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판막 질환자 5년 새 70% 증가… 정기 검진 통해 조기 진단해야

입력 2020.10.14 13:28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 교수는 “50세 이상 성인이라면 이상 증세가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 제공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는 14일 ​‘​무증상 환자의 심장 판막 질환 빈도와 조기 진단·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온라인 미디어 세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 교수는 “심장 판막 질환은 조기 진단 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증상 환자의 경우 발견이 늦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심장 판막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장 판막 질환은 심초음파 검사로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50세 이상 성인이라면 이상 증세가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예방의 첫 걸음이다”고 말했다.

심장 판막 질환은 심장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심장 혈액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판막 구멍이 좁아지면서 피가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판막 협착증’과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는 ‘폐쇄부전증(역류증)’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 질환이 주로 발생한다. 특히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환자 수가 2015년 9100여명에서 2019년 1만5400여명으로 5년 만에 70%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약 73%는 70세 이상 고령 환자로, 향후 인구 고령화에 따라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장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숨이 가빠지거나 잦은 피로감을 느끼며 다리가 붓는 등 심부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방치하게 되면 심장에 큰 손상을 일으키게 되며 심할 경우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다.

때문에 가능한 빨리 진단받고 수술·시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률과 진단률이 낮아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중증 심장 판막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박성지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심초음파 검진을 받은 50세 이상 대상자 2만3254명의 검사 결과를 분석해 ‘국내 무증상 환자에서의 심장 판막 질환 발생 빈도와 임상인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본 연구는 무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심장 수술 이력이 있거나 기존에 심장 이상 증세가 있던 환자들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건강한 성인 10명 중 1명(9.4%)에게서 심장 판막 질환이 발견됐으며, 특별한 증상이 없던 환자 중 176명에게서는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심장 판막 질환이 발견됐다.

또 75세 이상 노인 1034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심장 판막 질환 유병률은 10명 중 3명(29.3%) 꼴로 증가했으며, 승모판 협착증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심장 판막 질환 빈도와 중증도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졌다. 이를 통해 노화가 심장 판막 질환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관련 연구 결과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박성지 교수는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는 개인의 건강한 삶 영위 및 삶의 질 향상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증상 심장 판막 질환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고령화 사회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에는 대동맥판막 삽입술이 시행된다. 대동맥판막 삽입술은 수술적 치료와 최소침습적 시술 치료 두 종류다.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추고 문제가 되는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과 사타구니 부근 대퇴동맥을 작게 절개한 후 혈관을 통해 인공 심장 판막을 삽입, 석회화로 좁아진 기존의 대동맥판막 부위에 생체조직형 인공 심장 판막을 위치시키는 최소침습적 시술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이 있다.

TAVI의 경우 고령 혹은 기저 질환 등으로 개흉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TAVI는 시술 시간이 1시간 내외로 짧고, 시술 후 평균 3일 전후로 퇴원할 수 있어 환자의 빠른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또 여러 임상을 통해 SAVR 대비 우수하거나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최근 외국에서는 수술 고위험군 뿐 아니라 저위험군까지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