준이라고 했던 것들이 정답이 아님을 이런 소수의 환자분들을 통해서 조금씩 증명되어가고 있습니다. 10%의 자연치유 가능성을 믿는 환자분들이 있다면 허리디스크 치료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그들이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리디스크 환자분들이 용기를 얻고 각자의 의지대로 치료 계획을 의사와 설계할 수 있는 진료문화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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