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민의 인간관계 설명서]

“이제 와서 이혼이라니, 남은 인생을 혼자 보낼 자신이 있을까?”“아이들도 다 컸고, 내 삶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결혼 생활 30년, 이제 남은 것은 지루한 침묵뿐이라고 생각하는 부부가 있다. 함께 보낸 세월보다 남은 시간이 더 길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과거에는 노년기 이혼이 극히 드문 일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함께한 세월을 뒤로하고 갈라서는 부부들
지난 해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이혼 건수는 9만 2000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 된 부부들의 이혼율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서울시 자료에서도 이혼 부부 중 결혼 20년 이상 지속한 경우(27.3%)가 결혼 4년 이내(2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황혼이혼이 이제 더 이상 사회적으로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녀를 모두 성장시킨 부부가 비교적 나이가 들어 이혼하는 유형을 ‘황혼이혼’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50대 이후의 인생을 ‘인생의 황혼기’라고 말한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독립했을 무렵 부부의 나이는 50~60대 정도가 되는데, 때문에 이 시기의 이혼을 황혼이혼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나도 더 이상 참고 살지는 못하겠어”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기대 수명의 증가와 삶의 질에 대한 인식 변화다.
▷기대 수명의 증가와 새로운 인생에 대한 인식 변화=과거에는 50~60대가 되면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로 여겼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건강한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이 시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부부가 자녀를 독립시킨 후에도 30년을 함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통계적 사실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과거에는 자녀 양육과 경제적 이유로 갈등을 참고 살아왔지만, 자녀가 성장하고 독립한 후에는 더 이상 참고 살 이유가 없어진다. 남은 인생을 '갈등 속에서 참고 사느냐' 혹은 '새로운 시작을 하느냐'라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역할 변화=황혼이혼의 증가 원인 중 하나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다. 과거에는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경제적 이유로 인해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여성의 경제적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2.1%로 과거보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의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은퇴 이후에도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부부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의 변화와 가치관 차이=과거 한국 사회에서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남성은 가정을 부양하고, 여성은 집안일과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부부 관계에서 평등한 역할 분담이 중요해졌다. 현재의 50~60대 부부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현대적인 가치관을 모두 경험한 세대이다. 결혼 당시에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부부 관계에서도 평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거의 성 역할을 고수하려는 배우자와 변화에 적응한 배우자 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남편이 여전히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이제는 서로 돕는 시대’라고 인식한다면,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는 누적된 갈등을 폭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멀어졌고, 또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부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최근 몇 년간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갈등 속에서 살아왔다. 그동안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갈등을 피하고, 참고, 견디는 방식으로 살아온 경우가 많다. 젊은 부부들은 갈등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싸우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은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십 년 혹은 그 이상을 침묵하며 살아왔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갈등 해결의 첫 단계는 언제나 ‘대화’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배우자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부장적인 남편이라면 오래된 권위를 내려놓고 아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아내 역시 무엇이 섭섭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감정이 아닌, 관계 자체를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부부 갈등은 감정적인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패턴이다. 부부가 갈등을 겪을 때, “당신이 이래서 문제야”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 관계에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아, 함께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거나,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생’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은 남은 인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제 와서 혼자 살 자신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혼 결정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혼을 선택할지, 관계를 회복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감정적인 충동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과 대화 끝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같은 집에 있었지만, 같은 시간을 산 건 아니었다면
결혼 생활 수 십년 동안 부부는 수많은 기쁜 순간과 섭섭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다. 많은 부부가 “이제 와서 변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지만, 부부 관계는 충분히 변할 수 있다. 다만 변화는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만들어진다. 황혼이혼은 단순히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을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대화와 이해의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배우자가 아닌 ‘인생을 함께한 동반자’라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남은 인생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생활 30년, 이제 남은 것은 지루한 침묵뿐이라고 생각하는 부부가 있다. 함께 보낸 세월보다 남은 시간이 더 길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과거에는 노년기 이혼이 극히 드문 일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함께한 세월을 뒤로하고 갈라서는 부부들
지난 해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이혼 건수는 9만 2000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 된 부부들의 이혼율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서울시 자료에서도 이혼 부부 중 결혼 20년 이상 지속한 경우(27.3%)가 결혼 4년 이내(2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황혼이혼이 이제 더 이상 사회적으로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녀를 모두 성장시킨 부부가 비교적 나이가 들어 이혼하는 유형을 ‘황혼이혼’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50대 이후의 인생을 ‘인생의 황혼기’라고 말한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독립했을 무렵 부부의 나이는 50~60대 정도가 되는데, 때문에 이 시기의 이혼을 황혼이혼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나도 더 이상 참고 살지는 못하겠어”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기대 수명의 증가와 삶의 질에 대한 인식 변화다.
▷기대 수명의 증가와 새로운 인생에 대한 인식 변화=과거에는 50~60대가 되면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로 여겼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건강한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이 시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부부가 자녀를 독립시킨 후에도 30년을 함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통계적 사실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과거에는 자녀 양육과 경제적 이유로 갈등을 참고 살아왔지만, 자녀가 성장하고 독립한 후에는 더 이상 참고 살 이유가 없어진다. 남은 인생을 '갈등 속에서 참고 사느냐' 혹은 '새로운 시작을 하느냐'라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역할 변화=황혼이혼의 증가 원인 중 하나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다. 과거에는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경제적 이유로 인해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여성의 경제적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2.1%로 과거보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의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은퇴 이후에도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부부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의 변화와 가치관 차이=과거 한국 사회에서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남성은 가정을 부양하고, 여성은 집안일과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부부 관계에서 평등한 역할 분담이 중요해졌다. 현재의 50~60대 부부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현대적인 가치관을 모두 경험한 세대이다. 결혼 당시에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부부 관계에서도 평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거의 성 역할을 고수하려는 배우자와 변화에 적응한 배우자 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남편이 여전히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이제는 서로 돕는 시대’라고 인식한다면,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는 누적된 갈등을 폭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멀어졌고, 또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부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최근 몇 년간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갈등 속에서 살아왔다. 그동안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갈등을 피하고, 참고, 견디는 방식으로 살아온 경우가 많다. 젊은 부부들은 갈등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싸우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은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십 년 혹은 그 이상을 침묵하며 살아왔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갈등 해결의 첫 단계는 언제나 ‘대화’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배우자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부장적인 남편이라면 오래된 권위를 내려놓고 아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아내 역시 무엇이 섭섭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감정이 아닌, 관계 자체를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부부 갈등은 감정적인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패턴이다. 부부가 갈등을 겪을 때, “당신이 이래서 문제야”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 관계에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아, 함께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거나,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생’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은 남은 인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제 와서 혼자 살 자신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혼 결정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혼을 선택할지, 관계를 회복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감정적인 충동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과 대화 끝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같은 집에 있었지만, 같은 시간을 산 건 아니었다면
결혼 생활 수 십년 동안 부부는 수많은 기쁜 순간과 섭섭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다. 많은 부부가 “이제 와서 변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지만, 부부 관계는 충분히 변할 수 있다. 다만 변화는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만들어진다. 황혼이혼은 단순히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을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대화와 이해의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배우자가 아닌 ‘인생을 함께한 동반자’라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남은 인생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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