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Q의 맛기행

식도락 동호회의 순례지 '대치동 정육식당'

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석창인 원장
입력
2006-12-06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상태인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집값이 폭등한 일부 지역에 대해  말짓기에 능한 사람들이 '버블 세븐'이니 뭐니 하면서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지만, 복잡한 세상사가 어디 '말'로만 해결 될 수 있을까.

그런데 따지고 보면 부동산만 버블이 아니다. 의식주 모든 것이 버블이다. 백화점에서 파는 옷들의 가격표엔 '0'이 하나 더 붙은 느낌이다.  종업원에게 들킬세라 몰래 들쳐 본 가격표에 화들짝 놀란 사람이 어디 나 뿐이겠는가. 이 계절이 지나면 '땡처리'되어 '걸레값'만도  못한 신세가 될 것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의생무상(衣生無常)이 아닐 수 없다.

▲ 투박한 시골 스타일 계란찜
음식값은 또 어떤가? 남자 서넛이 고기 좀 구울라 치면 20만원 이상은 각오해야 목구멍에 '기름칠'한 느낌이 조금 온다. 또 고기의 양은 어찌나 적은지 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자르는 종업원의 큰 손이 얄미울 정도다.
▲ 깍둑썰기로 나오는 새송이
그래선지 실속있는 직장인들은 예전부터 정육점에서 직접 운영하는 고깃집을  찾았나 보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도권과 서울에서는 '정육식당'이라 부르지만 아직 지방에서는 '식육식당'이라 부른다. 식육점에서 정육점으로 표준어 표기가 바뀌었지만 '식육'이라는 표현이 더 입맛을 당기게 하는 걸 보면 나도 구시대적 인간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콜레스테롤 덩어리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마블링이면 식욕중추를 자극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이 식당은 원래 테이블도 몇 개 없었고 손님도 뜸했다. 한 재야 식도락가가 인터넷 개인 블로그에 소개하면서 급기야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졌고, 최근엔 밀려나가는 손님들의 성화에 못이겨 지하층 전체를 얻어 확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 지금이 불맛과 고기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미디엄 레어 수준이다. 빠른 젓가락 놀림만이 살 길이다.

원래 식당이 새 단장을 하거나 확장을 하면 음식맛을 버린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 식당은 오히려 더 번창일로다. 예전의 유일한 불만이 압축탄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는데 확장을 하면서 참숯으로 바뀌어 제대로의 '불맛'을 느끼게 되었으니 어찌 손님이 줄어 들겠는가.

욕심을 더 부리자면 불판을 석쇠로 바꾸었으면 한다. 물론 석쇠를 사용하면 돼지고기나 차돌박이 등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인하여 실내가 탁해지기 마련이지만, 옷과 몸에 고기 냄새 배는 맛에 식당을 찾는 멋도 있는 것이다.

▲ 마무리는 차돌박이로...

밑반찬의 가짓수나 수준이 그리 높진 않지만, 여러 테이블 위의 와인병을 보면 인터넷 식도락 동호회의 순례지가 된 듯한 느낌이다.

식당의 위치는 그야말로 버블의 핵심지역에 있다. 하지만 지불하는 밥값은 비슷한 수준의 고깃집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니 추가 주문에 대한 '압박'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식당정보>

서울시 강남구 대치4동 911-8. (02)557-0883
주요메뉴 가격 : 생등심  2만5000원, 차돌박이  2만2000원, 특수부위  3만원, 삼겹살 8000원,  항정살 9000원, 가브리살  9000원

/석창인-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원장 s2118704@freecha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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