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지방은 몸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 글 남기선(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사진 셔터스톡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7.04.13 09:00

    필수영양소 재발견

    ‘지방’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날씬한 몸매를 망치고, 성인병을 유발하는 ‘공공의 적’이자 피해야 할 영양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2배 이상 많은 열량을 낸다. 따라서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하고 여러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뱃살의 주범, 비만의 상징인 체지방은 단지 섭취한 지방에서만 기인되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도 필요 이상 과하게 섭취하면 지방으로 전환되어 저장된다. 바로 지방이 체내에서 가장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뱃살이 밉다고 하여 지방까지 미워할 일은 아니다.

    지방은 모든 세포를 구성하고 에너지를 제공하며, 체온을 유지하고 장기를 보호하는 담요와 같은 역할을 하는 아주 고마운 영양소이다. 세포 간 소통에 필요한 호르몬이나 신호전달물질을 만들고, 지용성 비타민(A, D, E, K) 흡수에도 필요하다. 우리 몸의 대사와 기능이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적당량의 지방은 꼭 먹어야 한다. 특히 아이의 식사에서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만큼 중요한데, 만약 아이들에게도 심하게 고지방식품 섭취를 제한하면 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을뿐더러 성장 발달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이 결핍되거나 비타민, 무기질 섭취량도 부족해질 수 있다.

    견과류

    트랜스지방은 가급적 피해야

    그런데 지방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먹는 지방의 주성분은 지방산이고 어떤 지방산으로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지방의 가치가 달라진다. 지방산은 크게 포화지방산, 불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산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별히 불포화지방산 중에 ‘필수지방산’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지방산 두어 가지는 인체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이다. ‘지방은 뭐고, 지방산은 또 뭐지?’ 하고 복잡해 보이면 그냥 같은 것으로 생각해도 된다. 엄밀히 말하면 지방과 지방산이 다르지만 지방산을 지방이라고 통칭하여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는 지방을 그냥 포화지방이라고 말한다. 불포화지방은 건강에 도움이 되고 그다지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포화지방은 많이 먹으면 해가 더 많고 트랜스지방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지방이다.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이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보통 실온에서 딱딱하게 굳는 지방인데, 육류나 우유 및 유제품 등 동물성식품에 많이 들어 있다. 곰국을 끓여 식히면 위에 하얗게 굳은 기름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포화지방이다. 불포화지방은 콩기름, 올리브유, 카놀라유 등 실온에서 액체인 식용유와 견과류(땅콩,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 등 식물성식품에 많다. 동물성식품으로는 고등어, 꽁치, 청어, 연어, 참치 등의 생선 기름이 여기에 속한다.

    두뇌 발달과 시각 기능에 중요하고 고지혈증 위험을 낮춘다는 오메가3지방산(DHA, EPA 등)도 바로 불포화지방산 중의 한 종류다. 한편 트랜스지방은 액체 기름을 인위적으로 반고체 상태로 만드는 과정 중에 생성되는 것으로 마가린이나 쇼트닝에 들어 있다. 트랜스지방도 불포화지방이기는 하지만 그 성질이 포화지방보다 더 고약하여 건강에는 좋지 않은 지방으로 분류된다.

    불포화지방산도 균형있게 먹어야

    우리가 먹는 지방은 ‘기름’이라고 이름 붙은 음식뿐 아니라, 고기와 생선, 우유, 치즈, 라면, 마요네즈, 아이스크림 또는 견과류 등 다양한 식품에 들어 있다. 눈으로 구별할 수 없다 해도 입에 넣어 부드럽고 고소하며 풍미가 있는 음식에는 모두 지방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단백질식품’으로 여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는 종류에 따라 단백질보다 지방이 더 많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입에서 살살 녹는 꽃등심 100g에는 지방과 단백질이 각각 20g 내외 함유되어 있고, 삼겹살에는 단백질 함량의 5배나 되는 지방이 들어있다. 흔히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을 주문하면 200g 정도를 주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지방이고, 지방의 40%가 포화지방이며, 지방의 열량만으로도 1000kcal에 육박한다. 삼겹살이 ‘국민 회식 메뉴’라고 꼽히는 것으로만 봐도 우리 국민의 지방 급원 식품 1위가 바로 ‘돼지고기’라는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럼, 어떤 식품을 통해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 포화지방산은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을 제외하면 동물성식품이 아닌 식물성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물성기름이라도 튀김 요리를 할 때는 식용유를 반복 사용하지 않아야 좋은 지방을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다. 또한 학자들은 불포화지방산도 단가불포화지방산 및 오메가6지방산, 오메가3지방산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오메가6지방산만 과하게 먹고 있다. 그래서 좋은 지방의 급원으로 견과류를 추천한다.

    견과류 하루 한 줌 먹으면 좋은 이유

    견과류는 종류에 따라 영양 성분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중량의 50~70%가 지방이고, 단백질 비율이 15~20%이기 때문에 단백질식품으로 분류하거나 지방의 급원 식품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또한, 오메가3지방산 외 단가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어 주는 대신 H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고, 혈중 중성지방을 줄여 혈액 순환과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지방 함량이 많다는 것은 칼로리가 높다는 것이니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메가3지방산 함량은 호두가 가장 많지만 산화를 막아주는 비타민 E는 아몬드가 월등히 높으니, 한 가지 종류를 많이 먹는 것보다 다양한 종류를 소량씩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견과류의 권장 섭취량은, 일반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한줌(1온스, 약 28g), 대략 25~30g이다. 기억하기 쉽게, 땅콩 10개나 호두 2알 또는 잣 1큰 술 정도가 각각 견과류 10g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한 번에 먹을 분량만큼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런 상품에는 소금이나 당분을 추가한 것들도 있으니 잘 살펴 골라야 한다.

    가급적 조미 없이 볶기만 한 것을 고르거나 집에서 껍질째 볶거나 삶아서 먹기를 권한다. 특히 껍질을 벗긴 후에는 지방의 산패가 더 급속히 진행되고 맛과 향이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반드시 밀폐용기에 담아 공기를 최대한 차단하여 냉동 또는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남는 지방, 나쁜 지방은 우리 몸의 독소가 된다. 그러나 적정량의 지방, 건강한 지방은 몸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지방의 누명을 벗겨주고 고마운 지방을 맛있게 즐겨보자.

    남기선 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

    남기선 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부회장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석사,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과 연구교수를 지냈다. 《두부콩밥상》, 《저염밥상》, 《뱃살잡는 Low GL 다이어트 요리책》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