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녹내장, 노안으로 여겨 방치했다간 失明까지

[메디컬 포커스] 노인 안질환

박영숙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 진료과장
박영숙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 진료과장
추석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본다는 설렘이 크겠지만 올 추석은 부모님의 눈을 잘 들여다보자. 안(眼)질환을 앓는 노인은 많지만 나이탓 이라며 방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발병한 질환 2위가 '백내장'이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에 이물질이 끼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으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백내장은 물체가 희미하고 뿌옇게 보이거나 사물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또 밝은 곳에서 오히려 눈이 침침한 주맹(晝盲)현상도 생긴다. 부모님께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는지, 침침하지는 않는지 물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백내장은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를 갈아끼우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해결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실명할 수 있다.

부모님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묻는 게 좋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눈 혈관 같이 굵기가 가는 혈관부터 망가진다. 그러면 눈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안 되면서 시력을 잃게 된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실명 가능성이 20배 이상 높고,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으면 당뇨병성망막증 위험이 60~70% 높다. 또 고혈압이 있으면 소위 '눈 중풍'이라 말하는 망막혈관폐쇄증 위험이 높다. 이 병은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과 마찬가지로 눈의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한 순간에 시력이 떨어져 눈앞에 물체가 아른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 외에도 시야가 점점 좁아지거나 눈 앞에 커튼이 쳐진 것처럼 보이는 망막박리, 날파리나 먼지가 떠다니는 것같은 비문증, 증상이 없다 말기가 돼야 시야가 답답하게 보이다 시력을 잃는 녹내장 등도 있다.

나이가 들면 낙상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데, 낙상은 뼈가 약해도 위험이 커지지만 눈이 잘 안 보여도 발을 헛디디거나 장애물에 걸려 낙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노년기의 건강한 눈은 구백냥 이상의 가치가 있다. 노년기 삶의 질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추석 같은 명절에라도 부모님의 눈 건강을 살펴보는 게 현명하다.

노인 안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놓치기 쉽지만 한 번 생기면 진행이 빠르다. 따라서 지금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도 1년에 2번 안과 정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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