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주권 확보, 국민 생명 지키려면 필수… 고려대의료원이 선도할 것"

입력 2025.02.12 08:01

[헬스 톡톡] 고려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 구축
국내 첫 민간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
최상의 감염병·백신 연구 환경 조성

mRNA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 中
"백신 연구·개발, 오래 걸려도 가야할 길"
"한국 최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목표"

고려대학교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안정적인 백신을 반드시 개발해, 백신 주권 확보와 글로벌 보건 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서 인류는 늘 속수무책이었다. 동물에게만 침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키는가 하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감염병이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모두가 목도한 사실이다.

신종 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발생·유행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백신 연구·개발 과정이 매우 험난하고 복잡하며 불안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런 점에서 고려대의료원의 백신·감염병 연구 행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고려대의료원은 고(故) 이호왕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해 백신 개발에 성공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늘 국내 백신·감염병 연구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첫 민간 주도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 '백신혁신센터'를 구축하며 다음 바이러스 대비에 나섰다. 고려대학교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백신·감염병 연구는 고려대의료원이 가장 잘 하고 자신 있는 분야"라며 "백신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해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 백신 개발 전주기 연구

고려대의료원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백신혁신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대다수 대학병원이 코로나19로 인해 긴축 재정에 나섰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그만큼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백신혁신센터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 개발을 통해 다음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고려대구로병원장)를 필두로 ▲연구지원부 ▲혁신연구부 ▲개발추진부 등에 고려대 감염병 연구 핵심 인력들이 모두 투입됐다.

현재 백신혁신센터는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관으로 확장 이전·개소를 앞두고 있다. 새 연구실에는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며 백신을 연구할 수 있는 생물안전 3등급(BL3·ABL3) 시설이 들어선다. 유전체 분석부터 세포 배양, 면역 화학 분석 등 연구자들이 다양한 화학물질 실험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대규모 중앙실험실을 구축하고, 초저온 냉동고와 IVIS 광학영상시스템, 대용량 시료 검색 이미징 장비, G3 로봇워크스테이션 등 고가의 첨단 장비도 투입한다. 이를 활용하면 비임상부터 임상까지 백신 개발 전주기 연구가 가능하다.

백신혁신센터가 들어설 고려대학교 메디사이언스 파크 정몽구관./고려대의료원 제공
전국 8개 대학병원과 협력… 인재 양성도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는 2021년 설립 후 여러 기관과 협업을 통해 유기적인 백신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을 비롯한 전국 8개 대학병원이 함께하는 'HIMM(Hospital Infection Morbidity Mortality) 네트워크'가 그 결과물이다.

HIMM은 각 병원에서 발생하는 검체와 병원체를 모아 일종의 검체·병원체 은행을 만드는 것으로, 이를 활용해 병원체 분리와 유전체·변이주 분석을 진행한 후 백신 항원 개발, 항원 효능 평가 전임상시험 등 기초 연구를 수행한다. 이어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함으로써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을 완성한다. 백신혁신센터는 지금까지 HIMM을 통해 호흡기 검체 472건을 확보했으며, 35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103건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유전체 DB로 구축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표면에서 발견되는 HA·NA 유전자에 대한 분자계통학 분석을 통해 H3N2바이러스임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추후 8개 유전자에 대한 빅데이터 기반 분자계통학 분석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할 예정이다.

백신혁신센터는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와 함께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H' 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박사의 연구 성과를 이어받은 고려대의대 연구진이 mRNA기술을 보유한 모더나와 힘을 합친 것으로, 현재 비임상시험 중이다. 2027년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한다. 이외에 바이러스 벡터 기반 항원 발현 연구, 국내 기술 기반의 mRNA 백신 플랫폼 개발, 원천기술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연구뿐 아니라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년간 약 550명의 대학, 연구기관, 정부기관, 기업 관계자들이 백신혁신센터 교육 과정을 이수했으며, 국제 심포지엄과 세미나 또한 진행 중이다.

윤 의무부총장은 "백신 개발은 2∼3년 단기 연구 과제가 아닌, 10년 이상 장기 연구를 통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백신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 대한민국 의료계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을식 의무부총장  인터뷰]

지난해 7월 모더나 프란체스카 세디아 최고의학책임자가 고려대의대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와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H'에 대해 논의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가 인류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감염병으로 선정한 바이러스다. 프로젝트 H를 통해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상용화한다면,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감염병 위기 대응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의료원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백신 연구 시설을 설립한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의료기관으로서 당장 병상, 진료 공간을 늘리는 것보다 미래에 찾아올 수 있는 감염병에 대비해 연구 시설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고려대의료원의 우수한 감염병 연구 인력들과 합심해 백신혁신센터를 세우기로 결정했고,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이 기부 의사를 전해오면서 건립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의약품 중 왜 백신인가?

"국민 생명을 지키려면 국산 백신을 개발해 백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고려대의료원 의료진은 국산 백신을 개발할 때마다 언제나 그 중심에 있었다. 이들과 함께 최고의 연구 시설에서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을 미리 개발·준비한다면 다음 신종 감염병을 빠르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타 백신 연구 시설과 차이점은?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는 BL3·ABL3를 보유한 유일한 대학 연구 기관이다.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관으로 확장 이전하는 백신혁신센터에는 백신 개발 전주기에 필요한 최첨단 장비·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GCLP(임상시험 검체 분석 관리 기준) 인증을 획득할 경우 검체 수탁에 독보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주력 연구 분야와 향후 목표는?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이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내에서 민간 의료기관 주도로 백신을 개발한 첫 사례가 된다. 백신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동시에, 고려대의료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세계 30위권 연구중심 기관으로 도약 하겠다."
의료계 뉴스 헬스케어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