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적으로 적출된 장기를 이식을 위해 운반할 때 냉장보관 방법을 이용한다. 보존액 속에 간을 넣고 얼음 위에 얹어 이동한다. 하지만 최근 이식용 간을 운반할 때 체온을 유지시켜도 장기 조직의 질이 향상되고 폐기율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서유럽 전체에서 간 이식을 하는 2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모두 간염이나 간 경화, 간암 등으로 간의 기능을 상실한 사람들이었으며, 간 장기이식 대상자였다. 임상시험에는 이식용 간의 체온(37도)을 유지하기 위해 산소가 풍부한 혈액과 항응고제, 각종 영양소를 간에 공급할 수 있게 돕는 ‘메트라(Metra·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라는 장치가 사용됐다. 오건옥스(OrganOx)에서 개발한 메트라는 ATP를 감소시키고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는 이전의 냉장보관 방식에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분석돼왔다. 더불어 장치에서 공급하는 혈액은 간의 염증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역세포를 제거한 채 순환되기 때문에 최적의 환경에서 보관 및 이동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장기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간의 혈류나 담즙생성 능력, 젖산 청소율 등의 성능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실험 대상자들에게는 ‘메트라에 보관된 간’과 ‘얼음 위에 보관된 간’ 중 하나가 무작위로 할당됐다.
임상시험 결과, ‘메트라에 보관된 간’을 수혜 받은 사람들은 ‘얼음 위에 보관된 간’을 수혜 받은 사람들에 비해 장기 손상과 관련된 효소의 수준이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명적인 장기이식 합병증 경험의 경우, 메트라에 보관된 간의 수혜자는 10%, 얼음에 보관된 간의 수혜자는 30%가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폐기율 측면에서도 얼음에서 보관된 간이 메트라에 보관된 간 폐기율의 2배였다. 더불어 메트라는 평균 12시간 동안 간을 보존할 수 있었지만 얼음은 8시간 동안 간을 보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적으로 얼음에서 보관된 간 보다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20% 높아졌다. 다만 임상시험 기간이 1년으로 너무 짧고 참가자 수가 적어, 환자의 장기간 생존율 차이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연구팀은 “메트라의 장기 보관 기술이 테스트를 통과해 널리 사용될 수 있으면, 이식 가능한 장기 공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수혜자에게 공급될 간이 공급자에게 있었을 때 보다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희망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건옥스의 메트라는 유럽에서는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에서는 마지막 단계 테스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1회 사용 비용이 600~1000만 원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사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팀은 '냉장보관 할 경우 이식이 부적절함’이라고 판정된 간을 메트라에 넣고 회복시켜 이식에 사용이 가능할지에 대한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전문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