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어려움이 커서 한 개인이 아닌, 한 가정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희귀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희귀질환복지법이 필요하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재학 회장이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 전종보 기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재학 회장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환자·보호자를 위한 실질적인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희귀질환복지법은 모든 조항이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병원 밖 치료는 가족 몫… 강선우 의원 “지원 법·제도 마련해야”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과 관련된 법은 2015년 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이 유일하다. 다만, 해당 법안은 관리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환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김 회장은 “희귀질환은 병원 밖, 가정에서 이뤄지는 치료가 많은데, 이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오롯이 가족의 몫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은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에 환자·보호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희귀질환 환자·보호자를 위한 복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강 의원의 딸 역시 희귀질환의 일종인 프래더-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는 “희귀질환은 환자와 가족은 막막하고 세상이 캄캄해지는데, 희귀해서, 숫자가 적어서 시장에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질환”이라며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들도 다른 친구들처럼 교육받고 취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환자와 가족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서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 전종보 기자
◇“희귀질환 환아도 자유롭게 세상에 나와 활동할 수 있어야” 이날 행사에는 실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보호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과 복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천성 수포성표피박리증을 갖고 태어난 딸을 키우고 있는 권영대 씨는 “2024년까지 수포성표피박리증을 포함해 총 1248개 질환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됐고, 같은 해 66개 질환이 신규 지정됐다”며 “하지만 희귀질환자의 숫자는 20년째 80만명, 그 가족 역시 200만명으로 추정할 뿐이다. 통계를 낸 적이 없어서 20년 전 추정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 사회에서 통계에서 제외된다는 건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사회에 존재하지만 투명인간처럼 지워진 희귀질환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분척추증을 가진 딸과 살고 있는 양은경 씨 또한 희귀질환복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양 씨는 “희귀질환 환우들은 평생 치료·관리가 필요함에도, 환경적인 요인과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방치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희귀질환 환아도 자유롭게 세상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하는 희귀질환복지법이 제정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