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의사] 정형외과 의사들은 ‘부모님 무릎 건강’ 어떻게 챙겨드릴까?

입력 2025.01.24 05:30
의사들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어떻게 챙기고 있을까?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을까? 주변에 친한 의사가 있다면 몇 번이고 물어보고 싶었던 말들, 헬스조선이 국내 유수 의료진에게 대신 물어본다.[편집자주]

고령화의 영향으로 무릎이 아픈 사람은 해마다 늘어난다. ‘퇴행성 관절증’ 진료 인원을 보면 2020년 382만4113명이던 게 2023년에는 433만2516명으로 약 13%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백세 수명을 건강하게 채우기 위해선 나이 들어도 잘 걸을 수 있어야 한다. 걷는 게 어려워지면 신체 활동량이 줄어 체중이 늘고, 이로 인해 암 등 여러 중증질환의 위험이 올라간다. 사회적 활동에도 제약이 생겨 우울증·치매 같은 정신 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어떻게 하면 통증 없이 무릎 관절을 오래 쓸 수 있을까. 매일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마주하고 관련 연구에 열과 성을 쏟는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의사들은, 부모님 무릎 건강을 위해 무엇을 가장 신신당부하고 있을까. 헬스조선이 물어봤다. “부모님의 무릎 건강, 어떻게 챙겨드리고 있나요?”

그래픽=김민선
◇“뭐니뭐니해도 걷기가 최고”
헬스조선이 정성 어린 양질의 진료를 실천하는 곳으로 공식 인증하는 ‘헬스조선 프렌즈’ 병원 중, 무릎 퇴행성 관절염 진료를 보는 곳 21명의 의사에게 직접 물어 답변을 받았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역시 “운동 권유”였다. 운동 중에서는 답이 갈렸지만 걷기, 스트레칭, 실내자전거가 주를 이뤘다.

먼저 걷기를 추천한 이들과 그 사유다. 강서K병원 관절센터 홍성우 병원장은 “걷기는 무릎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 유연성을 기르는 데 효과적인 운동인 동시에, 심혈관 건강과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단을 걷는 것 특히 계단을 내려오는 것은 무릎 관절에 체중의 3~5배에 달하는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했다.

검단바른정형외과 염지웅 원장은 “최소한 걷기는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관절에도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퇴화하지 않는데, 무리 없이 가장 간단하게 이를 충족하는 게 바로 걷기”라며 “하루 6000~8000보는 걸으시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춘택병원 정형1과 김주영 과장은 “별도 장비 없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목·허리·무릎에 두루두루 좋다”며 “꾸준히 걸으면 웬만한 통증은 개선될 정도로 하지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이미 무릎이 아플 땐 무리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때는 하루 30분 내외로만 걸으시라고 한다”고 말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척추센터 김경한 원장은 ‘양반 걷기’를 추천한다 했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걸으면 제대로 된 운동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부모님에게 많이 걷지 않더라도, 양반처럼 곧은 자세로 제대로 걸으시라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하체 근육이 중요… 실내자전거가 효과적”
실내자전거를 꼭 타라는 의사도 있다. 강북연세병원 정형외과 김용찬 병원장은 “무릎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게 중요한데, 무릎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실내자전거가 대표적이다”라고 했다.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정현수 전문의는 “나이 들어서 활동량이 떨어지면 전신 근육량이 줄기 때문에 가벼운 운동은 해야 한다”며 “부모님께 실내자전거를 꼭 타시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때 안장을 높이면 무릎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팁도 전했다.

안양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김민규 원장은 “무릎을 건강하게 오래 쓰려면 체중이 늘지 않아야 하고, 근력은 유지돼야 한다”며 “이를 이루게 해주는 게 운동인데, 특히 실내자전거 타기가 좋다”고 말했다.

안양윌스기념병원 김승민 원장 역시 “골다공증과 하체 근력 감소를 막는 방법으로 실내자전거를 추천한다”며 “정신적인 활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민선
◇“관절 굳지 않게 스트레칭 꼭 해야”
스트레칭은 무릎 관절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동탄시티병원 정형외과 신민규 전문의는 “부모님의 근육 강화를 위해 관절 스트레칭을 하시라고 한다”며 “하루에 30분 이상 허리를 곧게 세우고 스트레칭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김형구 전문의는 “나이 들면 운동량과 식사량이 점차 줄면서 근육이 감소하는데, 이로 인해 여러 통증을 달고 살게 된다”며 “규칙적인 생활, 특히 매일 상·하지 관절 스트레칭을 해서 관절 강직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양윌스기념병원 손원수 부병원장 역시 “부모님께 스트레칭을 하시라고 권유한다”며 “관절의 운동 범위를 증가시키는 스트레칭과 함께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게 무릎 통증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참포도나무병원 재활의학과 장재훈 전문의는 “관절 건강을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관절의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관절이 굳으면 다른 부위에 부담이 생겨 통증이 유발·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시라고 말씀드린다”며 “앉은 자세에서 어깨를 펴는 브루거 운동이나, 폼롤러를 이용한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면 좋다”고 말했다.

다소 생소한 운동을 추천한 의사도 있었다. 동탄시티병원 정형외과 김범석 전문의는 “발레, 필라테스, 피트니스 세 운동을 합쳐 만든 ‘barre(바레)’라는 운동을 추천한다”며 “하체와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어서 무릎 관절염 예방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저강도 운동으로 부상 위험이 적어서 운동 경험이 없는 나이든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쪼그려 앉기가 무릎 건강에 최악”
운동을 “하라”고 권유하는 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는 의사들도 있었다.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김동현 전문의는 “관절 건강에 운동이 좋은 건 맞지만, 관절을 소모하면서까지 하는 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또 하나, 무릎을 90도 안으로 더 구부리지 마시라고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연세베스트병원 정형외과 장철영 병원장은 “계단 내려오기, 쪼그려 앉기, 양반다리로 앉기는 관절 건강을 위해 절대 해선 안 되는 동작이라고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이춘택병원 정형9과 윤성환 병원장은 “쪼그려 앉으면 압력에 의해 연골이 손상돼 무릎 관절에 좋지 않다”며 “침대, 소파, 식탁을 사용해서 일상생활에서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당부한다”고 말했다.

무릎은 아니지만,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곽상호 원장은 “손에도 관절염이 생기는데, 힘을 줘서 구부리는 동작이 악영향을 끼친다”며 “손빨래를 비롯해 걸레 물기를 짜는 등의 손에 힘을 주는 동작을 최소한으로 하시라고 말씀드린다”는 답변을 내놨다.

◇“영양 균형 맞추고, 정기 검진도 받아야”
관절 건강을 위해 꼭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는 무엇일까. 의사들은 부모님에게 비타민D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두발로병원 정형외과 김지범 원장은 “관절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게 햇볕을 쬐면서 산책하는 것”이라며 “비타민D 생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춘택병원 정형1과 김주영 과장도 “야외에서 걸으면 비타민D가 보충된다”며 “관절 건강을 지키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D 외에도, 고려대련요양병원 박병선 재활센터장은 “하지 근력 강화를 위한 단백질 섭취”를 강조했고, 김동현 전문의는 “관절염과 골다공증이 다른 질환이기는 해도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며 “나이 들수록 뼈가 약해지기 때문에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충분한 칼슘 섭취를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료 제때 받기’를 신신당부한다는 의사도 있었다.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도현우 전문의는 “관절염을 막는 방법을 익히 잘 알려져 있다”며 “그보다 중요한 게 현재 관절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정기적으로 걸음걸이 등을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양재우 전문의는 “60세 이상서부터 내과 검진처럼 1년에 한 번 꼭 엑스레이를 찍으시게 한다”며 “혹시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있으면 연골·연골판 상태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태에 따라 생활습관을 고쳐야 하는 경우도, 적극적인 치료를 빨리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관절염 초기에는 콘드로이친·글루코사민·보스웰리아 등을 섭취하는 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말기에는 관절염 약 복용과 주기적인 연골주사를 권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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