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 맞고 알츠하이머병… 치매도 전염된다?

입력 2024.01.31 08:00
뇌 CT
뇌 CT 사진. 기사의 내용과 무관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릴 때 시신에서 추출한 인간 성장호르몬(c-hGH)을 투여 받은 사람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례가 영국에서 발견됐다.

1959년부터 1985년까지 영국에서는 1848명이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인간 성장호르몬을 투여 받았다. 그러나 일부가 변형 단백질 프라이온(prion)에 오염된 c-hGH를 투여받고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으로 사망하면서 관련 치료법은 중단됐다. vCJD는 뇌에 구멍이 뚫려 뇌 기능을 잃는 질환으로 ‘인간광우병’이라고도 불린다. 해당 치료법으로 전 세계에서 200명 이상이 vCJD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존 콜링 교수 연구팀은 c-hGH를 투여 받은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vCJD에 걸리진 않았지만 알츠하이머병 관련 증상 및 징후를 가지고 있는 8명을 시별했다. 이 중 5명은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조기 치매(38~55세 발병) 증상을 보였고, 두 개 이상의 인지 영역에서 일상생활에 지장 겪을 정도의 장애를 보였다.

나머지 3명 중 한 명은 경도 인지장애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이 42세에 나타났다. 다른 한 명은 주관적 인지 장애 증상이 있었으며 한 명은 무증상이었다.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에 부합했던 5명의 표본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알츠하이머병 조기 발병 요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도 vCJD와 마찬가지로 드물지만 전염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팀은 c-hGH가 더는 사용되지 않고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환자들도 수년간 반복적으로 노출된 후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때 알츠하이머병의 전염은 드문 사례인 것으로 내다 봤다. 다른 일상적 치료나 일상생활에서 알츠하이머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증거도 없다.

연구의 저자 존 콜링 교수는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치료 과정에서 전염된 의인성 알츠하이머병일 수 있다며 유사 사례에 대한 예방 조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