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이것도 심리학

“으앙~” 오늘도 집안에 우렁찬 울음소리가 퍼진다. 보진 않았지만,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다. 보나마나 화장실에 숨어서 게임을 즐기던 막내 녀석이 엄마에게 들켜 핸드폰을 빼앗겼을 테다. 게임이 뭔지, 매일 전쟁이다.
요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게임이 아닐까 싶다. 이젠 학교 수업에서도 스마트폰이 필요한 시대. 어쩔 수 없이 사준 스마트폰은 부모의 기대와 달리 아이들의 게임기로 변하기 일쑤다. 게임은 자녀의 대학 진학을 막는 장애물이요, 게임 중독이라도 빠지게 되면 청천벽력이니, 아마 부모들은 스마트폰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구장창 놀았다)
게임의 심리적 영향은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초창기 연구들은 게임 중독을 포함한 부정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기껏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하는 연구들은 학습에서 게임적 속성을 이용하면 학습에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정도였다.
이렇듯 게임이 악의 축으로 인식되던 어느 날 게임 유저들에게 단비와 같은 연구가 발표됐으니, 2003년 무려 세계 최고 학술 잡지 중 하나인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그린(Green)과 바벨리에(Bavelier)의 논문이다. 그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면 주의력이 ‘증진’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에, 주의력에 악영향을 안 끼치는 것도 아니고, 주의력이 높아진다고?
요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게임이 아닐까 싶다. 이젠 학교 수업에서도 스마트폰이 필요한 시대. 어쩔 수 없이 사준 스마트폰은 부모의 기대와 달리 아이들의 게임기로 변하기 일쑤다. 게임은 자녀의 대학 진학을 막는 장애물이요, 게임 중독이라도 빠지게 되면 청천벽력이니, 아마 부모들은 스마트폰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구장창 놀았다)
게임의 심리적 영향은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초창기 연구들은 게임 중독을 포함한 부정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기껏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하는 연구들은 학습에서 게임적 속성을 이용하면 학습에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정도였다.
이렇듯 게임이 악의 축으로 인식되던 어느 날 게임 유저들에게 단비와 같은 연구가 발표됐으니, 2003년 무려 세계 최고 학술 잡지 중 하나인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그린(Green)과 바벨리에(Bavelier)의 논문이다. 그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면 주의력이 ‘증진’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에, 주의력에 악영향을 안 끼치는 것도 아니고, 주의력이 높아진다고?
그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시각 주의력을 비교했는데, 모든 시각 주의력 관련 과제에서 게이머들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이 결과만을 가지고 컴퓨터 게임이 주의력을 높여준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타고나기를 주의력 높은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을 더 즐기는 게이머가 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기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의력이 높은 사람들은 게임을 시작하는 시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게임을 더 잘할 수 있고, 이는 강화 요인이 돼서 게임을 더 즐겨하는 성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연구자들은 단순히 게이머와 비게이머를 비교하는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컴퓨터 게임이 시각 주의력을 증진시키는 지를 직접 검증했다. 평상시에 게임을 즐겨 하지 않는 비게이머들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한 후, 2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 집단(실험집단)은 하루에 1시간씩 10일 동안 FPS(1인칭 슈팅 게임)를 하도록 했고, 두 번째 집단(통제집단)은 테트리스를 하도록 했다. 둘 모두 컴퓨터 게임이기는 했지만, 아군과 적군을 구분해 빨리 총을 쏴야 하는 FPS 게임은 주의 능력을 요구하는 반면, 테트리스는 시각 주의와 큰 상관이 없는 게임으로 판단했다.
연구 결과는 FPS 게임을 10일 동안 한 집단에서 시각 주의 능력이 유의하게 증진된 것으로 나왔다. 설마 했던, 게임을 하면 주의 능력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와버린 것이다. 게임을 하면 주의력이 나빠진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부모들에게 대꾸할 수 있는 합법적(?)이자 과학적 근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명심해야할 것은 이 연구의 결과는 시각적 주의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이지, 주의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 내용을 잘 보면, 주의 능력이 좋아진 결과로 방해 자극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주의 능력이 좋으면 방해 자극을 잘 억제할 것이라는, 즉 주의 능력 좋으면 집중해서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헛된 믿음과는 달리, 주의 능력이 좋으면 주어진 과제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고, 남는 주의가 자동적으로 주변에 있는 방해 자극에까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 ‘나 게임 많이 해서 주의 집중력이 좋아졌어’라는 게이머들의 항변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어쨌건 이 기념비적 연구 이후로 컴퓨터 게임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물론 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과 게임 회사의 지원이 어우러진 측면이 있기는 하다) 심지어 컴퓨터 게임을 하면 사회성이 좋아진다는 연구까지 나타났다. 과거 컴퓨터 게이머라 하면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떠올린 것과는 정반대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팀 플레이가 많은 게임의 속성을 생각하면, 컴퓨터 게임을 할수록 사회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당연한 일이다.
사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다. 컴퓨터 게임만 해도 장·단점이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이렇게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나쁜 것, 혹은 좋은 것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러니 컴퓨터 게임을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녀의 모든 문제에 대한 좋은 변명거리로 삼았던 것은 아닐까?
주구장창 게임을 했던 한 학생과 면담을 하는데, 게임이 그렇게 좋으면 그쪽으로 진로를 잡아보라는 나의 말에, 그 학생은 ‘교수님, 저 게임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뭐 할지 몰라서 하는 거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는 컴퓨터 게임 중독이 아니라, 진로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몰입은 걱정되지만,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닌, 대화와 소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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