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말하는 상황별 응급처치 요령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응급상황에 자주 부딪힌다. 그런데 막상 이런 순간이 닥치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가 많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한 응급처치 방법을 묶어 '이럴 때 이렇게 하세요'란 자료집을 냈다. 이 자료집에 나온 응급처치 요령을 발췌, 소개한다.

■ 이물질을 삼켰을 때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특히 어린이나 정신 질환자들에게 흔하다. 작은 이물질은 식도에 걸리지 않고 위까지 내려가면 대변으로 배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불쾌감이나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으면 일단 기다리면서 방사선 검사를 받아보거나 대변으로 배출되는 지 확인해야 한다. 이물질의 종류는 동전이 가장 흔하다. 그밖에 생선 뼈나 닭 뼈와 같은 음식물, 장난감, 크레용, 건전지, 유리조각, 칫솔 등이 꼽힌다.
이물질을 삼키고 난 뒤 증상은 구토, 호흡곤란, 흉통, 연하곤란(삼키기 곤란), 연하통, 기침, 이물감 등이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아기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고, 침도 못 삼키고 보채면 이물질을 삼켰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또 이물질을 삼킨 뒤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이물질에 대한 평가, 합병증, 배출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응급처치 요령
―기도(氣道) 확보가 중요하며, 환자가 원하는 편한 자세를 취하게 한다.
―억지로 토해 내려 하지 말고 금식한다.
―건전지와 같이 독성이 있는 물건이나 날카로운 이물질은 즉각 제거해야 하므로 빨리 병원을 찾는다.
■아이가 열이 높을 때
발열은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 하지만 한밤중에 아기가 고열이 나면 부모는 당황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열이 있다고 하는 기준은 나이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항문 38도, 구강 37.5도, 겨드랑이 37.2도 이상이면 열이 있다고 판단한다. 발열의 원인은 대개 감기이지만 보다 심각한 감염이나 조직손상, 종양, 류머티스 질환, 내분비질환 또는 대사 장애 등도 꼽힌다.
열이 날 때 집에서 응급조치를 하기 전에 즉시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첫째, 3개월 미만의 갓난 아기가 열이 날 때이다. 심한 세균 질환 가능성이 높으며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패혈증에 의해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파 보이고 축 처져 있으며 깨워도 반응이 없을 때이다. 또 두통, 구토 증상을 보이면서 목이 뻣뻣하면 뇌수막염이나 패혈증 등이 의심된다.
셋째, 호흡곤란을 동반한 발열이 있을 때이다.
넷째, 면역결핍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간질이 있으면서 발열이 있을 때이다.
다섯째, 열성 경련이 있었던 아기가 다시 열이 날 때이다.
▶응급처치 요령
―옷을 얇게 하고 서늘하게 해준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해열제는 타이레놀과 부루펜 등이 있으며, 아스피린은 '라이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권장되지 않는다. 타이레놀은 4시간마다 10~15㎎/㎏, 부루펜은 6~8시간마다 5~10㎎/㎏씩 사용한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지속되면 옷을 모두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준다. 이 때 너무 찬물이나 알코올을 물에 섞어 사용하는 것은 삼간다.
―열이 나면서 오한을 호소할 때 이불을 덮어주지 말고 열이 잘 발산되도록 옷을 벗겨주어야 한다.
―열이 하루 이상 지속되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한다.
■토혈이나 혈변·흑색변이 있을 때
토혈(검거나 빨간 피를 토함)은 대부분 상부 위장관(식도·위·십이지장) 출혈이 있을 때 나타나고, 혈변(항문으로 피가 나오거나 대변에 빨간 혈액이 묻어 나오는 것)은 대개 하부 위장관(소장, 대장, 직장, 항문)의 출혈을 의미한다. 흑색변(대변이 자장면 소스처럼 걸쭉하면서 검은 색깔을 보임)은 대부분 상부 위장관 출혈이지만 약 10%는 하부 위장관 출혈이 원인이다.
상부 위장관 출혈의 원인은 위·십이지장 궤양, 간경변 등에 의한 위 또는 식도 정맥류, 위식도 접합부 열상, 출혈성 위염이나 위암 등이 꼽힌다. 하부 위장관 출혈의 원인은 치질이나 항문열상이 가장 흔하며, 직장암, 대장암, 염증성 장 질환 등이 있다. 몸 속에서 출혈이 생긴 뒤 바로 피를 토하거나 배변하면 선명한 붉은 색을 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혈액 속 철분이 산화돼 갈색이나 검정색을 띠게 된다.
▶응급처치 요령
―토혈이나 흑색변이 있으면 될 수 있는 한 바로 병원(응급실)에 가야 한다.
―재출혈 방지, 진단과 치료를 위해 내시경을 해야 하므로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
―갈증이 심하거나 어지러우면 생수 등 맑은 물을 소량 마실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500~700㏄(전체 혈액량의 10~ 15%)의 출혈이 있을 때 서 있으면 심한 어지러움을 동반한 기립성 저혈압이나 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누워서 안정을 취하게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약 1000㏄(전체 혈액의 20%) 이상의 출혈이 있으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지며 피부가 창백해지고 식은 땀이 나며 몸이 차가워지는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생명이 위독하므로 즉시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출혈 양이 많아 정신을 잃거나 쇼크 상태에 빠진 경우 토한 혈액이나 음식물이 기도를 막지 못하도록 옆으로 눕게 한다. 또 가능하면 머리를 다리보다 낮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