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주변 근육·인대 이완하는 호르몬 탓
손목·손가락 통증, O자 다리로 변형까지
아픈 곳 따뜻하게 유지하고 스트레칭 해야
MSM·NAG 등 관절 유익 영양소 보충을
관절 수명 늘리고, 통증 완화하는 데 도움

#20대 후반에 아이를 낳고 이젠 60대 초반이 된 B씨는 젊은 시절부터 취미였던 등산을 근래 들어 더이상 가지 않는다. 마지막 등산을 갔을 때 무릎이 너무 아파 거의 기듯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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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이때 제대로 조리하지 못하면 평생의 후유증이 남기 마련. 대표적인 게 바로 관절 통증이다. 실제로 HLB제약 한국인관절연구센터가 최근 국내 40~69세 여성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더니, 무려 83.2%가 관절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인관절연구센터 홍준기 센터장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은 여성들이 약해진 관절로 육아와 집안일 등 무리하게 활동하며 손목, 손가락, 무릎 등 다양한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몸 206개의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제때 미리 예방하고 관리해야 노년까지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출산 이후 관리, 관절 수명 좌우
출산 이후 관절이 약해지는 이유는 호르몬 때문이다. 여성의 신체는 임신 34주 차부터 출산에 대비하기 위해 '릴렉신(Relax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콜라겐과 단백질을 분해해 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를 부드럽고 느슨하게 만든다. 출산할 때 골반 관절을 이완시켜 수월한 분만을 돕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출산 이후에도 한동안 분비된다는 것이다. 결국 골반뿐만 아니라 손목, 손가락 등 다른 부분의 관절도 느슨해져, 조금만 무리해도 몸의 골격이 틀어진다. 통증도 쉽게 유발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성 출산 연령까지 높아져 관절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고령 임산부일수록 골밀도가 떨어져 관절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40~50대 손 관절, 60대 무릎 관절 약해
앞선 설문조사에서 주요 관절 통증 부위는 ▲무릎(60.2%) ▲손가락(54.3%) ▲손목(49.7%) 순이었다. 특히 60대를 기준으로 젊은 층은 손목과 손가락 통증을, 60대 이상 고령층은 무릎 통증을 주요 증상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론 40대는 손목 통증(49.7%)이, 50대는 손가락 통증(57.9%)이 가장 흔했다. 특히 손가락 통증은 월평균 12회 정도로 가장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60대 이상은 무려 71.3%가 무릎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다.
비교적 젊은 층에서 손목과 손가락 통증을 겪는 이유는 여성들이 출산 후 모유 수유, 아이 돌보기 등으로 관절이 약해진 상태로 손목과 손가락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이를 보고 집안일을 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며 밤잠을 설치거나 수저를 들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손가락 끝이 저리고 손이 부어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다면 손가락 관절염이 이미 진행됐을 수 있다.
출산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60대 이상 여성들은 오다리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오다리는 무릎 관절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다리가 알파벳 '오(O)'자 모양으로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임신 기간 동안 버틴 체중 부하와 출산 과정 중 골반 변형으로 고관절이 뒤틀리면서 생긴 변형이 노년기 오다리로 나타난다.
임산부의 체중은 태아와 양수의 무게 탓에 평균 10~12㎏ 증가한다. 임신부가 견뎌내야 하는 무릎 관절 하중은 그 이상으로 늘어난다. 특히 서양 여성보다 우리나라 여성에서 오다리가 많은 이유는 바닥에 앉아 양반다리를 자주 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쪼그려 앉을 때 체중의 7~8배에 달할 정도로 심한 부담이 무릎에 가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오다리는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골반과 척추까지 전반적으로 틀어지게 해 퇴행성 관절염 진행을 가속한다. 갱년기를 기점으로 관절을 보호해 주는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관절 통증까지 심해진다. 거동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수면장애, 우울증 등이 동반돼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관절 유익 영양소 MSM·NAG 섭취로 관절 통증 예방 가능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 이후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 통증이 있는 부위는 따뜻하게 유지하고 손목이 시큰거리면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손목을 부드럽게 돌려주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도 좋다. 좌식 생활은 가능한 한 피하고, 다리를 꼬거나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는 짝다리 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또 아이를 업어서 돌보기보다는 관절 건강을 생각해 유모차나 보행기를 이용한다.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 성분을 미리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해서 관절에 좋은 영양소를 공급하면 관절 수명이 길어진다. 이미 관절 통증이 있을 때도 영양소를 공급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영양성분으로 천연 유기황화합물인 MSM(메틸설포닐 메탄)과 NAG(N-아세틸글루코사민)가 있다. 임산부나 모유 수유 중인 산모도 섭취해도 되는 성분이다.
MSM은 관절과 연골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통증 전달 신경 차단, 신경세포 손상 방지, 체세포 조직 복구에도 관여해 관절 염증과 통증을 완화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MSM을 '황을 함유한 유기황화합물로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 기능성 원료'로 고시하고 있다. 또 MSM은 체내 콜라겐 성분이 풍부해지도록 유도해 연골 기능을 강화하고 관절 경직을 감소시킨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1500~ 2000㎎이다. 새우나 게 등 갑각류 껍질을 구성하는 성분인 키틴에서 나오는 NAG도 관절 윤활액 등을 구성하는 물질로 뼈와 뼈 사이의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 재생과 활액막 생성을 돕는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5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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