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래 먹으면 위장관이나 간, 심혈관계에 부작용이 생긴다는 게 문제였다. 1994년 케토톱이 나오면서 약을 먹지 않고도 관절염증을 다스릴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초의 붙이는 진통제
처음엔 ‘파스 같지 않다’는 불만 많아

1994년 화장품으로 유명한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중앙연구소가 세계적인약물전달시스템 전문 연구소인 미국 유타대 TTI의 기술자문을 받아 5년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약이다.
피부는 자체적으로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어 약이나 화장품 같은 외부 물질이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 화장품 회사나 제약사 모두 피부의 보호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성분을 효과적으로 피부를 통해 전달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처음 제품이 나왔을 때 ‘먹지 말고 붙이세요’라는 광고 문구로 인기를 끌긴 했지만 약국에 항의를 하러 온 환자들도많았다. 기존 쿨이나 핫 파스만큼 시원하지도 후끈하지도 않다는 게 이유였다. 맨솔이나 캡사이신이 들어 있지 않으니 낫는 느낌이 덜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출시 1년 만에 매출 100억원, 2년 후에는 매출 200억원을 달성할 만큼날개 돋힌 듯 팔렸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미국·독일·일본·영국·캐나다 등 15개국에서 특허를 받았고, 출시 직후 과학기술처의 KT마크, 장영실상, 제제기술상 등을 받았다.
케토톱 출시 후 유사 제품이 많이 출시되면서 붙이는 관절염치료제 시장이 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는데, 케토톱은 현재까지 마케팅 조사기관 조사에서 붙이는 관절염치료제 매출 1위, 브랜드 인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케토톱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우영 연구소장은 이후에 태평양제약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가족 중심의 경영 환경에서 전문경영인도 아닌 연구직 출신이 최고경영자에 오른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염증이나 통증이 생기면 우리 몸은 원래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프로스타글라딘’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게 통증의 원인이다.
케토톱의 주성분인 케토프로펜은 프로스타글라딘의 생성을 막아 통증을 잡는다. 문제는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케토프로펜 약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케토톱은 케토프로펜을 피부를 통해 염증 부위에 바로 전달하는 약이다. 통증 부위에 케토톱을 붙이면 케토프로펜 성분이 피부 지질층을 통해 흡수되고 단백질층인 케라틴층을 따라 약이 흡수된다.
주인 바뀌는 우여곡절 있었지만 “무조건 Go!”

관계당국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하루에 케토톱을 1200장이나 처방받은 사람도 있었다. 그로 인해 2008년에 건강보험 지원 항목에서 제외되면서 매출이 35.7%나 줄었지만 이후 점차 회복해 2013년에는 2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한독이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케토톱의 주인이 바뀌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독이 200억원대의 케토톱을 손에 넣음으로써 제약업계 1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인이 바뀌었을 뿐 지금도 계속 태평양제약이 생산을 맡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제작(OEM)으로 태평양제약이 한독에 납품하는 형식이다. 한독은 300억원이 넘게 투자해 현재 케토톱 공장을 짓고 있다. 2017년 공장이 준공되면 한독은 케토톱의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영진 한독 회장은 “케토톱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한독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케토톱이 한독으로 인수되면서 이 기부는 중단될 뻔했다. 하지만 한독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독은 케토톱 인수 후 인지도·점유율·매출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난해 진행한 ‘꿈을 캐라 오디션’도 그중 하나다. 35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TV 오디션 프로그램과 동일한 포맷으로 진행한 오디션에 서울·대전·부산은 물론 필리핀·미국 등 외국에서도 지원서를 보내왔다.
30~70대 여성 625명이 지원했는데 이 중에는 자식 때문에 일을 포기한 여성, 유방암을 극복한 엄마, 젊었을 때 가수가 꿈이던 70대 할머니도 있었다. 오디션에 최종 우승한 3명은 이후에 실제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MAMA’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들의 스토리는 추후에 케토톱 광고에 다시 등장했다.
<월간헬스조선>은 한국인의 건강史를 함께 써 온 한국인의 명약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맞는, 한국인의 기술력으로 탄생된 약이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얘기들을 만나 보세요.
① 대중국 수출 1위 자리 오른 ‘겔포스’
② 부동의 상처치료제 1위, 후시딘
③ 3040과 함께 성장한 유산균 ‘비오비~타~’
④ 일본·중국인 피로까지 풀어주는 ‘우루사’
⑤ 한국인의 중풍 다스려 온 구급약 ‘우황청심원’
⑥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피로회복제 ‘박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