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노안 백내장 수술 명의’ 한길안과병원 조범진 진료원장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안(老眼)이 온다. 우리 눈의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에 탄력이 떨어져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면서 가까운 사물은 흐릿하게 보이고, 멀리 있는 사물은 잘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노안이 40대 중반부터 온다면 70대부터는 백내장을 걱정해야 한다. 백내장 역시 수정체가 문제인데,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장애가 생긴다. 노화로 인해 생기는 노안, 백내장은 동시에 수술로 개선이 가능하다. 노안 백내장 수술 명의 한길안과병원 조범진 진료원장을 만났다.
-노안은 누구에게나 다 오는 건가
그렇다. 노안은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수정체를 붙잡고 있는 모양체근이 약해지면서 온다. 사물을 보기 위해 초점을 맞추려면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얇아지면서 조정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런 수정체 ‘조절력’이 떨어진다. 노안은 40대 중반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만 엄밀히 말하면 태어나면서부터 서서히 진행이 된다. 요즘 같이 스마트폰 등 가까운 곳을 오랜 시간 집중해서 보는 작업을 지속하면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노안이 올 수 있다. 반면 평소 먼 곳을 보는 사람, 예를 들면 운동선수 같은 사람은 50~60대에 뒤늦게 노안이 올 수 있다.
-스마트폰 과사용이 노안을 앞당길 수 있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가까이 보려면 모양체근이 당겨지고 수정체가 볼록해져야 한다. 수정체의 변화로 인해 굴절력이 만들어지기 때문. 그러나 가까운 곳만 지속적으로 봐서 수정체를 조절하는 모양체근의 피로도가 커지면 가까이 보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보면 눈 깜박이는 횟수가 줄고, 눈을 깜박여도 제대로 깜박이지 않아 눈물 띠가 잘 안 만들어지게 된다.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아직 논란이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황반변성 등의 안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은 눈에 좋을 것이 없다.
-노안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돋보기 안경을 쓰거나 조그만 구멍을 통해서 사물을 보는 핀홀 콘텍트 렌즈를 사용해서 시력을 개선한다. 그러나 임시방편이고, 근본적으로 노안을 개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딱딱해진 수정체를 말랑말랑하게 하거나, 수정체를 붙잡고 있는 모양체근을 젊을 때처럼 유연하게 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노안이 있는 사람이 백내장도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둘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안질환이다. 백내장은 우리 눈의 렌즈인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 흐려짐, 빛번짐, 복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노안이나 백내장은 사람마다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100% 온다고 보면 된다.
-백내장은 수술을 해서 개선할 수 있다
그렇다.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장애가 심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혼탁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갈아끼우는 수술을 해야 한다. 방치하면 수정체 혼탁이 너무 심해져 실명까지 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점에 수술을 해야 한다. 백내장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간한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51만 8663명에서 2017년 54만 9471명, 2018년 59만 2191명으로 늘었다.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개선하는 수술이 있나
백내장 수술을 할 때 인공수정체가 단초점 렌즈가 아닌, 가까운 곳과 먼곳을 동시에 잘 볼 수 있는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과거에는 양쪽 눈의 굴절을 달리해 노안을 교정하는 노안 라식을 많이 했는데, 렌즈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수정체로 노안과 백내장을 교정하는 수술이 대세가 됐다. 노안 백내장 수술은 눈에 들어가는 인공수정체만 다르고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과 수술 방법은 같다. 인체에 더 큰 손상 등을 입히는 등 부담을 주는 수술이 아니라서 최근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다만 수술 비용이 일반 백내장 수술보다는 비싸다. 노안 백내장 수술은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사례가 늘어, 한국은 노안 백내장 수술을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하는 국가가 됐다. 내 환자의 경우만 해도 백내장 수술 환자의 30~40%가 노안 백내장 수술을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백내장이 없어도 노안을 목적으로만 교정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노안 백내장 수술은 어떤 사람이 하면 좋나
돋보기 안경을 쓰기 싫어하거나 안경을 심하게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다. 사회 생활이나 취미 생활을 활발히 해서 안경을 벗고 싶어하는 사람,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시도해볼 수 있다. 노안 백내장 수술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수술이 아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노안 백내장 수술의 부작용은
노안 백내장 수술을 선택한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 후 시력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수술을 하면 완전히 깨끗한 시력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평균 100점 만점에 75점 정도 나온다. 특히 수술 전 다른 안과질환이 있었거나 당뇨병·고혈압 등을 오래 앓은 사람은 눈이 건강하지 않아 수술 결과가 떨어질 수 있다. 수술 의사는 시력이 어느 정도까지 좋아질 수 있는지 수술 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수술 후 안구건조증, 비문증 등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 또 다초점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최대 6개월 정도의 뇌신경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변화된 시각적 자극에 대해 뇌가 적응을 하는 기간이다.
-노안 백내장 수술 시 주의할 점은
노안 백내장 수술은 첫째 눈이 건강한 사람이 해야 한다. 망막 질환 등 만성 안질환이 있으면 권하지 않는다. 수술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 둘째 수술 전 시력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그래야 적합한 도수의 수정체가 삽입돼 시력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셋째, 수술이 완벽하게 잘돼야 한다. 일반 백내장과 달리 시력에 대한 환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 각막 절개 위치, 절개 크기, 인공수정체 삽입 위치 등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야 한다. 인공수정체 렌즈가 조금만 돌아가거나 움직여도 시력 교정이 충분히 안된다. 수술 시간은 10~15분 정도로 얼마 걸리지는 않지만 초단위로 수술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
-백내장 수술은 안과 수술 중에 부작용이 빈도가 높은데…
백내장 수술은 안과 질환 중에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보니 부작용 빈도가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안내염이 가장 흔한 부작용인데, 사실 안구는 세균 등이 잘 자랄 수 있는 좋은 환경이므로 감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내염을 초기에 진압하면 시력 장애 등 후유증이 남지 않지만, 심하면 실명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안내염이 의심되면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압이나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환자는 수술 부작용 발생 빈도가 높으므로 백내장 수술 전에 혈압·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조범진 진료원장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길안과병원 진료 원장이다. 대한안과학회 학술위원, 한국외안부학회 이사, 한국백내장수술학회 상임이사이며 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회원이다. 지금까지 백내장 수술을 2만 건 가까이 시행한 베테랑 안과의사지만, 매일 새로운 수술을 한다고 생각하고 수술 환자마다 심혈을 기울인다. 백내장은 안과 분야에서 기본적인 수술이지만 섬세하고 까다로운 수술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노안 백내장 수술을 시행을 했으며, 최근 10년 간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노안 백내장 수술 관련 논문을 3~4편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