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15년 팀워크… '극소 저체중아' 생존율 90% 넘어

입력 2019.10.01 09:47

[주목! 이 클리닉]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출생 체중 1000g 미만… 초기 처치 중요
'생존 마지노선’ 체중 480g 아기도 살려내

초극소 저체중아를 잘 키우는 데에는 의료진의 협업과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들은 15년간 손발을 맞춰 온 팀워크를 바탕으로, 초극소 저체중아를 치료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몸이 딱 어른 손바닥 만한, 출생 체중이 1000g 미만인 '초극소 저체중아'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이 아닌 신생아중환자실로 간다. 폐, 눈, 심장 등의 장기가 엄마 배 속에서 충분히 자라지 않은 채 태어났기 때문에 의술의 힘을 빌려 '밖에서' 잘 커야 한다. 초극소 저체중아를 잘 키우는 데에는 최신식 의료 장비보다 의료진의 협업과 따뜻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 15년간 교수, 전공의, 간호사들이 손발을 맞춰, 초극소 저체중아를 3~4개월간 잘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는 곳이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이다.

◇태어나자마자 '분초'를 다투는 응급처치 중요

초극소 저체중아를 살리려면 엄마 뱃속을 떠나는 순간부터 '분초'를 다투는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다. 임신주수 32주 이전에 태어나면 아기가 숨을 못 쉬는 경우가 많다. 1분 안에 기도를 뚫는 삽관을 하고 가래를 빼준 뒤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다. 동시에 따뜻한 양수 속에 있다가 나온 축축한 아기의 몸을 닦아줘야 한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동시에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아기의 호흡 상태를 살피고, 청진기로 심장 박동수를 체크해 60회 미만이면 심장 마사지를 해야 한다. 몸통이 워낙 작기 때문에 심장 마사지는 두 엄지 손가락으로 가슴을 누른다. 정맥은 바늘처럼 가늘기 때문에 약물을 투여할 '라인'을 잡기 어렵다. 탯줄이 잘려나간 배꼽 정맥에 관을 집어넣고 에피네프린 같은 강심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이 모든 처치를 교수, 전공의, 간호사 등 최소 다섯명이 붙어서 수분 안에 해야 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는 "우리는 '골든 타임(time)'이 아니라 '골든 미닛(minute)'이라고 부른다"며 "초극소 저체중아는 초기 처치가 생존율이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초기 처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착착 진행되려면 교수, 전공의, 간호사의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성태정 교수를 비롯해 간호사 10명이 2004년부터 손발을 맞춰왔다. 팀워크 덕분에 2016년에는 생존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임신주수 23주, 체중 480g으로 태어난 아기도 살렸다. 현재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아기의 90% 이상은 초극소 저체중아인데, 평균 임신주수가 26.8주, 체중 978g이다. 입원 환자의 80% 이상이 1500g 미만의 극소 저체중아이며 생존율은 90%가 넘는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①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주 2회 사진을 붙여가면서 아기의 상태를 기록하고 격려하는 육아일기를 써서 부모에게 보여준다. ②신생아중환자실에서 퇴원해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의 사진을 게시판에 붙여 놓았다.
◇부모의 마음 위로해주는 서비스

신생아중환자실에 아기를 맡긴 부모들은 하루 1회 30분만 아기 면회를 할 수 있다. 많은 시간 아기와 같이할 수 없는 부모를 위해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일일이 엄마가 돼 육아일기를 작성한다. 육아일기는 주 2회 이상 수기로 작성되며, 아기의 성장 상태를 글과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 신생아중환자실 조은숙 수간호사는 "육아일기를 받아든 부모는 큰 감동을 느끼고 자신의 아이를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가 아기를 안아주며 정서적 유대를 높이는 캥거루 케어도 시행한다. 아기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도 가능하며 아빠도 참여할 수 있다. 아기에게 부모의 육성을 녹음해 들려주고, 조도와 소음을 측정해 엄마의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부모의 마음을 배려한다. 신생아중환자실 게시판에는 이곳에서 건강하게 자라 퇴실한 아이들의 사진도 붙어있다.

◇음압격리실 마련… 신생아 감염 예방에 만전

초극소 저체중아는 면역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채 태어나 감염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소아 감염 전문 의사를 영입했다. 초극소 저체중아가 혈류 감염 등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준공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관으로 자리를 옮긴 신생아중환자실은 병상이 20병상에서 23병상으로 늘었고, 공간도 1.75배로 증가했다. 공간이 넓어지면서 약을 조제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소아전담 약사를 두어 약을 미리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약을 새롭게 조제하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 내에 음압격리실도 마련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곽병옥 교수는 "신생아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병원의 투자"라며 "신생아중환자실 감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 전국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 시범평가를 자발적으로 신청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강남성심병원 신관 건립
소아청소년·산부인과 특성화 진료 강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이 지난달 2일 신관을 건립했다. 신관은 두 개의 동으로 이뤄졌으며 1동은 지상 7층·지하 6층, 2동은 지상 6층·지하 6층으로 연면적 7946평(2만6268㎡) 규모다. 지상 3층에서는 두 건물 사이에 통로를 연결했다. 신관에는 특성화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을 들였으며, 환자들은 좀더 넓고 편리한 최신 시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관의 입원 병상은 소아청소년과 병동 26병상과 산부인과 병동 30병상으로 모두 56병상을 갖췄다. 환자 감염 예방을 위해 병상 간 이격거리는 1.5m를 준수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총 23병상을 운영하고 이중 3병상이 음압격리실 내에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주변은 재개발 등으로 2022년까지 2만6000여 명의 인구가 새로이 유입된다. 또한 올 하반기에 착공에 들어간 신안선 노선(시흥-서울역)의 중간 지점인 대림삼거리역에 병원이 위치해 교통이 한결 편리해진다.

이영구 병원장은 “외연을 확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최신 의료시스템을 도입하여 의료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특성화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신관을 건립했다”며 “현재의 본관을 중심으로 이번에 문을 연 신관, 지난해 10월 개소한 한림중개의학연구소, 향후 리모델링 예정인 별관 등 대림삼거리 일대를 명실공히 ‘한림메디컬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