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뇌전증, 치료 늦어지면 뇌 발달 장애 생깁니다”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0.02.03 08:15   수정 2022.11.28 15:34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소아 뇌전증 명의'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 교수/세브란스병원 제공

흔히 간질이라고 알려진 ‘뇌전증’은 전 인구의 1%에서 경험을 한다. ‘갑자기 쓰러져서 사지를 떨며 눈이 돌아가는 병’ ‘귀신 들린 병’ 등 사회적 낙인이 심해 흔한 병인데도 불구하고, 병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많다. 2012년에는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뇌전증은 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소아는 빨리 뇌전증을 치료해야 뇌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뇌전증을 방치하면 뇌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평생 지적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도 있다. ‘소아 뇌전증 수술 명의’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 교수는 “앞길이 창창한 아이들이 치료가 늦어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석 교수에게 소아 뇌전증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뇌전증은 어떤 질환인가?

뇌 신경세포들이 갑자기 무질서하게 과흥분하면서 발생하는 발작 증상이다. 뇌는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관장하는데, 마치 전선(電線)이 합선된 것처럼 스위치를 켜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면 경기, 발작, 불수의 운동 등이 발생한다. 이런 행동들이 만성적으로 반복될 때 뇌전증이라고 한다.

-소아 뇌전증, 성인 뇌전증과 어떻게 다른가?

성인과 소아는 뇌전증 원인에 차이가 있다. 성인의 경우는 뇌종양, 뇌졸중, 외상 등이 원인이다. 소아 뇌전증의 경우는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뇌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생성되지 못한 ‘대뇌피질 이형성증’이 가장 대표적이다. 뇌가 다 성숙한 성인은 뇌전증 때문에 뇌신경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다. 그러나 어린 아이는 뇌신경 발달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뇌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인가?

아이는 자라면서 뇌가 구조적, 기능적으로 성숙한다. 그러나 뇌전중 발작을 하면 허혈성 뇌 손상이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다. 발작 자체가 뇌 발달을 막는 것이다. 나중에는 지적장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어릴 때 가급적 빨리 뇌전증을 조절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또한 뇌전증 발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위험도 있다.

-소아 뇌전증 왜 생기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뇌 형성 단계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아 뇌전증의 주요 원인인 대뇌피질 이형성증의 경우 유전자 한 개가 잘못 돼 발생한다. 난치성 뇌전증으로 뇌수술을 받은 77명의 뇌조직과 혈액·타액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을 했다. 그 결과 12명(15%)의 환자들의 뇌 조직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다. 이는 2015년에 우리 연구팀이 최초로 밝혀낸 사실로 ‘네이처 메디슨’지에 게재가 됐다.

-소아 뇌전증 증상은?

천태만상이다. 문제가 생긴 신경세포 부위에 따라 다양한 발작 증상이 나타난다. 먼저 양쪽 뇌에 전기적인 이상 자극으로 신경세포가 과흥분이 되면 의식이 없어지면서 팔다리가 꼬이고 눈도 돌아가는 발작이 온다. 이를 ‘전신 강직 간대성 발작’이라고 한다. 갑자기 근육이 수축하는 것은 ‘근간대성 발작’도 있다. 이들은 모두 전신에 나타나는 반응이라 대발작으로 분류한다. 소발작도 있다. 갑자기 멍해지는 것 등이다. 의식이 잠깐 없어졌다 돌아오는데, 1분을 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무긴장성 발작’은 갑자기 근육의 힘이 쭉 빠져 고개나 팔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갑자기 고개를 떨구면서 쓰러져 헬멧을 쓰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뇌의 작은 부분에 이상 자극이 오는 단순 국소 발작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의식은 있다. 팔, 다리만 이유 없이 흔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돌 전에 아기들이 갑자기 팔다리를 쭉 뻗거나 웅크리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뇌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를 영아 연축증이라고 하는데, 심한 뇌전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소아 뇌전증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3분의 2는 약물 치료만으로 좋아진다. 약은 항경련제를 쓴다. 나머지 3분의 1은 약물 치료로 해결이 안된다. 이를 ‘난치성 뇌전증’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는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뇌 정밀 검사를 통해 뇌에서 과흥분이 발생하는 시작 부위(병터)를 살핀다. 병터를 제거하는 등의 수술을 해야 한다. 90%에서 효과를 본다.

-약은 평생 먹어야 하나?

발작이 조절되면 약을 끊을 수 있지만 수년을 먹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장기간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장기간 약물 치료로 인한 합병증보다는 약을 먹지 않아서 생기는 발작 그 자체가 가져오는 뇌손상이 훨씬 더 위험하므로 적극적인 약물 치료는 필수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 교수/세브란스병원 제공

-수술은 어떻게 해야 하나?

뇌전증의 종류, 병터 부위, 발작 정도에 따라 수술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수술 법이 ‘병터 제거술’이다. 뇌에 국소적인 이상(병터)이 있어서 뇌전증이 생기는 경우 ‘병터’를 제거해 뇌전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이론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수술법이다. 문제는 어떻게 병터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발작의 모양과 정도, 형태 분석, 뇌파 검사(일반 검사, 24시간 뇌파-비디오 검사), MRI, SPECT(뇌 혈류 변화를 영상화), PET(뇌의 당 대사 정도를 영상화), WADA(뇌혈관 촬영을 통한 언어기능 검사), functional MRI(뇌기능을 MRI로 영상화) 등으로 병터를 찾을 수 있다. 병터가 확인되면 너무 광범위한 부위를 절제하지 않고 병터만 정확히 구분하기 위해 뇌 표면에 직접 전극을 넣거나(경막하 전극 삽입술) 뇌의 깊은 부위에 전극을 찔러 넣고(심부 전극 삽입술) 3~7일간 비디오-뇌파 검사를 시행해 발작파가 나오는 부위를 확인하고 병터를 제거한다. 수술 성적도 좋아 90% 이상에서 발작을 줄일 수 있고, 약 70%의 환자는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서 병터 제거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터가 양쪽 대뇌에 너무 광범위하게 있어 모든 병터를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 병터의 위치가 운동신경, 언어 중추, 생명 등과 관련된 중요한 뇌 부위인 경우에는 병터 제거술을 하기 어렵다.

-병터 제거술이 어려운 환자는 어떤 수술을 하나?

병터 제거술이 어려운 환자에서는 좌우 뇌로 광범위하게 발작파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뇌량 절단술을 할 수 있다. 뇌량은 좌우 뇌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신경섬유 다발로, 머리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뇌량 절단술은 병터 제거술과 달리 뇌전증 완치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발작의 강도와 횟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소아의 뇌 발달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머리 떨꿈 같은 특정 뇌전증에는 특별히 좋은 결과를 보이기도 하고, 10% 정도의 환자는 수술 전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병터가 수술 이후 국소화되어 이차적으로 병터 제거술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병터가 한쪽 대뇌 반구 전체에 광범위 하게 있는 경우에는 한쪽 대뇌 반구를 전체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을 했지만(대뇌 반구 제거술), 최근에는 병터가 있는 반구를 전혀 제거하지 않고 정상적인 대뇌 반구와 기능적으로만 완전히 차단하는 수술(기능적 대뇌 반구 절단술)을 시행해 발작파가 퍼지지 않도록 한다.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95% 전후의 좋은 치료 성적을 얻을 수 있다.

-머리를 열지 않고 하는 수술도 있나?

목 주변 내경동맥 바로 옆에 있는 미주신경에 전극을 넣어 미주신경을 저주파로 자극해 대뇌 전체에 광범위하게 발작파가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미주신경 자극술이 있다. 또 대뇌 깊은 곳의 심부핵에 전극을 넣어 발작 조절을 기대하는 심부 자극기 삽입술도 있다. 수술 효과가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뇌손상 없이 발작 정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머리를 여는 수술이 위험하지 않나?

소아 뇌전증 수술은 통상 시행하는 여느 개두술보다는 수술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보다 더 정밀하고 더 정확해야 하며, 수술 전후로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수술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소아 뇌전증은 조절되지 않는 발작 기간이 길수록 뇌손상이 중첩되어 회복할 수 없는 장애를 남기는 반면, 수술 후 회복되는 속도와 정도는 환아가 어릴수록 좋기 때문이다. 뇌를 일부 제거 해도 '신경 성형 능력'이 있어 마비가 와도 80~90%는 회복이 된다.

-적절한 수술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뇌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약물 치료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갖는다. 그러다가 시간을 지체한다. 특히 소아 뇌전증의 원인이 대뇌피질 이형성증이라면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도 2년 동안 약물 써보고 수술하라고 한다. 그러나 발작이 심하면 2년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수술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돌 전이라도 말이다. 발작으로 인해 뇌발달이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 쉽지는 않지만 수술 효과는 어릴 수록 좋다.

-수술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평균적으로 수술 환자의 50%는 약까지 끊을 정도로 증상이 좋아진다. 20~30%는 발작이 줄고 약을 줄일 수 있다. 10%는 수술 전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내 환자 중에 돌 전에 수술을 해서 지금 8살이 된 여자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왼쪽 뇌를 잘랐는데 현재 뇌전증 발작이 없어져 약도 끊었으며, 오른쪽 팔에 미세한 운동 장애만 남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정교한 작업까지는 안되지만 학교 생활이나 일상에는 문제가 없다.

-뇌전증 환자의 편견에 대해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뇌질환인 데도 불구하고 병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진다. 뇌전증을 정신질환이나 전염병이라고 알고, 학교생활, 취직, 결혼 등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뇌전증의 3분의 2는 약물 치료로 발작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수술 효과도 좋다.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뇌전증 환자의 경제적 지원 등을 위해 지난해 뇌전증 지원법이 발의됐다.

김동석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의대 신경외과 교수, 연세의대 뇌전증연구소 소장,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회장이다. 김 교수는 소아 뇌전증 수술에 있어 독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900례의 수술을 했다. 1살 미만 아기는 100례 이상 했다. 현재 김동석 교수팀은 국내 소아 뇌전증 수술의 80% 이상을 시행하고 있다. 전세계 단일 병원에서 수술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해외 연수 등으로 병원을 비우지 못할 정도로 부모들의 신뢰가 크다. 최근 안식년으로 6개월을 쉴 예정이었지만, 보호자들의 성화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쉬워하지 않는다. 소아 뇌전증 환아들이 수술을 하고 좋아져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큰 기쁨을 느낀다. 지금도 큰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면 잠이 안올 정도. 뇌전증의 원인을 밝히는 기초 연구에도 관심이 많다. 2015년에는 뇌전증 유발 유전자를 최초로 규명한 연구를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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