胃 과하게 움직이거나 예민한 탓 복통·더부룩함·속쓰림 등 나타나 위전도·감각기능 검사로 진단 소화제 효과 없어… 다른 약 써야
"기능성 소화불량은 진료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화기 질환이지만, 병이 아니라고 생각해 소화제·탄산음료 등을 먹으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 복통·더부룩함·속쓰림·복부 팽만감 등이 3개월 이상 나타나면 빨리 치료해야 삶의 질도 높아지고 치료 기간도 줄어듭니다."
지난 4월,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질환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홍성표 교수의 말이다. 그는 기능성 소화불량이 있는데도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제대로 치료받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인구의 10% 이상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암이나 소화기궤양 등 특별한 위장질환이 없는데 복통·더부룩함·속쓰림·복부 팽만감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홍 교수는 "2000년도 국내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 중 70%가 기능성 소화불량이었을 정도로 환자가 많다"며 "내시경 검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일반인들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란 질환에 대해 잘 몰라서 단순히 체했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을 방치하면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고, 더부룩함·복통 같은 증상이 계속돼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평소 위(胃)에 불편함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서 대처해야 한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치료 기간도 짧아진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질환학회장 홍성표 교수(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일반적인 소화제로는 치료가 안 되고, 신경전달물질 조절 약물 등 소화불량 유발 원인에 따라 다른 약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홍 교수에 따르면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운동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위가 제대로 늘어나지 않는 경우 ▲위의 신경이 예민한 경우다. 위는 가만히 있지 않고 운동하는 기관이다. 건강한 사람은 1분에 3번 수축 운동을 한다. 그러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는 위가 1분에 3번 이상 과도하게 움직이는 등 이상 운동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몸에서 평소에 인식하는 진동이 아니기 때문에 울렁거림·메스꺼움 증상이 나타난다. 홍 교수는 "위의 운동 리듬이 달라져 기능성 소화불량이 생기는 사람은 당뇨병 환자인 경우가 많다"며 "위에는 근육과 신경을 연결시켜주는 간질세포가 있는데,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이 세포들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고 이렇게 되면 근육과 신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운동 리듬이 깨진다"고 말했다.
위는 상부가 튀어나온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음식물이 들어오면 이 부분이 점점 늘어나면서 음식물을 저장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제대로 늘어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홍 교수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건강하다가도 갑자기 위 상부가 제대로 늘어나지 않는 증상이 생긴다"며 "이렇게 되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더부룩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이 줄어든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위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위에 음식이 조금 들어와도 과식한 것 같은 불편함을 잘 느낀다. 홍 교수는 "보통 사람은 200㏄ 정도의 음식물이 들어가면 팽창으로 불편함을 느끼지만, 남들보다 위 신경이 예민하면 100㏄ 정도만 들어와도 불편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 등으로 십이지장이 산성화(酸性化)될 경우 위 신경이 예민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위 신경이 예민하면 통증이나 속쓰림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내시경으로는 위의 운동이나 예민함을 알 수 없어 진단이 어렵다. 홍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 진단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이 아닌 위전도검사·위감각기능검사·방사성동위원소검사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장이 1분에 얼마나 뛰는지 보기 위해 심전도검사를 한다면 위전도검사는 위가 1분에 얼마나 운동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검사다. 복부에 검사장비를 부착하고 측정한다. 위감각기능검사는 위 속에 풍선을 넣어 팽창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지 검사한다. 방사성동위원소검사는 음식물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넣고, 음식물이 얼마나 빨리 혹은 늦게 소화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치료는 약물이 기본이다. 증상에 따라 위의 운동리듬을 조절하거나, 신경을 둔하게 만들거나, 위가 늘어나는 것을 돕는 신경물질(세로토닌·도파민)을 조절하는 약을 쓴다. 복용 기간은 1주일부터 2~3년까지 증상에 따라 조절한다.
홍 교수는 "소화제는 과식을 했을 때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지만,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들은 과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효과가 없다"며 "탄산음료의 가스 성분은 위를 더 팽창시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