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입원 시 느끼는 중압감, 낯선 기분, 마취 전의 긴장감,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는 수술인 경우라도 이 모든 것이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과정이다. 어려운 결정인 만큼, 이런 고민 없이 아주 확실하게 누가 정해줬으면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느 의사는 이래야 한다, 다른 의사는 저래야 한다, 옆집 누구는 이걸 해보라, 앞집 누구는 저걸 해보라 세상에 내 편은 없는 기분이다.
암이나 뇌출혈같이 생명이 오가는 경우라면 당연히 의료진의 권고를 따르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 그러한 질환들조차 회색지대가 많다. 실제로 뇌출혈같이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질환조차 뇌 중심선의 이동이나 환자의 증상, 피의 두께 등 일정 기준을 잡은 학계 권고안이 있을 뿐이다. 기준에 애매하게 걸쳐 있으나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 한동안 지켜보기도 한다. 반대로 피의 양은 기준 미달이라도 증상이나 관찰되는 지표가 심하다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애매한 기준에 걸려 있는 경우라면, 비단 척추뿐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반된 의견들이 공존한다.
허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환자가 수술을 희망하는 경우는 너무 괴로워서, 참기 힘들어서 어떻게라도 낫기 원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경우조차 수술이 해답이 아닌 경우가 분명히 있다. 특히 척추의 경우 70%의 통증은 2~3주면 사라진다. 즉, 통증의 정도가 심해도 우선 통증만 적절히 조절해주면 아픈 시기가 지나가는 경우가 꽤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서, 디스크 탈출의 경우도 6주면 80%의 환자들의 통증은 호전된다. 골절의 경우도 3~6주면 통증이 호전되다 보니 골밀도가 너무 낮아서 무너지는 것이 예측된다거나 3주간의 침상안정이 환자에게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되고, 협착도 경미한 경우라면 보존적 치료가 우선 시행된다. 누가 봐도 해결해줘야 하는 병변이 아니라면 이렇게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해보고, 그 반응이 미흡하다면 그때 수술을 해도 보통은 늦지 않다. 신경은 아주 아주 작지만 조금의 탄력은 가진 조직이기 때문이다. 몇 주정도 시간을 주면 적응하기도 한다.
허리디스크가 아닌 경추나 흉추의 척수증 같은 경우에도 척수병증의 징후가 신체 검진에서 관찰되고 영상에서 척수가 눌리는 모습이 확인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수술이 필요함을 설명한다. 그러나 통증이 당장은 없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당장 증상은 조금씩 좋아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 대체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까? 사실 애매한 운동 또는 감각 마비 증상도 단기간의 보존적 치료로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의사는 수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것은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신경은 참 신비한 조직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긴 세포가 바로 신경이고, 수명이 가장 긴 세포이기도 하다. 동시에 너무나 연약해서 끊어진 세포가 재연결되기도 하고 놀랐던 세포가 다시 깨어나기도 하지만 한번 죽은 신경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이런 신경을 대함에서 겪는 첫 번째 어려움은, 신경 상태에 대한 평가자료가 너무나 투박하고 두루뭉술하다는 점이다.
신경전도 검사는 참고하는 수준의 검사일 뿐이고, 운동검사도 환자 개개인 차이나 주관적 차이가 다양하다. 신경이 정말 심하게 눌려 있어서 글씨체도 예전만 못하고 손이 가끔 뒤틀리는 증상이 있는데 본인은 불편해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굉장히 작은 장애지만 섬세한 직군을 가지고 있어 크게 불편해하는 환자도 있다. 결국 환자가 정말 나빠졌는지 좋아졌는지를 확인하기가 우선 어렵다.
두 번째 어려움은, 질환 진행 속도의 차이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아직 노화와 퇴행성 변화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역사상 없다. 병변이 있다면 속도의 차이는 있어도 점차 퇴행성 변화를 겪긴 할 텐데, 사람마다 정도가 정말 다르다. 5년, 10년에 걸쳐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심한 경우 몇 시간 단위로 악화하는 상황도 있다. 결국 데이터를 제시하는 수밖에 없는데, 역시 위에서 제시한 측정방식의 투박함 때문에 연구마다 차이가 크다.
그래도 연구마다 차이가 크다는 말은 너무 성의없지 않은가? 구체적인 숫자를 소개하자면 보통 경추 척수병증의 경우, 첫 1년에 10%, 2년에 25%는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다는 연구가 있고, 조금 더 예민하게 보는 연구에서는 2년 반 후에는 45~49% 정도의 사람들이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본다. 추간판 탈출의 경우는 절반 정도 되는 사람에게서 2년 정도의 추적 연구에서 탈출된 추간판의 흡수가 이루어지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협착 정도에 따라 증상을 경험하게 됨을 설명한다. 그러나 호전이 수년간 쭉 유지되는 경우, 며칠이 아니라 몇 시간 단위로 마비가 악화하는 경우, 신경병성 통증으로 통증 양상이 바뀌면서 해결되지 않는 만성 통증으로 진행되는 경우 그 차도가 다양하다.
결국 수술을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는, 보존적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통증의 원인병변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단기간으로 보면 물론 그냥 좋아질 수도 있으나 적당히 낮은 확률이라도 신경의 영구적 변성이나 손상, 장기간의 장애가 우려되는 경우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의 소통이 신뢰로 이어지고 나아가 더 좋은 치료결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바른 자세는 대체 뭔가요? 척추엔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척추에는 어떤 음식이 좋을까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주사나 시술은 일시적인 것 아닐까요? 환자들이 척추에 대해 흔히 하는 질문들, 평소 자세히 듣지 못하는 답변에 대한 일상 생활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