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특진실]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
폐경 전 발병, 공격성 강하고 전이·재발 위험
에스트로겐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 함께 진행
최근 '세포주기 억제제' 개발… 효과 더 높여
노우철 센터장 "난소기능억제 치료 2년 권고
지방 세포서도 호르몬 나와… 체중 관리를"

젊은 유방암 환자, 난소 에스트로겐으로 예후 안 좋아
유방암의 주된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이 평생에 걸쳐 우리 몸에 오래 노출될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노우철 센터장은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은 느려지고, 결혼과 출산을 잘 안 하거나 늦게 하고, 출산해도 모유 수유를 잘 안 하는 현대 사회의 변화로 많은 여성이 오래 에스트로겐에 노출되게 됐다"며 "에스트로겐은 여성을 여성스럽게 만들고 뼈를 튼튼하게 하거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등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좋은 호르몬이지만, 이 호르몬에 오래 노출되면 호르몬 수용체가 있는 유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유방암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폐경 후엔 더 이상 난소에서는 에스트로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폐경 전 젊은 유방암 환자는 계속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상태라 암 예후가 좋지 않다. 이때 에스트로겐 수치를 억제해야 하는데, 이게 호르몬 치료다. 유방암 치료는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상태라면 암이 있는 부분을 먼저 수술로 제거하고, 이후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진행 상황과 유방암의 종류에 따라 표적 치료와 호르몬 치료로 이어진다.
호르몬 치료로 에스트로겐 수치 줄여야
젊은 유방암 환자 호르몬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유방에서만 에스트로겐이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치료제로 타목시펜이 있다. 가장 보편적인 유방암 치료제로, 수십 년 동안 사용돼 안정성이 입증됐다. 더 강력한 방법으로는 아예 에스트로겐을 못 만들게 하는 것이다. 폐경 전 여성 대부분은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을 생성한다. 난소를 절제하거나, 난소 기능을 억제하는 난소기능억제제를 투여해 에스트로겐을 생성하지 못하게 막으면 유방암 치료 효과는 더 강력해진다. 다만 급격하게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므로, 부작용도 심하다.
최근에는 호르몬 치료 효과를 높이는 세포주기 억제제가 개발돼 치료 효과가 더 커졌다. 노우철 센터장은 "에스트로겐이 유방세포 호르몬 수용체에 붙어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인 CDK4/6을 생성한다"며 "이 물질이 작용하는 것을 세포주기억제제가 막으므로 호르몬 치료제와 함께 쓰면 치료 효과가 매우 올라간다"고 말했다. 세포주기 억제제로는 입랜스·키스칼리·버지니오 등이 있다.
폐경 후 여성도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 난소에선 에스트로겐이 나오지 않지만, 지방 세포 속 아로마타제라는 효소가 에스트로겐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폐경 후 유방암 환자는 호르몬 치료로 아로마타제 억제제(페마라·아리미덱스 등)를 처방받는다.
젊은 유방암 환자, 암 치료 후 2년 더 호르몬 치료해야
암세포가 조금만 남아있어도 암은 곧잘 재발한다. 그래서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은 후 난소기능이 남아있을 때 일정 기간 동안 추가로 난소기능억제제를 투여해야 하는지가 학계에서 꽤 오랫동안 논란이었다. 다시 에스트로겐 농도가 올라가면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 노우철 센터장이 지난 2018년 국내에서 8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를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아스코)에서 발표해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암 치료받은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추가로 2년간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하면 재발 위험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노우철 센터장은 "항암치료는 난소에 독성이 있어서, 대개 젊은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받으면 난소 기능이 떨어지거나 폐경이 온다"며 "그러나 항암치료를 받았는데도 난소 기능이 사라지지 않거나, 난소 기능이 돌아오는 환자가 있는데 이 경우엔 항암치료 후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2년만 더 받으면 5년 무병 생존율은 91.9%, 5년 전체 생존율은 99.4%로 치료받지 않은 그룹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말했다. 난소 기능을 억제하지 않은 그룹의 5년 무병생존율은 87.5%, 5년 전체 생존율 97.8%였다. 최근 8년간 추적검사한 연구 결과에서도 난소기능억제제를 투여한 군에서 재발이 유의하게 낮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 2년 후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멈추면 난소 기능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체중 조절, 가장 좋은 유방암 예방법
걸리지 않는 게 가장 좋을 텐데, 예방은 불가능 한 걸까? 에스트로겐은 지방 세포에서도 나온다. 폐경 전이든 후든 비만인 여성은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 유방암 발병 위험이 더 크다. 실제로 표준 체중보다 10% 늘 때마다 유방암 발병 위험률이 80%씩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다. 노우철 센터장은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 늦은 결혼·임신·출산 등 사회적 원인은 잘못된 것도, 바뀌기 쉬운 것도 아니며 유전적 요인도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딱 한 가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적정 체중 유지이므로,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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