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의학용어
언제부터인가 봄은 짧고 여름은 금방 찾아오는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것처럼 느껴진다. 서둘러 선풍기를 꺼내거나 에어컨 청소를 시작한다. 외출할 때 오늘은 얼마까지 기온이 오를지 일기예보를 살펴보기도 한다. 폭염주의보와 폭염특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각각 33℃ 이상,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이 찾아오면 노약자는 쓰러지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더위로 인해 체온이 올라 생기는 질병에 대해 혼동하기 쉬운 용어들을 알아보자.

열사병(熱射病)
폭염 때문에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더위로 인해 체온이 오르는 상태 중 가장 무서운 것이 열사병이다. 아주 덥고 습한 환경에 노출되어 땀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심부체온(몸속 깊은 곳의 체온)이 40℃를 넘는 극한 상황이 된다. 이때 평소처럼 입안이나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넣어 체온을 재면 정확하지 않으므로 항문 안에 체온계를 넣어 측정하는 것이 심부체온이다. 40℃ 이상으로 체온이 오르면 몸속 장기들이 손상되기 시작하면서 이상 행동을 하고 의식이 떨어질 수 있다. 열사병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 119에 신고한다.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서늘한 곳으로 옮겨, 옷을 벗기고 찬물을 뿌리고 부채질이나 선풍기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열사병과 혼동하기 쉬운 ‘일사병’이라는 용어는 체온의 기준 없이 강한 햇빛에 오래 있어서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두루 말할 때 사용한다.
열피로(熱疲勞·열탈진)
열피로는 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나 전해질이 빠져나가 생기는 병이다. 다른 말로 ‘열탈진’이라고도 한다. 심부체온이 37℃ 이상으로 오르지만 그렇다고 열사병처럼 40℃를 넘지는 않는다. 열피로가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며,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 구역질이 나거나 구토하기도 한다. 열피로가 의심되면 서늘한 곳으로 옮겨 물을 먹이고, 필요하면 염분 등 전해질도 보충해야 한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위험한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열경련(熱痙攣)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치르는 국가대표 축구 대항전을 보면 후반 중반을 넘어가면서 다리에 쥐가 나 장딴지를 움켜잡고 그라운드에 누운 선수들이 속출한다. 이처럼 더위 속에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경련·통증이 생기는 것이 열경련이다. 땀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는데, 물을 통해 수분 보충은 어느 정도 됐지만 전해질은 보충되지 않아 생긴다. 경련이 생긴 근육은 마사지·스트레칭해 주고,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운동선수들이 경기 중 음료를 마실 때 맹물보다 전해질이 들어간 이온음료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