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통증, 빈혈·체중 변화 없어… 내장의 과민성을 원인으로 추정 항우울제 복용, 심리치료 병행
특별한 원인이 없이 툭하면 배가 아프다면 '기능성 복통증후군'을 의심하자. 복통은 원래 염증, 결석, 암 등에 의해 발생한다. 흔한 원인 질환은 맹장염, 담석, 요로결석, 자궁질환, 방광염, 위암 등이다.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석채 교수(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학술이사)는 "복통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다"라며 "최근 원인 모를 복통이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를 기능성 복통증후군이라고 부르면서 병의 특성과 치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툭하면 이유 없이 배아픈 사람은 스트레스·우울감이 원인인 ‘기능성 복통증후군’일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특정 부위 아닌 배 전체가 아파
기능성 복통증후군의 증상은 만성적으로 배가 아프고, 특정 부위만 아픈 것이 아니라 복부 가운데나 윗부분이 넓게 아픈 특징이 있다. 오심·구토, 골반통·흉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최석채 교수는 "복통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재발성 경과를 보이며 체중 감소와 빈혈이 없고 밤에 통증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능성 복통증후군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조사는 없지만, 기능성 복통증후군의 유병률은 미국 인구의 1.7%로 보고되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기능성 복통증후군은 '내장(內臟) 과민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석채 교수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반복적인 미세 염증이 위장에 있는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과정을 증폭시켜 내장의 과민성이 증가, 복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항우울제로 치료
기능성 복통증후군이 의심되면 일단 혈액, 내시경, CT 등의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이들 검사에서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으면 기능성 복통증후군이라고 보고 치료를 시작한다. 최석채 교수는 "기능성복통의 상당수는 스트레스·우울 등 심리적인 요인과 관련이 깊어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복통증후군에는 항우울제를 주요 약제로 쓴다. 최 교수는 "일차적으로 항경련제 등을 쓰다가 한 달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으면 항우울제를 우울증 치료 용량의 절반 정도만 쓴다"고 말했다. 항우울제는 뇌에서 통증 신호를 억제해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