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성포경·감돈포경은 꼭 수술
포경(包莖)은 남성의 음경이 피부에 덮여 있다는 뜻이다. 포경수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술중 하나다. 고대 이집트와 중동에서 최초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포경수술은 종교적인 이유로 할례를 하는 이슬람권 국가에서 가장 많다.
유대인도 종교적 이유로 대부분 포경수술을 한다. 그 외 대부분은 우리나라와 필리핀, 미국이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선 6·25전쟁 이후 주둔한 미군의 영향으로 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필리핀도 미군의 영향을 많이 받은나라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아이에게 포경수술을 시킨 이유는 돌이켜 보면 막연했다.
포피가 귀두를 덮으면 청결한 환경 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소변 잔류물 등으로 냄새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포경수술을 하던 시절엔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생기는지 비교 대상이 드물었기에 ‘의심의 여지없이’ 수술을 시켰다. 요즘엔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자아이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굳이 포경수술하지 않아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모가 잘 안다.
드물긴 하지만, 포경수술을 꼭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성인이 됐는데도 귀두가 노출되도록 포피가 벗겨지지 않는 경우다. 이를 ‘진성포경’이라고 한다. 전체 남성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남자아이는 태어날 때는 포피가 귀도에 붙어 있기 때문에 손으로 잡아당겨도 뒤로 벗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10명 중 7명은 세 살쯤 되면 손으로 포피를 젖히면 귀두가 다 드러난다.
다섯 살쯤 되면 거의 모든 남자아이의 포피가 젖혀진다. 대부분 남자아이는 이때가 되면 음경을 만지작거리다가 포피를 벗기게 되고, 소변이 마려울 때 발기가 되면서 벗겨지기도 한다. 다섯 살 무렵 손으로 포피를 잡아당겨서 젖혀지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다. 대부분 열 살 또는 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벗겨진다. 따라서 어린 아들의 포피가 쉽게 젖히지 않는다고 부모가 억지로 잡아당겨 젖힐 필요는 없다. 성인이 돼서 성 생활하는 시기가 왔는데도, 발기 상태에서 포피가 벗겨지지 않고 통증이 생기면 비뇨기과 진단을 받고 포경수술을 하면 된다.
역시 흔치 않지만, 감돈포경인 남성도 포경수술을 받아야 한다. 포피 끝이 너무 좁은 사람은 뒤로 젖혔을 때 좁아진 부분에 림프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해 음경 끝이 비정상적으로 퉁퉁 부어 오른다. 좁아진 포피는 귀두를 고무줄로꽁꽁 묶어 놓은 듯 심하게 압박하면서 제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혈액순환장애를 받아 심하면 귀두가 괴사할 수 도 있다. 감돈포경은 원래 포피가 뒤로 잘 젖히지 않는 남성이 억지로 포피를 뒤집어 젖히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즉시 가까운 비뇨기과나 응급실에 가서 포피를 원 자리로 돌려놓는 치료를 받아야 하며, 그 이후 포경수술이 필요하다.
귀두포피염 심해 소변 못 봐도 수술 대상
진성포경이나 감돈포경이 아닌 경우, 귀두포피염에 잘 걸리는 남자아이에게는 포경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고추 끝이 자주 빨갛게 되고, 소변 볼 때마다 빨개진 부분이 아파서 우는 아이가 있다. 부모가 눈으로 보아서 고추 끝이 빨갛고 농이 나오면 귀두포피염이다. 세균성 감염이 주원인이다. 고추 끝 부분을 비누로 깨끗이 씻어 주고 소아청소년과에 데려가 항생제 연고를 처방받아 발라 주면 보통은 잘 낫는다.
하지만 염증이 심하면 아이가 배뇨 시 통증에 겁을 내서 소변을 아예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소변이 방광으로 역류하는데, 귀두포피염이 아주 심하거나 자주 재발해 이 상태까지 이른 아이는 포경수술을 시킬 필요가 있다. 염증이 아주 심하면 합병증으로 소변 나오는 구멍이 작아지거나 거의 막히기도 하는데,이런 경우도 반드시 포경수술을 시켜야한다.
물론 포피 사이에 이물질이 자주 끼어 많이 냄새 나는 남성 등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면 얼마든지 포경수술해도 된다. 굳이 포경수술 할 필요 없지만, 포경수술해서 의학적으로 나쁠 것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세기 후반 청소년의 자위행위를 억제시키기 위해 포경수술이 성행했고, 이후에는 요로감염이나 성병 예방에 도움 된다는 주장과 함께 지속됐다. 그렇지만 포경수술을 받은 남자아이라고 자위행위를 덜 하는 것도 아니고, 포경수술이 남성 생식기 감염질환을 의학적으로 의미 있게 줄여 주는 것도 아니다.
포경수술을 하면 늘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게 되므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일으키는 남성 자신의 음경암과 배우자의 자궁경부암 위험을 낮춰 준다는 주장이있는데, 의학적 연구 결과는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것과 이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뒤섞여 있기에 어느 쪽이 옳은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최근 캐나다에서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이 전립선 암에 덜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포경수술과 전립선암의 의학적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효과는 흑인에게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한국남성에게 무조건 직접 대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신생아 포경수술은 권장하지 않아
포경수술하는 최적의 나이도 의학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기본적으로는 당사자가 원할 때 수술 받으면 된다. 부모가 포경수술을 시키는 경우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 때를 택하는데, 그보다 조금 일찍 해도 되고 훨씬 늦게 해도 상관없다. 다만,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국소마취로 수술이 진행되는 10~20분 수술대에 누워 있는 데 반해, 아주 어린아이는 수술 과정을 버티기 힘들어하므로 전신마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예전에 많이 하던 신생아 포경수술은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권장하지 않는다.
“10명 중 7명은 세 살쯤 되면 손으로 포피를 젖히면 귀두가 다 드러난다. 다섯 살쯤 되면 거의 모든 남자아이의 포피가 젖혀진다.
대부분 남자아이는 이때가 되면 음경을 만지작거리다가 포피를 벗기게 되고, 소변이 마려울 때 발기가 되면서 벗겨지기도 한다.“
월간헬스조선 8월호(12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