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 통로로 손목·팔꿈치 이용… 허벅지보다 시술·회복 시간 줄어 두개골 절개해야 했던 뇌동맥류… 코일 삽입하는 시술로 치료 가능
혈관 질환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윤창환 교수는 "외과적 절제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는 높이고 있고, 다양한 시술 기구와 기법이 개발돼 환자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넣는 스텐트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도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스텐트란, 혈관이 폐색되는 걸 막기 위해 혈관 안에 집어넣는 그물 관(管) 장치를 말한다.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스텐트 삽입술이다. 스텐트는 몸에서 녹아 없어지거나, 휜 혈관에 딱 맞게 들어가거나, 석회화가 진행된 혈관에도 들어가는 것 등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다양한 스텐트 쓰여
혈관 안에서 뼈대 역할을 하는 스텐트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다. 약물 용출 스텐트가 대표적이다. 심장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다가 혈관 내에 상처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세포가 증식해 혈관이 다시 막힐 수 있다. 약물 용출 스텐트는 스텐트 안쪽에 세포 증식 억제제가 발려 있어서,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해준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현재 교수는 "이 스텐트를 이용했을 때 혈관이 재협착되는 비율은 5%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일반 스텐트는 60% 정도다.
이 외에 무릎 아래의 길고 가는 혈관, 구불구불한 뇌혈관, 석회화가 진행된 혈관 등에도 넣을 수 있는 스텐트가 있다. 실온에서는 작게 압축돼 있다가, 따뜻한 혈액이 도는 혈관 속에 들어가면 혈관 모양과 굵기에 맞게 펴지는 게 특징이다.
스텐트가 평생 혈관 안에 남아 있으면서 이물질로 작용해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5년 전쯤부터는 혈관에서 녹는 스텐트(합성수지나 마그네슘으로 만듦)가 개발돼 활발하게 쓰였다. 하지만 기존의 스텐트에 비해 1~3년 내 재협착 위험이 높다는 게 밝혀졌다. 강현재 교수는 "장기적으로 관찰하면 치료 결과가 좋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재협착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녹는 스텐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서 1~2년 안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술 대신 시술로 치료
수술이 필요한 질환을 시술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게 뇌동맥류다. 뇌동맥류는 기존에 두개골을 10㎝ 정도 절개해 부불어 오른 혈관을 묶거나, 눈썹 가운데를 3~4㎝ 절개해서 미세현미경을 뇌 안으로 밀어 넣어 동맥류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치료했다. 최근에는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혈관을 통해 뇌동맥류 안으로 코일을 넣는 시술을 활발하게 한다.
중증 뇌졸중 치료 경향도 바뀌었다. 윤창환 교수는 "중증 뇌졸중으로 병원에 오면 혈전용해제를 전신에 투여했는데, 요즘은 혈관 안으로 시술 기구를 넣어 막힌 부위를 직접 뚫는 치료 방식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은 전신마취 후 가슴을 열고 심장을 세운 뒤 인공판막으로 갈아끼우는 대수술을 한다.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층은 이 치료를 받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조영 장비를 이용해서 다리의 동맥 쪽으로 인공판막을 밀어 넣는다.
◇회복 기간 줄이는 시술 활발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넣을 때에는 주로 허벅지를 통해 동맥을 타고 들어가 시술한다. 그러면 시술 시간이 길고, 시술이 끝나도 환자가 4~5시간 회복 시간을 가져야 한다. 허벅지 대신 손목 동맥을 통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 10여 년 전에 처음 도입됐는데, 이렇게 하면 시술이 15분 정도 밖에 안 걸리고, 환자가 바로 일어서서 걸을 수도 있다.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우식 센터장은 "최근에는 6대4 정도의 비율로 손목 동맥을 이용한 관상동맥 조영술이 더 활발하게 시행된다"고 말했다. 회복이 빠르고, 조영제 배출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가능성
심근경색을 포함한 중증 허혈성 심부전 환자를 줄기세포(골수 유래)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상태다. 강현재 교수는 "학계에서 심장 혈관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며 "빠르면 3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혈관이 부족한 장기에 줄기세포를 주사해, 혈관을 재생시키는 임상 연구가 진행 된 바 있다. 국내에서 신의료기술로 허가받았으며,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윤창환 교수는 "하지 혈관이 막히면 풍선확장술로 넓힌 뒤, 줄기세포로 미세 혈관을 재생시키는 치료를 적용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