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표준 치료 바뀔까… 렉라자 병용요법 “생존 연장” vs 타그리소 “내성 극복”

입력 2025.03.27 19:06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제품 사진을 이어 붙인 사진
유한양행 렉라자(왼쪽)와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른쪽)/사진=유한양행,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하는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병용요법과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임상 결과를 각각 공개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생존 기간을 1년 이상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그리소의 경우 다른 약과 병용요법을 통해 내성 극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타그리소 단독 대비 생존 기간 1년 이상 연장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폐암학회(ELCC)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과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직접 비교한 임상 3상 시험 'MARIPOSA'의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L858R 치환 변이를 가진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켰다.

구체적인 효과는 치료 후 약 10개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그리소 단독요법과의 생존율 격차 역시 벌어졌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평균 생존 기간은 3년인 반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군은 평균 생존 기간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생존한 참가자가 많아 전체 생존 기간을 파악할 수 없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군은 56%가 3.5년까지 생존했고, 타그리소 단독요법군은 같은 기간 동안 44%가 생존했다. 이를 기반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생존 기간을 1년 이상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안전성의 경우 기존 분석과 유사했으며, 장기 추적 기간에도 새로운 이상 반응은 없었다. 다만 ▲조갑(손톱)주위염 ▲발진 ▲정맥 혈전색전증 ▲주입 관련 반응 등의 부작용이 타그리소 대비 더 자주 나타난 점은 해결 과제로 남았다. 존슨앤드존슨은 초기 4개월 동안 예방조치를 통해 이러한 부작용은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파리삭클레대 흉부종양·호흡기내과 니콜라스 지라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환자가 초기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아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 제시한 글로벌 표준 치료법은 타그리소다. 이번 연구 결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와 동등한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타그리소, 내성 극복 방안 공유… "병용요법 가능"
이번 학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사용 후 내성이 생겼을 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들을 제시했다.

가장 주목받은 연구는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 2상 시험 ‘SAVANNAH’와 ‘ORCHARD’였다. SAVANNAH는 1차 치료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사용한 후 암이 진행된 MET 과발현 또는 증폭을 보이는 EGFR 변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오파티스(성분명 사볼리티닙)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다. 오파티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중국 제약사 허치메드가 공동 개발한 MET 표적 폐암 신약이다.

임상에서 타그리소·오파티스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56%로 유의미했고, 평균 반응 지속 기간은 7.1개월,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PFS, 환자가 질병의 악화 없이 생존하는 기간)은 7.4개월이었다. 병용요법의 안전성은 각 약물의 기존 안전성 결과와 일치했다.

ORCHARD 시험에서는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사용했으나 질병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다트로웨이(성분명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병용요법을 평가했다. 다트로웨이는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다. 임상에서 다트로웨이는 4mg/kg 또는 6mg/kg 용량으로 투여됐다.

그 결과, 타그리소·다트로웨이 병용요법은 각각 43%(다트로웨이 4mg/kg)·36%(다트로웨이 6mg/kg)의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다트로웨이 6㎎/㎏ 투여군이 더 길었고, 평균은 11.7개월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두 연구 외에도 ▲절제 불가능한 3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LAURA'와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FLAURA2'의 결과도 공개했다.

LAURA 시험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평균 생존 기간은 58.8개월로 위약(54.1개월)보다 길었다. FLAURA2 시험에서 타그리소·화학요법 병용요법은 화학요법 유지요법의 기간과 무관하게 평균 무진행 생존 기간이 2년 이상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이번 ELCC에서 발표된 유망한 데이터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오시머티닙(타그리소)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편리한 치료 선택지임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한편,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를 이어갈 수 없을 때 현재 고려할 수 있는 2차 치료 선택지는 일반 항암화학요법뿐이다. 부작용이 원인이 아닌 이상 렉라자로 약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약물의 효과나 기전이 서로 비슷해 약을 바꿔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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