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황병희 교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한 판막은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문’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대동맥판막은 심장에서 나가는 혈류를 조절하고 혈액이 좌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지만, 노화나 선천적 요인 등에 의해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면 혈류량이 감소해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급사하기도 한다. 이 같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전체 심장 판막 질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10명 중 7명이 70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자의 비중이 높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정기 검진 등을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조기발견·치료해야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황병희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원인과 주요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대동맥판막에 협착이 발생하는 원인은?
류마티스 열 감염, 선천성 이엽성 질환(3개 엽으로 구성돼야 할 대동맥 판막이 2개 엽으로 구성된 상태)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70%이상일 만큼,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행성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환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인가?
전 세계적으로 80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은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2010년 4600여명 수준에서 2020년 1만6500여명으로 10년 사이 4배가량 급증했다. 심장 질환 전체적으로 보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포함한 심장 질환이 5년 연속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면서, 암 다음으로 많은 국내 사망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주요 의심 증상이 있다면?
가슴통증, 호흡곤란, 실신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발등·발목이 붓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증상을 느끼거나 호소하는 정도는 환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중증임에도 크게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경증이지만 증상을 심하게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또 평소 운동을 많이 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의심 증상이 없음에도 다른 질환의 치료 과정에서 협착된 상태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중증으로 발전했음에도 증상이 없거나 폐·심혈관질환으로 오인해 방치할 경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진단 과정은 어떻게 되나?
증상이 심할 경우 전형적인 청진 소견이 나타난다. 청진 소견 상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의심되면 심장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다만, 청진 소견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될 수 있으므로,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결국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진단 후 상태에 따라 어떤 치료법이 시행되는지?
1도, 2도, 3도, 즉 경증(1도), 중등도(2도), 중증(3도)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 정상 대동맥판막은 혈액이 부드럽게 지나가지만,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경우 판막이 딱딱하게 석회화돼 혈류에 이상이 생긴다. 실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수술해보면 조직이 딱딱한 돌덩이처럼 변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증일 경우 꾸준히 외래를 다니며 경과를 관찰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중등도부터는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중증으로 진행된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치료 약물이 없어 노후된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때문에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 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e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 등 판막 교체술을 시행한다.

-TAVI 시술은 어떻게 시행되나?
사타구니에 위치한 큰 혈관인 대퇴동맥을 통해 기구를 대동맥판막에 접근시킨다. 대퇴동맥을 거쳐 올라간 뒤 하행 대동맥에서 대동맥궁, 상행 대동맥으로 오게 된다. 이후 협착이 발생한 대동맥 판막 부위에 인공 판막을 위치시키고 내장된 풍선을 펼쳐 인공 판막이 제 위치에 펼쳐지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기구를 빼내면 시술이 끝난다.
-시술 시 주의사항이 있다면?
안전한 시술을 위해서는 판막이 펴지는 순간 10~20초 정도 맥박을 180 정도로 유지하면서 심장을 잠시 멈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잘 해결해야 예후가 좋다. 또한 천자한 부위에 굵은 관이 들어가는 만큼, 시술 완료 후 지혈을 잘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시술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슴을 열지 않고 전신 마취를 하지 않기 때문에 회복시간이 짧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수술을 하면 1~2일 정도 중환자실에 있고 퇴원까지 1주일, 길면 2~3주가량 걸리지만, TAVI 시술은 중환자실에 머무는 시간이 12시간에서 하루 정도다. 퇴원 역시 1~2일 정도면 되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훨씬 짧다. 이밖에 여러 가지 질환을 동반해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이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비용과 보험 적용 범위는?
75세 이상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에 한해 보험이 적용된다. 총 시술비의 80%를 본인이 부담하고, 20%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추후 시술에 대한 치료 접근성 확대하고 많은 환자들이 연령, 동반 질환 등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술 수는 늘고 있는지?
국내 환자 특성상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선호하지 않다보니, 외국에 비해서는 수술보다 시술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실제 국내의 경우 2010년 첫 시술 후 꾸준히 시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TAVI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 또한 올해 7월 기준 국내 43개 기관까지 확대됐으며, 병원 내 TAVI 시술을 위한 인프라와 흉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관련과가 함께 참여하는 심장 통합 진료팀 협진 시스템도 확충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흉부외과와 협진이 잘 이뤄지고 있어,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수술을, 시술이 필요한 환자는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간혹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시술을 강력히 원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심장팀과 상의해 (치료법을)결정하고 있다.
-최소 침습 TAVI란?
기존 TAVI 시술을 위해서는 인공 판막 기구가 들어가는 ‘우측 대퇴동맥 천자’, 기구가 위치에 잘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좌측 대퇴동맥 천자’, 시술 시 맥박을 빨리 뛰게 하기 위해 임시 심박동기를 넣는 ‘대퇴정맥 천자’까지 다리에 총 3개의 천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서울성모병원 TAVI 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퇴동맥에 기구가 들어가기 위한 1개 천자와 우측 손목 동맥에 시술 모니터링용 1개 천자로 TAVI 시술에 성공했다. 이 경우 보다 안전하고 시술 시간이 짧으며, 합병증 발생 위험도 낮다.

-환자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시술 방식이나 장점에 대해 알고 찾아오는 환자도 많고, 시술 후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전신 마취, 합병증 위험, 입원 기간 등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과 두려움이 큰 상황에서 입원, 시술, 퇴원이 2박 3일안에 이뤄질 정도로 시술 편의성이 개선되고 회복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협착이 생기는 여러 원인들을 약물 치료를 통해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식습관 개선이나 꾸준한 운동 등은 동맥경화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검진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은 다른 혈관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꾸준한 검진을 통해 계속해서 혈관 상태를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