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코로나 걸리면 사망률 10배… 치료·백신은 어떻게?

입력 2021.08.13 16:30

태아 호흡곤란·사망 위험도 각각 2.2배, 5.5배 높아
감염 임산부 위한 입원·수술 시설은 부족

코로나19는 임산부도 피해가지 않는다. 지난 9일 말레이시아의 유명 가수 시티 사라 라이서딘이 출산 중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서도 임산부의 코로나19 확진이 발생하고 있다. 임산부가 코로나에 걸리면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임산부의 치료와 분만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전문가는 국내에서 코로나 감염 임산부를 위한 의료환경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입원한 임산부
임산부는 일반 여성보다 산소요구량이 최대 40%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감염된 임산부, 사망률 10배 높아
지난 9일 조선대병원에서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임산부가 임신 32주 만에 제왕절개 수술로 쌍둥이를 무사히 분만했다. 분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격리 수술실을 만들었으며, 음압 이송 카트를 이용해 동선을 최소화하고, 의료진은 방호복을 입고 수술을 해야 했다. 쌍둥이는 2kg의 미숙아로 태어났으나 아직 별다른 문제는 없는 건강한 상태로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약 30명의 의료진과 산모의 노력 끝에 성공적인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임산부의 코로나 확진은 생각보다도 더 위험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메디컬 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는 일반 여성 감염자보다 중환자실에 입원할 위험이 5.7배, 기계 호흡이 필요한 호흡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15배, 사망 위험은 무려 10배나 큰 것으로 조사됐다. 32주 이전에 출산하는 조산 가능성도 1.6배 컸다.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이영주 교수는 "태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때문에 임산부는 항바이러스제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어렵다"며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로 인해 중증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훨씬 높다"고 말했다.

임산부는 일반 여성보다 더 많은 양의 산소가 필요하다. 이영주 교수는 "임산부는 자신과 아이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산소요구량이 최대 4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자궁의 크기가 커지면서 주변의 장기를 눌러 폐 용적도 5%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신체 변화로 인해 임산부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치료 등 중증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 감염자의 임신 예후 도표
임산부의 코로나19 감염은 부정적인 임신 예후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경희대병원 제공

코로나에 감염되면 임신 예후도 더 나쁠 수 있다. 이화여대 약학과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 9032명과 이들로부터 태어난 아이 338명을 대상으로 한 11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의 조산 가능성은 29%로, 일반적으로 보고된 조산 가능성인 5~18%보다 현저히 높았다. 태아 호흡곤란이 발생할 위험도 약 2.2배 높았으며, 태아 사망률도 5.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감염 임산부 위한 입원·수술 시설 부족해
코로나 감염 임산부를 위한 공식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미국 보건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국내에서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주 교수는 "미국 CDC와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액이나 산소 투여 등 대증적 치료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시행하고, 모체와 태아 2명의 건강 상태를 각각 면밀하게 관찰하도록 하고 있다"며 "임신 주 수에 따른 태아 성장과 임산부의 상태를 고려해 분만 시기를 결정하고, 만약의 상황에 즉시 대처하기 위해 입원 치료는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 감염 임산부들을 위한 의료환경은 조성되지 못했다. 이영주 교수는 "코로나 확진 임산부들을 위한 입원 및 수술 시설이 부족해서 산모들이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아직은 질병관리청과 각 병원 의료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산부를 위한 추가적인 시설 확충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산모의 바이러스가 아이에게 전파되는 '수직감염'을 우려해 이른 시기에 아이를 낳도록 유도분만을 하기도 했다. 아직 수직감염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코로나 감염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서 항체가 발견돼 처음으로 수직감염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영주 교수는 "감염된 임산부 31명 중 2명의 탯줄혈액에서 항체가 발견되었다는 논문도 있었지만, 항체가 발견된 임산부의 양수와 태반에서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직감염 우려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유도분만을 하는 것은 이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말기 임산부이며 태아가 충분히 자랐다면 조금 빠르게 분만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영주 교수는 "뱃속에 태아가 있으면 산소요구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커진 자궁이 '가로막'이라는 호흡근까지 눌러 폐활량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 자궁이 더욱 커지고 산소요구량도 더 많이 늘어나므로 이런 경우에는 조기 분만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 임산부 대상 코로나 백신 접종 검토 중
한편 임산부가 코로나19에 걸리면 더욱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임산부도 백신을 맞을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미국 CDC 로셸 월렌스키 국장은 성명을 통해 "전염성이 높은 델타 변이로 백신 미접종 임신부 사이에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임신부뿐 아니라 출산한 여성이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했다. 미국산부인과학회도 지난달 30일, 임산부와 수유부도 백신(화이자·모더나·얀센)을 맞도록 권고했다.

미국 CDC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3만5691명의 임산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산부에게 나타난 부작용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없었다. 20주 이전의 자연 유산율, 20주 이후의 사산분만, 37주 이전의 조산 위험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영주 교수는 "임산부의 기저질환, 고위험 임신에 대한 평가, 이전 임신에서 혈전증 발생 여부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서 백신을 접종해야 할 것"이라며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성이 낮고, 보건 직종 종사자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임산부는 백신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임산부를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배경택 상황총괄단장은 "임신부 예방접종에 관해 관련 전문학회인 산부인과학회와 협의 중"이라며 "국외의 여러 접종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 학회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추진 방안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향후 접종 권고 시기나 대상, 백신 종류, 주의사항 등에 관한 협의 내용이 정리되면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백신 접종이 불가능해 산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도 임신 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영주 교수는 "실제 산전 진찰을 하다 보면 산모들이 코로나 감염을 크게 걱정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정서적인 스트레스 또한 조산이나 다른 임신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되므로 힘들더라도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운동은 건강한 분만과 출산 후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산책, 요가,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