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모(31)씨는 평소 교대근무로 피로감을 자주 느꼈다. 특히, 밤샘 근무 후에는 눈이 침침했고, 충혈도 잘 됐다. 안약을 넣어도 그때뿐이고, 며칠 지나도 증세가 잘 낫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정 씨는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 등의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눈이 잘 안 보이게 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2012년 58만여 명에서 2016년 80만여 명으로 4년 새 약 38.7% 늘었다.
우리 눈의 앞부분은 방수라는 투명한 액체로 채워져 있다. 방수는 모양체에서 만들어진 후 홍채 가장자리를 통해 배출되는데, 이런 방수의 적절한 생성과 배출과정을 통해 안압이 정상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배출 통로에 문제가 생겨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면 안압이 상승하게 된다.
안압이 상승하면 시신경섬유를 손상시키고 이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지만, 정상인의 경우에는 적절한 범위 안에서 유지된다. 보통 40세 이상 한국인의 평균 안압은 약 14mmHg이며, 정상 범위는 보통 10~20 mmHg 사이다.
과거에는 안압 상승(21mmHg 이상)이 녹내장의 원인으로 생각됐으나, 정상 안압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최근에는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에 높은 안압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상 안압을 가진 녹내장이 70~80%를 차지한다.
녹내장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질 때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가 갑자기 색 변화를 인지 못 하고 눈앞이 희미해지거나 지속적으로 눈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일부는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과 시력감퇴가 생기고 통증 때문에 구토나 발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
녹내장은 약물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약물치료에도 안압조절이 어렵거나 시야 변화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술한다. 고대구로병원 안과 김용연 교수는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말기일 가능성이 높아 진단이 늦어지는 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용연 교수는 “이미 손상된 시신경으로 인해 좁아진 시야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 진단을 받게 된 경우 지속적인 관리로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40세 이후부터는 녹내장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