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느는데… 수의사 국시 문항 공개 못 한다는 정부 [멍멍냥냥]

입력 2024.07.26 20:00
시험치는사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의미래연구소와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는 지난 1월 시행된 제67회 수의사 국가시험의 문항과 정답 공개를 요구하며,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청구했던 행정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수미연과 수대협은 해당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의사를 전했다.

현행 수의사 국가시험은 문제와 가답안을 공개하지 않는다. 본과 4학년 응시생들은 기억에 의존해 자체적으로 복원한 기출문제를 온·오프라인으로 공유하며 시험에 대비한다. 기억을 통해 복원된 문제가 정확하지 않으므로 문제에 오류가 있어도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기가 어렵다. 의사 국가시험이 2012년부터, 치과의사 국가시험이 2019년부터 필기시험 문제와 가답안을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수미연과 수대협은 지난해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제기한 제67회 수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거부된 이후,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공방을 이어왔다.

이번 판결문(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 부장판사 송각엽)에 따르면 시험 문제와 정답을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중복 출제를 피하기 위해 시험 범위가 줄어들거나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출제가 이루어질 개연성이 있음 ▲이미 양질의 문제로 검증된 기출 문제의 재활용을 포기해야 함 등이 거론됐다.

이에 수미연과 수대협은 기출문제 비공개를 통한 ‘깜깜이’ 운영이 오히려 수의사 국가시험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미연 김세홍 책임대표는 원고 진술서에서 “수의사 국가시험이 문항 비공개로 운영되고, 명확한 출제 범위도 명시되지 않아 문제 난이도나 내용이 출제위원 성향에 과도하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수의사 국가시험 문제가 공개되면 매년 같은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수미연과 수대협은 “수의사 국가시험은 수험생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닌 수의사로서의 기본 역량을 평가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매회 차마다 주요한 내용이 상당 부분 출제되는 것이 오히려 그 취지에 부합한다”며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질문지와 선택지를 변형하여 출제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시험문제 출제범위가 좁아지거나 평가도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수의사 국가시험은 여러모로 미흡한 실정이다. 의사와 치과의사 등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 평균 예산과 전담 인력이 각각 16.9억 원과 5.24명인데 비해 수의사 국시는 평균예산 1.6억 원, 전담 인력 0.5명으로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수의사 국가시험과 마찬가지로 치과의사 국가시험에서도 문항과 정답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치과의사 국가시험은 대법원 최종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문항이 공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