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 치료하려면 긴 대화가 필수죠”

15분 이상 진료하는 다남재활의학과 윤세진 원장

지역 환자와의 라뽀(rapport,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감과 유대감) 형성에 힘을 쏟는 의원이 있다.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다남재활의학과’ 윤세진 원장을 만나봤다.

고령화 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용을 줄이려면 질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이 아닌, 예방과 건강증진에 신경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일차의료 전문의가 지속적인 건강 상담과 진료를 통해 환자를 돌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의사와 환자 간에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했다. 하루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의사는 환자마다 제한된 시간 내 진료를 마치기 때문이다. 진료 시간이 짧으면 환자의 증상만 치료하는 수준에 그치기 쉽다. 그러나 지역 내에서 묵묵히 환자의 생활습관까지 살피는 의사가 있다.

윤세진 원장

올해로 개원 11년차를 맞은 ‘다남재활의학과’ 윤세진 원장은 의원을 찾는 환자들 사이에서 집요한(?) 의사로 유명하다. 직업 등 신상정보는 물론 진료실 내 행동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함 때문이다. ‛왜 그렇게까지 환자를 보느냐’는 질문에 “재활의 목적은 일상생활의 빠른 복귀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재활치료는 단순히 증상 개선에 그쳐선 안 된다. 일상생활이 다시 가능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환자의 증상이 발생한 근본적인 생활습관까지 교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윤세진 원장은 환자당 최소 15분간 진료 상담을 한다. 특히 의원 특성상 일주일에 한 번씩 환자의 개선 상태도 꼬박꼬박 확인한다. 한 달만 따져도 환자마다 1시간 이상 진료상담을 하는 셈이다.

‘3분 진료’로는 환자 제대로 볼 수 없어

윤세진 원장은 대학병원의 경우 의사가 환자를 볼 수 있는 시간이 3분 정도로 짧아, 환자의 근본적인 치료까지 힘들다고 말한다. 증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쉽게 통증이 재발하는 이유도 환자의 생활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세진 원장은 환자의 통증 개선과 함께 생활 속에서 통증이 발생되는 원인을 찾아서 환자가 고칠 수 있도록 돕는다. 윤세진 원장은 “대학병원이라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환자의 통증 중증도는 의원을 찾는 환자와 차이가 크지 않다”며 “환자의 직업은 물론 생활 속 잘못된 행동을 찾기 위해선 오랫동안 진료 상담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재활치료가 필요한 근골격계 통증은 생활 속 잘못된 행동이나 직업적인 특성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건설 분야에서 일을 한다면 근육이나 관절의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벽지를 바르는 도배의 경우도 목이나 손목 관절에 무리가 가기 쉽다. 따라서 윤세진 원장은 각 직업적 특성마다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을 조언하면서 오랫동안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윤세진 원장은 “동네 주치의가 좋은 점은 환자를 꾸준하게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돌볼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때 동네 주치의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통증 유발하는 치료는 피해야

다남재활의학과는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근본적인 치료 외에 근골격계 통증치료를 위한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2명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명, 물리치료사 4명을 두고 있어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진단치료에 강점이 있는 재활의학과와 안전한 시술에 강한 마취통증의학과가 함께 협진을 시행하고 있어 환자에게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윤세진 원장은 물리치료의 경우에도 과도한 치료는 절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물리치료의 경우 일부에선 과도한 통증을 유발시킨 후 치료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윤세진 원장은 “심각할 정도의 통증은 절대 치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각할 정도의 통증은 순간적으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통증은 행동을 즉시 멈추라는 신체의 신호다. 윤세진 원장은 “재활치료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드리는 통증은 운동을 하고 난 후의 약간 뻐근한 정도의 근육통 정도”라고 말했다. 따라서 “재활치료 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는 치료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가 고령일 경우 근골격계 질환에 의한 통증은 대부분 퇴행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윤세진 원장은 통증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통증이 더 발전하지 않도록 바른 자세와 운동, 식습관 교정 등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래야 환자가 오랫동안 자신의 관절과 근육을 온전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세진 원장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여러 운동법을 통해서 환자마다 필요한 운동 등을 맞춤으로 알려주고 있다. 윤세진 원장은 “어깨근육이 약해져 어깨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어깨근육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턱걸이 운동을 권해선 안 되는 것처럼, 환자마다 필요한 운동과 가능한 운동 등을 오랜 진료 상담을 통해서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런 밀착 진료 때문에 치료가 다 끝났어도 윤세진 원장을 찾은 단골 환자가 상당하다. 지금 현재의 자신의 생활습관에서 잘못된 것은 없는지 알기 위해서다. 환자 소개로 의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 좋은 치료가 환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알려진 것이다. 윤세진 원장은 “정직한 진료와 환자를 위한 진료를 알아봐주신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