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 증상 관리 제대로 안 돼… 섬망으로 이어져
“생애 말기 환자의 존엄성, 방역과 바꿀 수 없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많은 말기 암 환자들이 사망 전까지 적절한 치료·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 또한 열악한 돌봄 여건과 환자의 사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관련 의료 시스템 개선·마련을 통해 말기 암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돌봄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응급실 이용 어려운 암 환자들, 사망 임박해서야 방문
1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사회의 약한고리: 사회심리적 영향’ 국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암 환자 수는 99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53명)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암 환자 의료 이용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고 응급실 방문량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암 환자가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사례와 사망 전 응급실 체류 시간 등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말기 암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어려워지고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전환되면서, 사망에 이르러 다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 고열, 기침 증상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응급실 방문이 어렵다”며 “여러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임종이 임박해서야 응급실에 방문해 치료 중 사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워진 사망 전 증상 관리… 연명 의료만 늘어
사망 전 심리적 문제로 섬망 증상(환각·착각과 함께 심한 불안을 동반하는 증상)을 겪는 말기 암 환자는 더욱 많아졌다. 서울대병원이 사망한 암 환자 1456명(2019년 752명, 2020년 7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임종 3일 이내 섬망 증상을 경험한 환자 비율이 2019년 10.9%에서 2020년 17.19%로 증가했다. 특히 다인실,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경우, 섬망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10% 가까이 늘었다. 보호자 간병과 가족 면회 등이 제한되면서 환자의 우울, 불안이 심해지고 환자들의 섬망 증상 또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말기 암 환자의 사망 전 증상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반면, 생명 연장 목적으로 승압제를 사용한 환자는 2019년 52.26%에서 2020년 59.23%로 늘었다. 승압제는 혈압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지만, 호전 가능성이 낮은 말기 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여 사망에 이르는 시간을 수시간, 수일 정도 늦추기 위해 사용된다. 김범석 교수는 “시간을 벌어보기 위해 승압제를 사용해 혈압을 높이지만, 이 시간동안 환자는 고통을 호소한다”며 “다인실, 중환자실 등에서 면회가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정확한 상태 파악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생명 연장을 위해 승압제 사용을 요청하는 사례 또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족 모두에게 고통… “의료대응 개선·돌봄 환경 마련 시급”
말기 암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문제 또한 더욱 심각해졌다. 환자의 경우 면회가 제한되면서 가족·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고립감 등을 받게 됐고, 이 같은 요인이 섬망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족들 역시 면회 제한으로 인해 환자의 임종까지 과정을 함께 하지 못하면서 여러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를 집에서 간병하면서 심리적·신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범석 교수는 “가족 간에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트라우마성 사별’ 경험은 사별 후 유가족들의 애도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실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09년보다 생활패턴 변화, 경제적·신체적 문제 등 말기 암 환자 가족들이 느끼는 돌봄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말기 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료 대응과 재택 돌봄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생애 말기 환자의 존엄성은 방역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위기 상황에서도 말기 환자의 돌봄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며 “재택의료를 통한 미충족 의료 해소, 독박 간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지원, 양질의 생애 말기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이용 어려운 암 환자들, 사망 임박해서야 방문
1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사회의 약한고리: 사회심리적 영향’ 국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암 환자 수는 99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53명)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암 환자 의료 이용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고 응급실 방문량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암 환자가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사례와 사망 전 응급실 체류 시간 등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말기 암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어려워지고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전환되면서, 사망에 이르러 다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 고열, 기침 증상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응급실 방문이 어렵다”며 “여러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임종이 임박해서야 응급실에 방문해 치료 중 사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워진 사망 전 증상 관리… 연명 의료만 늘어
사망 전 심리적 문제로 섬망 증상(환각·착각과 함께 심한 불안을 동반하는 증상)을 겪는 말기 암 환자는 더욱 많아졌다. 서울대병원이 사망한 암 환자 1456명(2019년 752명, 2020년 7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임종 3일 이내 섬망 증상을 경험한 환자 비율이 2019년 10.9%에서 2020년 17.19%로 증가했다. 특히 다인실,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경우, 섬망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10% 가까이 늘었다. 보호자 간병과 가족 면회 등이 제한되면서 환자의 우울, 불안이 심해지고 환자들의 섬망 증상 또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말기 암 환자의 사망 전 증상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반면, 생명 연장 목적으로 승압제를 사용한 환자는 2019년 52.26%에서 2020년 59.23%로 늘었다. 승압제는 혈압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지만, 호전 가능성이 낮은 말기 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여 사망에 이르는 시간을 수시간, 수일 정도 늦추기 위해 사용된다. 김범석 교수는 “시간을 벌어보기 위해 승압제를 사용해 혈압을 높이지만, 이 시간동안 환자는 고통을 호소한다”며 “다인실, 중환자실 등에서 면회가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정확한 상태 파악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생명 연장을 위해 승압제 사용을 요청하는 사례 또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족 모두에게 고통… “의료대응 개선·돌봄 환경 마련 시급”
말기 암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문제 또한 더욱 심각해졌다. 환자의 경우 면회가 제한되면서 가족·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고립감 등을 받게 됐고, 이 같은 요인이 섬망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족들 역시 면회 제한으로 인해 환자의 임종까지 과정을 함께 하지 못하면서 여러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를 집에서 간병하면서 심리적·신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범석 교수는 “가족 간에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트라우마성 사별’ 경험은 사별 후 유가족들의 애도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실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09년보다 생활패턴 변화, 경제적·신체적 문제 등 말기 암 환자 가족들이 느끼는 돌봄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말기 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료 대응과 재택 돌봄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생애 말기 환자의 존엄성은 방역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위기 상황에서도 말기 환자의 돌봄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며 “재택의료를 통한 미충족 의료 해소, 독박 간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지원, 양질의 생애 말기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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