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배우 김주혁씨가 사망한 가운데 경찰과 건국대병원 측은 운전 중 발생한 심근경색의 사고를 유발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그가 평소 젊고 건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더욱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무런 증상 없이 건강해보이던 사람도 20~40대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돌연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얼마 전 타계한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조진호 감독도 마찬가지 사례로 추정된다. 조 감독 역시 운동선수 출신이지만 동맥경화가 진행됐을 수 있고, 막중한 스트레스와 과로 등이 혈관에 염증을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장 돌연사는 대부분 급성 심정지로 인해 발생한다. 문제는 젊은 급성 심정지 환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급성 심정지 환자 10명 중 2명이 40대 이하였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심장 돌연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급성 심근경색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혈관이 좁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에게 생긴다. 동맥경화가 있으면 염증 같은 자극에 의해 죽상경화반(기름 찌꺼기가 뭉친 것)이 터지면서 갑자기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아버릴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동맥경화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젊은층도 심장 돌연사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혈관이 20~30%만 막힌 가벼운 동맥경화 상태에서도 혈관이 큰 자극을 받으면 혈전이 생기며 혈관을 막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가벼운 동맥경화를 심장 돌연사까지 이어지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흡연’과 ‘스트레스’다. 과도한 흡연은 죽상경화반에 염증을 일으켜 쉽게 터지게 한다. 스트레스도 흡연처럼 혈관 내 염증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카테콜아민 등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것이 문제다. 심장 박동이 심해지면 평소보다 심장에 많은 혈액이 필요한데,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는 심장에 넉넉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심장마비에 이르는 것이다. 실제 하버드대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 2시간 이내에 심근경색이 생길 확률이 그렇지 않은 때의 약 5배로 높다(유럽심장학회지, 2014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