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재 아녔어? 유리, 플라스틱보다 안 좋다던데… 왜?

입력 2025.03.28 05:30
유리병, 페트병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음료는 주로 유리 아니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다. 둘 중 어떤 곳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게 그나마 환경을 덜 해치는 길일까?

'유리'가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져 왔다. '재활용률' 때문이다. 유리는 품질, 순도, 내구성 손실 없이 무한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실제 유리는 가루 내, 녹이면 다시 유리를 만들 수 있고, 수십 번 재활용이 가능하다. 유럽의 평균 유리 재활용률은 76%로, 플라스틱 포장재(41%), 목재 포장재(31%)보다 높다고 알려졌다. 또, 매립돼도 플라스틱보다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 매립된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다, 토양 등을 오염시키지만, 유리는 모래로부터 만들어진 천연 화합물이라 독성이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2020년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에서, 유리병이 플라스틱병보다 더 환경에 해롭다는 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 중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유리병보다 환경 영향이 적었다. 가장 흔히 쓰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병은 자원 고갈과 오존층 파괴에 영향을 미치긴 했으나, 유리병보다는 그 정도가 적었다.

이유는 유리병을 생산할 때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플라스틱병은 최대 200도에서 생산이 가능하지만, 유리병은 약 1500도의 고온에서 원재료를 녹여야 한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대량 배출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리 용기와 판 유리 산업으로부터 연간 60M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밝혔다. 또 유리병이 플라스틱 병보다 무거워, 운송 중 연료도 더 많이 든다.

또 연구팀은 유리 생산을 위한 막대한 양의 모래 채굴이 토지를 황폐화하고, 생물 다양성도 손실시켜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모래는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천연자원인데, 국제연합(UN)에서는 현재 모래가 사용되는 속도가 보충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밝혔다.

그나마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은 결국 ‘재활용’이다. 한 번 가공한 유리는 수십 번 재활용할 수 있지만,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매립돼 최대 100만 년 동안 분해 과정을 거친다. 또 재활용 유리를 사용하면 녹는점이 낮아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간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앨리스 브록 연구원은 “재사용과 재활용 중심의 구조적 변화와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