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으로 다진 팀워크…가능성 희박한 폐암 말기 환자 살립니다"

협진(協診)하는 의사
성빈센트병원 폐암센터 김치홍·조덕곤·심병용·김성환 교수

환자 한 명이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거나, 하나의 질환이지만 다른 진료과 의사와 함께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때는 관련된 의사 여럿이 함께 모여 진료·치료하는 ‘협진(協診)’이 환자에게 바람직하다. 협진은 병원과 의사 입장에서 번거롭고, 수익에도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 협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중요한 의료 행위다. <헬스조선>은 성공적인 협진을 통해 환자의 건강을 되찾아주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폐암 환자의 진단부터 치료 후 관리까지 함께 움직이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폐암센터 호흡기내과 김치홍 교수와 흉부외과 조덕곤 교수,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김성환 교수다.
왼쪽부터 김치홍, 심병용, 조덕곤, 김성환 교수

눈이 많이 내린 12월 초, 수원에 있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의 큰 회의실에서 김치홍·조덕곤·심병용·김성환 교수를 만났다. 의사 네 명이 모이면 사진찍기가 쉽지 않다. 친하지 않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각자 주장이 강하면 분위기가 산만해진다. 우려와 달리, 단체 촬영은 5분 만에 끝났다. 사진기자가 “네 분이 친하신가 보다, 무척 자연스럽다”는 말을 건네자, 인터뷰를 위해 착석한 김치홍 교수가 “네 사람 모두 가톨릭의대 출신”이라며 “조덕곤·김성환 교수와는 1999년 이전부터 성빈센트병원에서 함께 진료했고, 심병용 교수는 2003년부터 함께 얼굴을 봐온 후배라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함께 폐암 환자를 치료해온 네 사람의 이야기.

김치홍 교수

헬스조선 1999년부터 폐암 협진을 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상당히 오래전인데요.

김치홍 교수 계기는 작은 일이었어요. 1999년 이전에는 특이 폐암 환자 케이스를 보면서 조덕곤 교수와 곧잘 토론했습니다. 1999년이 되는 때 종양내과에서 선배 교수님 한 분이 오셨어요. 폐암을 전문으로 보시는 분이었죠.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종양내과가 모인 겁니다. 당시 병원에 방사선 치료기기를 들여왔요. 과거 방사선 치료기기 구입을 하면서 사기당한 적이 있어 망설이다가, 딱 그 시기에 구입한 거죠. 그렇게 방사선종양학과도 폐암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모든 폐암 환자는 우리 네 과가 같이 보게 됐습니다. 그때는 협진이라는 개념이 퍼지기도 전이었죠.

헬스조선 폐암 환자가 오면 어떤 방식으로 협진하나요.

심병용 교수 폐암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무척 다양합니다. 아예 수술을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사선 치료나 약물 치료로 암을 최대한 축소시킨 뒤 수술하는 방법도 있어요. 수술을 먼저 한 뒤, 추가로 방사선 치료나 약물 치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방사선이나 약물 중 하나만 쓸 수도 있고요. 환자 개인 특성에 따라 성과가 좋은 치료법은 다릅니다. 그런데 한 명의 의사가 치료법을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흉부외과 의사는 수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쉽겠죠? 다른 과도 마찬가집니다. 호흡기내과나 종양내과는 항암치료를, 방사선종양학과는 방사선 치료를 우선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협진이 필요합니다.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오면, 먼저 치료법에 대해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합니다. 수술을할 것인지, 하게 된다면 그전에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하죠. 수술 후에도 토론은 계속 이어집니다. 환자 상태는 어떻고, 추가 치료는 어떤 게 필요한지, 실제로 몸을 열어보니 상태가 어땠는지 공유합니다.


조덕곤 교수

조덕곤 교수 지금 모인 과뿐 아니라 영상의학과와 해부병리과, 핵의학과 의사까지 7개과 의료진이 함께 1주일에 한 번은 꼭 모여서 다학제(多學際) 진료를 합니다. 여기서 최종 결정된 계획은 환자에게 알립니다. 각 과의 노하우나 학계의 최신 정보도 공유해요. 해당 과 의사가 아니면 그 과에서 나온 최신 치료법은 잘 모릅니다. 최신 치료법 중 특정 폐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같이 보며 공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외과의사인 제가 정상세포에는 작용하지 않고, 암세포 성장만 방해하는 표적항암제 사용 치료법이 있다는 걸 내과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거죠. 과 간에 장벽이 없다는 건 중요합니다. 장벽을 넘어서서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다면, ‘치료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환자가 건강해지기도 해요.

김성환 교수 안경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사람마다 다른 도수와 디자인의 안경이 필요하듯이 폐암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과의 의사가 의견을 공유해야 하는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것 외에도, 우리끼리는 수시로 대화합니다. 전화나 메신저를 이용하기도 하고, 얼굴 보기도 해요. 오랫동안 같이 근무하다 보니, 서로 환자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 좋습니다.

김치홍 교수 안 그래도 오늘 모인 김에 몇몇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메모지에 몇 가지 적어오기도 했어요. 휴대전화 뒤쪽에 붙여왔죠(웃음).

헬스조선 성공적인 폐암 협진 케이스가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김성환 교수 수술을 해도 재발할 확률이 높은 말기 환자였는데, 성공적으로 치료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심병용 교수 폐암 3기 환자의 경우, 수술을 하면 70% 정도 재발합니다. 무작정 수술할 수 없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암의 크기나 상태를 거의 1기 정도로 만들고 수술한다면 어떨까요? 재발률이 훨씬 줄어듭니다. 재발을 덜하면 환자가 건강하게 살 확률도 그만큼 커지고요.

심병용 교수

조덕곤 교수 최근에 다른 병원에서 X레이 검사로 이상소견이 발견돼 병원에 온 노인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조직검사해 보니 예후가 좋지 않은 비소세포폐암이었어요. 종양 크기가 8cm를 넘었고,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3기 환자였습니다. 생존율이 높지 않았어요.

김치홍 교수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끝에, 먼저 항암·방사선 치료를 병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간 항암·방사선치료를 6회 한 뒤 재평가를 위해 CT(컴퓨터단층촬영기)와 PETCT(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기) 검사를 했어요. 치료한 뒤, 환자 상태는 2기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한 달 뒤 환자는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받았죠.

심병용 교수 수술이 끝나고 정확히 9일 뒤, 협진회의를 열었습니다. 수술받은 환자는 잔존 암세포가 2% 뿐이었습니다. 재발을 안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재 경과 관찰 중으로 다른 큰 문제가 없으며, 성공적인 협진 사례로 생각됩니다.

김성환 교수 척추로 폐암이 전이돼서 신경을 많이 누르고 있어 걷기가 힘들었는데, 방사선 치료로 쉽게 걸을 수 있게 된 환자도 기억에 남습니다.

헬스조선 협진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김치홍 교수 많죠. 우리는 자연스러운 전통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원래대로라면 다른 과끼리 신경전이 있습니다. ‘우리 환자를 왜 다른 과에 주느냐’ 하는 식이죠. 그러다보니 섭섭해 하는 후배들을 설득해야 할 때도 있어요. 같은 과 의사들에게 안 좋은 말을 듣기도 하고요.

조덕곤 교수 협진하기 위해서는 동일 과에서도 세부 분야가 명확히 나뉘면 좋습니다. 똑같은 외과 의사라도 누구는 대장암을 전문으로, 누구는 폐를 전문으로 하는 식이죠. 이 시스템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기본적으로 인력에 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인력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김성환 교수

헬스조선 의료계에 협진이 광범위하게 퍼지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요.

김성환 교수 협진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의사로서의 욕심, 내 방식을 끌어나가고 싶은 욕심…. 저는 방사선종양학과다 보니 폐암 외에도 다른 여러 암을 함께 보는데, 폐암센터만큼 협진이 잘 안 되는 병도 있어요. 협진이 잘 되는 곳은 서로 욕심을 안 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병용 교수 의사가 볼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암에 걸렸다고 하면 무조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명의를 찾기 쉬워요. 훌륭한 분도 많지만, 환자가 너무 많이 들이닥치다 보니 제대로 환자 관리가 안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항암제는 분기별로 환자 상태를 보고 처방하는데, 한꺼번에 여러 분기를 처방해주고 다 먹고 오라는 식의 의사도 있어요. 이런 환자들이 과연 세세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암 환자는 세세한 보살핌이 중요한데 말이죠. 유명한 의사를 찾아갈 게 아니라, 협진이 잘 되는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헬스조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당부 말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치홍 교수 최근에는 고령의 폐암 환자나, 여성 폐암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단순히 흡연하는 중년 남성뿐 아니라, 나이가 많거나 여성이라도 주의해야 해요. 폐암은 증상이 만성기관지염 같은 증상과 비슷해 늦게 발견되기 쉬우니, 기침이나 객혈같은 이상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조덕곤 교수 의사는 ‘내 환자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왜?’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른 과 의사의 의견을 듣기 쉽지 않거든요. 특히 외과 의사라면 심폐 기능이 나쁘다거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는 어떻게 수술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과 의사들과 의견을 나눠야 합니다.

김성환 교수 폐암 환자들에게 유명 병원을 반드시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명 병원을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길게는 2~3개월씩 걸립니다. 그런데 이 사이에 폐암이 더 진행될 수도 있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해요. 안타깝습니다. 집 근처에 큰 병원이 있고, 빨리 치료받을 수 있다면 그곳에서 치료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우리 병원처럼 협진이 잘 된다면 더욱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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