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 다른 백신과 상관 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 가능
국내서는 동시 접종 권고 안해…"최소 14일 간격 유지를"
독감, 결핵 백신 맞으면 코로나19 합병증 위험 줄어 연구

드디어 코로나19 백신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가장 후순위였던 18~49세 그룹도 오는 9일부터 백신 예약에 돌입한다. 이들은 8월 말에서 9월 1차 접종에 들어간다. 이 시즌은 독감 NIP(국가필수예방접종)과 겹친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되는 걸까? 독감 외 간염, 자궁경부암 등 개인에게 필요한 백신은 어떨까?
◇CDC "코로나19 백신, 다른 백신과 동시접종해도 돼"
지금까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을 동시에 맞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이외 다른 백신을 언제 맞았든 상관없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권고사항을 개정했다. CDC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긴급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안정성과 관련해 상당한 데이터가 수집됐다”며 “다른 백신과 동시에 투여되는 코로나19에 대해 연구로 증명된 내용은 없지만 코로나19 백신도 일반적인 백신과 작용이 유사해 다른 백신들이 서로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지금까지 봐온 이론적 경험을 적용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사백신, 다른 백신과 동시접종해도 괜찮아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부분 백신은 동시접종을 하더라도 예방효과가 감소하거나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접종은 같은 날에 2개 이상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말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사백신, 사백신 혹은 사백신, 생백신을 동시에 맞는 건 상관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생백신을 동시에 맞을 땐 4주 이상의 간격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은 생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다른 백신과 동시접종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생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약화시켜 독성을 제거한 백신이고, 사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배양한 뒤 열이나 화학약품으로 비활성화시킨 백신이다. 생백신은 아무래도 살아있는 병원균을 넣는 것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맞으면 병원균에 감염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생백신으로는 대상포진, 수두,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황열, 결핵, 경구용장티푸스, 비강투여용 인플루엔자백신 등이 있다. 사백신은 안전하지만, 면역반응이 생백신보단 약해 여러 번 접종하는 경우가 많다. 사백신으로는 폐렴구균, A형간염, B형간염, 백일해, 파상풍, 인플루엔자백신 등이 있다.
동시 접종할 때는 한 개의 주사기에 넣어서 혼합 투여하면 안되고, 적어도 1인치(약 2.5c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접종해야 한다. 이상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불안하면 14일 간격 둬야
아직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서는 공식적으론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 동시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임상 연구 결과 없이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고, 서로 면역반응을 방해해 항체 생성 효과를 떨어뜨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여 맞아야 한다면 백신 접종 전후 최소 14일 간격을 유지하라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이론만 봤을 때 다른 질병 백신을 맞아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아직 괜찮다는 확실한 근거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14일 간격을 두고 맞는 게 좋겠다”며 “보통 백신을 맞은 후 1주 말에서 2주 정도 뒤에 면역 반응이 이뤄져 항체가 생성된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질병청은 안전장치로 동시 접종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 접종을 허가하고 부작용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기간을 줄이거나 허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백신 맞아야, 코로나19 합병증 위험도 줄어
당일 동시 접종은 아니더라도 다른 질병의 백신을 챙겨 맞는 게 좋겠다. 독감, 결핵 등 백신을 맞았을 때 오히려 코로나19 합병증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과학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이스라엘, 싱가포르 국적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7만 47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독감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은 받은 사람보다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중환자실에 입원할 확률이 20%, 응급실에 방문할 확률은 58%, 패혈증이 발생할 확률은 45%, 뇌졸중에 걸릴 확률은 58%, 심정맥 혈전증이 나타날 확률은 40% 더 높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을 막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면역력이 향상되면 코로나19 감염 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첸나이 국립결핵연구소는 결핵 백신인 BCG 백신이 노년층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60~80세 사이 82명의 실험대상자를 분석한 결과 노년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보이는 과도한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