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다학제'로 중증질환 치료 質 높이고, '첨단화' 실현도… "10년의 결실"

입력 2025.02.12 09:31

[주목! 이 병원]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다학제·첨단 기술로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 열어
"질 높고 빠른 치료, 이제 지역 병·의원으로 확장해야 할 때"

'필수 중의 필수'로 꼽히는 의료는 단연 심장·뇌혈관 분야다. 생명과 직결되는 데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분야에서는 '질' 높은 '응급'치료가 전국 어디서든 이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만, 치료의 질·속도·지역 간 균형 이 세 가지를 모두 높이는 일은 여전히 국내 의료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로 폐고혈압 환자의 치료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심장뇌혈관병원'을 열었다. 10여 년간 꾸준히 그 숙제를 풀어가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워크 선정 '심장 분야 최고 병원'에서 매년 10위씩 상승 중인 게 이를 방증한다. 심장 분야 100위권 병원 중 상승세가 가장 빠르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이상철 원장은 "10년간 병원의 모든 구성원이 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한 팀이 돼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병원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환자 위한 다학제 진료, 치료 속도와 효과 높여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개소 당시 가장 큰 목표는 '통합 다학제 진료 확대'였다. 이상철 원장은 "심장, 뇌, 혈관 질환은 모두 연결됐고 원인·위험 인자·치료 방법이 유사하지만, 한 질환에서도 환자마다 유리한 치료가 달라지는 등 전문성이 필요해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각 환자에게 최선인 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먼저 다학제 진료 활성화를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그간 다학제 진료가 자리잡아, 현재 심장뇌혈관병원 내에 심장센터·혈관센터·뇌졸중센터·이미징센터·예방재활센터 등이 통합됐다.

예를 들어, 만성혈전성 폐고혈압 환자가 치료를 위해 내원했다고 가정하자. 만성혈전성 폐고혈압 환자는 폐혈전이 장기간 혈관에 축적돼, 폐동맥에 흐르는 혈액의 압력이 높아진 질환이다. 보통 호흡곤란, 피로 등 일반적인 심장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되기 쉽다. 다학제를 하지 않는 병원에 내원했다면 일반적으로 내과에서 여러 검사로 폐고혈압을 진단한 후, 환자 상태에 맞춰 혈액종양내과 등에 협진을 요청한다. 환자는 다시 다른 과 의사와 예약 후 진료받고, 다른 치료를 받게 된다. 다른 과로 또 이전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폐고혈압이 의심되면 순환기내과, 심장외과, 호흡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에서 팀을 짜 해당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의논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삼성서울병원이 다학제 팀을 도입하자 만성혈전성 폐고혈압 환자의 90%에서 증상이 호전됐고, 절반은 호흡 곤란이 아예 사라졌다. 또 기존에는 수술 환자 약 39%에서 우심방 부전 합병증이 발생했으나, 다학제 진료 이후에는 12.5%로 감소했다.

예방도 가능해졌다. 혈관질환은 전부 연결돼 있다. 한 가지 질환이 있다면, 다른 혈관 질환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서울병원은 잘 정립된 다학제 시스템으로, 다혈관클리닉을 개소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혈관질환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다혈관클리닉에서 진료받은 환자의 57%가 다른 부위에서 혈관 이상을 발견해 치료 계획을 변경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십 년간 구성원들 모두 '팀'이 만드는 힘에 공감하게 됐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이상철 병원장이 지난해 12월 16일 개최된 개원 10주년 행사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첨단 의료 혁신으로 세계적 치료 성과 달성

중증 질환 치료 '첨단화'도 이루고 있다. 이상철 원장은 "심장뇌혈관병원에서 치료되는 모든 질환은 중증 질환이다"며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효과가 확인된 기술은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고 했다.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3세대 좌심실 보조장치 인공심장이식수술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 300례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자체 개발한 AI를 활용해 차세대 급성 중증 뇌경색 치료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최신 뇌동맥류 스텐트 장비인 '서패스 엘리트 플로우 다이버터'를 세계 최초로 시술에 성공했다. 이상철 원장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중환자 연속 모니터링 장치, 미래 디지털 헬스 기술, 웨어러블 기술 등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부족한 건 개선하고, 잘하고 있는 건 공개해 신뢰를 얻기 위해 '질 지표 보고서'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간했다.

질 높은 의료, 이제 지역으로 확장

이제 '지역 균형화'를 위해 힘쓴다. 이상철 원장은 "지난해 2월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전국에 있는 삼성서울병원 협력 병원을 찾아다니려고 했다"며 "의정 사태로 미뤄졌지만, 올해에는 시작할 예정" 이라고 했다. 그가 1000여 개가 넘는 협력 병원을 찾아가 관계를 공고히 하려고 했던 이유는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가 집 주변에서도 질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상철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는 중증 환자만 보고, 경증이거나 중증 치료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믿을 수 있는 협력 병원에서 수준 높은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선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먼저 삼성서울병원은 의뢰와 회송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구축했다. 중증 환자 의뢰를 위한 핫라인을 정비하고, 이송 시스템을 확립했다. 심장혈관·대동맥·뇌졸중 핫라인, VAD 환자 회송 등 질환별로 진료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지난해 중증진료체계강화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성과를 확인했다. 대동맥질환환자 수용률은 2022년 상반기 76%에서 2024년 상반기 91%로 늘었다. 또 심장혈관 핫라인 운영으로 중증 응급 관상동맥우회술 환자 유입이 상급종합병원의 다섯 배 정도로 증가했는데, 30일 이내 사망률 지표는 0.2%로 매우 낮다. 3차 병원에서 의뢰하는 4차 병원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고, 계속 정진해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려고 한다"며 "2025년은 일단 국내에서 4차 병원으로 본격적인 첫걸음을 딛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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